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 EPL] 명가는 전통…한 두 경기 ‘반짝’해선 어림없다

입력 2010-08-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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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 ‘명가의 꿈’ 과연 이뤄질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그곳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이윤들은 이미 세계적인 스포츠 사업 아이템 중 하나로 인식된 지 오래다. EPL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이적료를 쏟아 부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주목받고 있다. 어떻게 명가를 재건하고, 사업성을 어떤 식으로 얻어 갈 수 있을지 가능성을 알아보자.


올해 이적시장서 2000억원 투자
강호 리버풀 격파 등 초반 맹활약



스타급 선수들, 팀에 대한 충성심
맨유 스콜스같은 레전드 육성 필요


챔스리그 진출 등 꾸준한 성적 바탕
차근차근 명가의 전통 세워나가야


○리그를 넘어 유럽 클럽 대항전을 향해

맨시티는 올해 약 2000억원을 들였다. 최근 애스턴 빌라의 밀러까지 데려오면서 지불한 금액을 보면 올 한해 전 세계 클럽 중 단연 돋보이는 수치다.

그렇다면 투자가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우선, 토트넘과 개막전은 공격의 날카로움도, 수비의 견고함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나마 골키퍼 조하트의 신들린 선방이 없었다면 개막전 무승부도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전통의 강호 리버풀을 홈으로 불러들인 2라운드 경기에서 맨시티는 달라져 있었다. 리차드와 뚜레가 버틴 수비라인은 견고해져 있었다. 공격에는 베리를 중심으로 우측에는 존슨과 좌측에는 밀러, 그리고 전방에는 저돌적인 테베스까지 리버풀의 수비진을 쉴 새 없이 흔들어대며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EPL을 보며 주의 깊이 봐야 할 부분은 EPL은 38라운드가 치러지는 장기전이며, 챔피언스리그나 칼링컵까지 합한다면 40경기 이상을 치러야 하는 마라톤 레이스라는 사실이다. 이는 곧, 한두 경기 반짝 잘하는 것만으로는 명문 팀이 될 수 없으며, 역사를 가진 클럽이 명문 클럽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환호와 열광은 보기 힘들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

한편으로 명문 클럽은 단지 높은 이적료를 지불하고, 스타성이 있는 선수를 데려온다고 해서 싶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맨시티가 맨유 아스널 리버풀 같은 명성을 얻기 위해선 리그에서 꾸준한 성적이 필요하고, 챔스 리그에서 세계 클럽들에게 인정을 받을만한 성적이 필요하다.


○팀 단결과 로열티 문제

세계 축구의 레전드 지단(프랑스)마저 경외하는 맨유의 스콜스. 그는 맨체스터 옆 위성도시 살포드에서 태어나 맨유 유스팀에서 대스타와 함께 뛰면서 꿈을 키워왔다. 비록 국가대표에서 은퇴한지 오래됐지만, 클럽에서는 나이를 잊고 반평생을 맨유와 같이 보내도록 로열티를 심어준 이유인 것이다.

스콜스 같은 선수는 팀 내 선참과 신참을 이어주는 자연스러운 다리 역할을 하면서, 그 존재만으로도 수많은 타 국가 출신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모을 수 있는 자원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캡틴 박지성도 맨유에서 한국대표팀에 단 한명의 선수만 데려 올 수 있다면 누구를 꼽을 것이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스콜스를 꼽는다.


○선수 처우 문제

근래 맨시티에서는 수많은 팬들의 마음을 상할만한 아픔을 남겨준 일이 있었다. 그것은 벨라미를 갑작스레 챔피언십(2부 리그) 카디프로 임대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작년 벨라미의 성적표를 보면 25경기에서 10골을 기록했고, 테베스, 아데바요르, 산타 크루즈 사이에서 주전경쟁을 펼치면서도 팀을 위기에서 여러 번 구해내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 했다. 뉴캐슬, 리버풀, 웨스트햄 등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클럽만을 거치며 기량을 인정받은 그를 2부 리그로 보내는 것에 대해 맨시티 팬들은 너무 급작스러운 격변이 아닌가 하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맨시티가 아부다비의 커넥션을 이용해 훌륭한 선수를 쉽게 영입할 수 있다 해도 맨시티와 함께 동고동락한 선수를 적절한 보상 없이 홀대 한다면 팀에 대한 선수들의 충성심은 결코 생기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맨시티가 전통 있는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3가지 정도가 필요하다. 세계 클럽대항전과 EPL에서의 성적, 팀 의식으로 연결된 로열티(충성도), 선수에 대한 처우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이냐가 신흥 명가로 만들어 줄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염두에 두면서 맨시티를 주목하고 EPL을 즐긴다면 재미가 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맨체스터(영국) | 박영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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