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곤(왼쪽-홍상삼.스포츠동아DB
두산전 3승무패…영건 출격
이제 원투펀치가 아니라 ‘넘버3’가 주인공이다. 1승만 더 하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롯데는 영건 이재곤을 3차전 선발로 내세워 파죽지세의 대미를 장식하려 한다. 이에 맞서 두산은 ‘사직 사나이’ 홍상삼으로 기사회생의 배수진을 쳤다. 1∼2차전에서 불펜진이 궤멸된 상태라 홍상삼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로이스터가 택한 남자는 이재곤(22·사진)이었다. 이 말은 2일 3차전에서 준플레이오프(준PO)를 끝내겠다는 강렬한 의지에 다름 아니다. 롯데가 만지작거린 3차전 카드는 이재곤과 장원준이었다. 관록만 따지자면 8승의 이재곤은 올해 12승을 포함해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의 장원준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럼에도 이재곤을 두산전에 먼저 세운 이유는 합리적이다.
첫째, 조건이 같아졌다. 당초 롯데는 잠실 1·2차전에 이재곤에게 불펜 대기를 지시했다. 1차전부터 편도선염에 걸린 송승준이 아니다 싶으면 바로 갈아타는 카드로 이재곤을 준비했다. 2차전도 선발 사도스키가 조기에 무너졌더라면 이재곤이 스윙맨으로 올라가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롯데의 선발들이 5이닝 이상을 버텨주면서 이재곤은 힘을 비축할 수 있었다. 3차전에 포커스를 맞춰온 장원준과 같은 조건이 된 셈이다.
둘째, 롯데가 2승을 했기 때문이다. 가령 롯데가 2패를 했더라면 신인인 이재곤을 3차전에 올리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 된다. 그러나 2승을 했기에 3차전이 역으로 가장 심리적 부담을 더는 등판이 된다. 셋째, 정규시즌 데이터가 판단을 굳혀줬다. 이재곤은 두산을 상대로 3승(완투 1회 포함) 무패, 방어율 4.84다. 반면 좌완 장원준의 두산전 방어율은 8.85(1승1패)에 달한다. 두산 타선이 전통적으로 잠수함에 약한 것도 롯데 벤치의 고민을 덜어줬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 김경문의 비장카드 홍상삼
롯데전 4승무패…배짱 두둑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 히메네스가 무너졌고, 2차전에선 김선우가 7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지만 타선 침묵으로 졌다. 결국 3선발에게 팀의 운명이 걸린 칼자루가 쥐어졌다. 2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3차전 두산의 선발은 홍상삼(20·사진)이다. 홍상삼은 사직과 인연이 깊다. 프로 데뷔 첫 승(2009년 5월 2일)을 올렸고, 지난해 준PO 3차전에선 7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정규시즌에서도 ‘거인킬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롯데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상대전적 4승 무패·방어율 2.70). 비록 올해는 5경기에 나가 1승1패, 방어율 9.87로 좋지 않았지만 롯데와의 마지막 페넌트레이스 경기(9월 12일 잠실)에서 6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일단 좋은 무드로 가을잔치 대비를 마친 상태다.
물론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압박감부터 다르다. 팀의 운명이 걸려있어 그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그러나 홍상삼의 장점 중 하나는 두둑한 배짱. 사직구장은 롯데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투수는 타자들과 싸우기도 전에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많은 투수들이 롯데팬들의 ‘마’(‘하지마라’는 의미의 사투리)를 싫어하는데 나는 그 소리를 즐기는 편”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만큼 롯데전에 자신이 있다는 방증. ‘강심장’ 홍상삼이 이번에도 벼랑 끝에 선 두산을 구할 수 있을까.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