“저 닮으면 안되는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으로 우뚝 선 정성룡(24.성남)이 17일 아르헨티나전 직후 아빠가 됐다.
정성룡의 부인 임미정 씨는 분만실에 들어간 지 10분 만에 건강한 사내아이를 출산했다고 한다. 정성룡은 현지시간으로 새벽에 아내가 순산했다는 소식을 아는 지인에게 문자로 받고 아내가 어느 정도 휴식을 취했을 아침 통화를 하고 기쁨을 나눴다.
이번 월드컵을 위해 비행기에 오를 때 정성룡은 홀로 아기를 낳을 아내를 걱정하는 마음이 컸다. 아내의 출산 예정일이 아르헨티나전이 열리는 17일이어서 곁에 있어줄 수 없게 됐기 때문. 하지만 아내는 오히려 "월드컵에서 잘 하고 오는 것이 나를 위하는 것"이라며 격려했다.
이런 아내의 따뜻한 배려에 정성룡은 월드컵을 떠나기 전 아내와 태어날 아기에게 두 가지 선물을 선사하겠다고 다짐했다. 한 가지는 월드컵 무대에서 당당히 주전 골키퍼로 서는 것이었고 나머지 한 가지는 16강 진출을 달성하고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미 주전자리를 꿰찬 정성룡은 이제 남은 한 가지 선물 준비를 위해 결연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18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러스텐버그의 올림피아파크에서 훈련을 마친 정성룡은 한국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태어날 아기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마음을 내내 먹고 있었다. 돌아갈 때는 반드시 좋은 선물을 들고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정성룡은 “아기가 나를 닮으면 안되는데...”라고 말을 흘리면서도 “이름은 생각해 놓은 것이 있는데 돌아가서 부모님과 아내와 상의한 뒤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선수단 분위기에 대해서는 “아르헨티나전을 통해 선수들이 자만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게 된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한편, 아르헨티나전이 끝나고 인터뷰를 거절한 채 버스에 올라탔던 박주영은 “자책골 실수는 인정한다”며 “세트피스 상황에서 자책골이 나오지 않았다면 우리가 원하던 흐름으로 갈 수 있었는데 아쉬울 뿐”이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박주영은 “심리적으로 위축되지는 않는다. 마지막 나이지리아전을 잘 준비해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러스텐버그(남아공)=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