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감독. 스포츠동아DB
KIA“악 16연패”
부상회복 덜된 ‘최희섭 선발카드’ 초강수경기감각 무뎌 3연타석 삼진 등 헛방망이
서재응은 절친 김선우와 맞대결서 눈물
처방전 ‘백약이 무효’…현존팀 최다 타이
현존하는 구단의 최다연패는 롯데가 2002년 기록한 ‘16’이다. 그러나 2010년 KIA가 8일 잠실 두산전에서 16연패를 마크하며 타이기록을 세웠다. 1985년 삼미가 기록한 프로야구 역대 최다연패인 18연패까지 ‘2’만을 남겨뒀다. 1999년 쌍방울이 17연패를 기록했지만 삼미와 마찬가지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KIA는 이날 연패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구장을 찾아 목청 높여 응원했던 많은 KIA팬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서재응-김선우, 선발진 맏형의 맞대결
8일 양팀 선발진 맏형에게 무거운 과제가 주어졌다. KIA 서재응에게는 팀의 15연패를 끊으라는, 두산 김선우에게는 페넌트레이스 단독 2위를 지키라는 특명이었다. 두 선수는 올 시즌 첫 맞대결이었던 6월 26일 잠실구장에서 희비가 극명하게 걸렸다. 김선우는 7이닝 무실점의 완승을 거뒀고, 호투하다가 한순간 무너졌던 서재응은 6.2이닝 6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절친한 친구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했다.
이날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김선우는 1회부터 1사 1·2루를 만들며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5이닝 만에 101개의 투구수를 기록할 만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고비마다 강한 집중력으로 타자와의 싸움을 이겨냈다. 5회 1실점 후 2사 만루위기에서 최희섭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이 컸다.
반면 서재응은 1회부터 2사 후 김동주에게 좌중월2점홈런을 맞았다. 1-3으로 따라붙은 7회에도 2사 후 손시헌∼양의지∼이원석에게 안타, 2루타, 3루타를 허용했다. 6이닝 5실점 패.
○타력보강 최희섭 IN, 나지완 OUT 그러나….
KIA는 지난해에도 팀타율이 꼴찌였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타자들이 적은 점수를 내도 이를 단단히 지켜주던 불펜진이 무너지면서 연패의 늪에 빠졌다. 조범현 감독(사진)은 이날 타선을 보강하기 위해 아직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최희섭을 선발엔트리에 넣었다. 나지완을 빼고 홍세완 대신 2군에서 올라온 최훈락을 지명타자에 배치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조 감독이 우려한대로 6경기 만에 출장한 최희섭은 경기감각을 다소 잃은 듯 했다. 1회, 4회, 5회 3연타석 삼진을 당했다. 5회 2사 만루찬스에서 아슬아슬한 파울홈런을 쳤지만 결국 삼진으로 기회를 날린 게 뼈아팠고 8회 안타를 쳐냈지만 이미 늦었다. ‘뉴페이스’ 최훈락도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7일 KIA선수단은 경기가 우천순연되며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연패의 흐름이 끊길 수 있는 호재였지만 하늘의 도움도 KIA를 연패의 늪에서 구하지 못했다.
○성숙한 KIA 팬들, 선수단 격려
팬들은 선수단을 끝까지 격려했다. 경기 후 술 취한 몇몇 관중들이 선수단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구단 버스를 가로막아 30여 분간 구장을 떠나지 못했다. 결국 승용차편으로 이동하던 조범현 감독이 직접 내려 “죄송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부상선수들이 돌아오면 더 잘해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순간 대다수 팬들은 욕설을 하던 일부 관중에게 “너무 심한 것 아니냐?”, “그만하고 편히 쉬도록 하자”, “욕설은 하지 말라”고 외치며 “KIA 파이팅!”, “더 이상 지지 말라” “이길 수 있다”는 따뜻한 말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어 안전요원의 도움으로 버스가 출발하자 많은 팬들이 박수와 함께 응원가를 부르기도 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