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하던 팀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다니?’
K리그 울산 현대-포항 스틸러스 전이 벌어진 29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본부석 오른편 골대 뒤를 가득 메운 대규모 포항 응원단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바로 옆 포항 서포터스와 힘을 합쳐 90분 내내 포항을 열렬히 응원했다. 그런데 이들이 포항 응원 깃발을 힘차게 흔들게 된 사연이 독특하다.
이들은 울산 지역 내에 위치한 조선 블록 전문 제작 업체 직원들. 올 3월 포항 구단의 모기업 포스코가 회사 지분 일부를 사들여 포스코 계열사가 됐고, 포항이 이번에 울산 원정길에 오르자 응원단을 조직했다. 본래 회사 직원은 300명에 불과한데 협력사 직원과 그 가족들까지 동원해 1600명이 넘는 대부대가 경기장을 찾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울산 관계자들의 속이 편할 리만은 없다.
얼마 전만 해도 이들은 분명 울산 시민들이었다. 자연스레 K리그 경기가 벌어지면 울산을 응원했고 구단이 마케팅을 펼쳐야 하는 잠재적인 미래의 관중이었다. 울산 관계자는 “예전에는 현대중공업과도 협력 관계에 있었던 회사라고 들었는데…”라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