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의 ‘변칙마운드’ OK SK!

입력 2010-06-2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나를 따르라!”
SK 1위 질주는 전력에서가 아니라 팀워크에서 나온다. ‘SK가 완전히 김성근 감독의 팀이 됐다’는 것이 중평이다.

KIA전 천적 김광현 조기 투입
선발 일시적 불펜전환도 강행
‘감독 무한신뢰’ 문화에 V행진

SK 감독실 칠판에는 일본어가 깨알 같이 쓰여 있다. 김성근 감독이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 같은 문장들이다. 거기서 가장 굵은 글씨는 ‘82승 유언실행’이라는 문자다. ‘82승을 공약했으니 반드시 지킨다’라는 의미.

SK의 21일까지 성적은 45승21패다. 2위 두산에 8경기 앞서는 압도적 1위다. 매 3연전마다 2승1패 이상을 해냈다는 얘기다. 누가 뭐래도 벤치통제력의 승리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수비나 주루 등 빈틈없는 야구겠지만 숨어 있는 ‘에센스’는 투수 매치업이다. 김광현∼송은범∼카도쿠라∼글로버가 선발진의 축을 이루지만 상대와 상황에 따라 변칙을 가미한다. 변칙의 축은 김광현인데 역추적하면 20일 KIA전∼15일 넥센전∼10일 삼성전∼4일 LG전∼5월30일 롯데전이 된다. 강진에서 돌아온 뒤 일정인데 전부 승리를 챙겼다. 김광현이 KIA에 초강세인 점을 감안, 원래 순서인 송은범을 16일로 늦추고 김광현을 15일 올렸다. 송은범은 등판 간격이 길수록 구위가 더 좋아지는 성향이 있다. 10일 삼성전은 리벤지의 성격이 강했지만 당시 삼성 선발이 이우선이었다. 제5선발이 나오는 날에 에이스를 맞춘 것이다. 이 기간에 김광현은 최장 5일 간격으로 밀리지 않고, 등판을 지속했다. 확실한 필승카드라는 무언의 인정이다. 시즌 초 카도쿠라의 운용법이 그랬는데 SK 에이스의 중심이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효준은 삼성전에만 4차례 선발로 나갔다. 여기서 성적이 신통찮으면서 선발에서 탈락했다. 특정팀에 강해야 선발로 살아남는 SK의 습성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승리 불펜조가 수적 열세에 있는 SK는 선발의 일시적 불펜전환이 빈번하다. 카도쿠라와 송은범이 불펜을 경험했고, 글로버도 작년에 했었다. 당사자의 의향을 묻고 행해지지만 SK 벤치의 의도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변화무쌍 SK 투수운용은 실패 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공률이 높았다. SK투수들이 감독의 의중에 복종하기에 가능한 결과다. SK가 강하다는 것은 김 감독의 팀이라는 데 있다. 역시 야구는 합리성보다 효율성의 스포츠인가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