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라고 고백한다. 때로는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보다, 무뚝뚝하게 고개를 휘젓는 것이 더 큰 울림을 줄 때가 있다. 롯데호의 선장 로이스터(오른쪽)와 일등선원 이대호를 보면, 딱 그렇다.스포츠동아DB
부상투혼의 비화 공개
“넌 슈퍼스타다!…끝까지 뛰어라”이대호를 강하게 만든 로이스터
“로이스터 감독님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셨다.”
반깁스까지 했던 극심한 오른 발목 통증 속에 진통제를 많이 먹어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할 정도의 극한 상황.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그는 평소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였고, 타격 밸런스가 완전히 깨진 상황에서도 2차전 결승 3점홈런을 때려냈다. ‘역시 이대호’라는 평가는 ‘눈물겨운 투혼’을 포장하기엔 어쩌면 턱없이 모자랄지도 모른다. 극한 상황에서 오히려 더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무엇 때문일까.
롯데 이대호는 1일 이에 대해 로이스터 감독 얘기를 꺼냈다. “언제부턴가 감독님은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나를 교체하시지 않는다. ‘대호는 어렵게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들을 위해서 한 타석이라도 더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몸이 아프지만, 빼달라고 얘기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며 “어차피 빼주시지 않을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 감독님의 뜻이 결국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신 셈”이라고 했다.
사실 그랬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회초 롯데가 5점을 내며 10-5로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 이진오 트레이너는 로이스터 감독에게 교체 사인을 냈다. 굳이 무리해서 그를 9회말 수비에 내보낼 필요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교체 사인을 단칼에 거부했다.
1차전이 끝난 뒤 이대호는 “교체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안 해주시더라”고 털어놨다. 오른 발목 상태가 너무 안 좋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되레 그런 상황을 이겨낸 것이 또다른 값진 열매로 맺어졌다.
‘이대호라면 더 나가고 더 뛰어야 한다’는 로이스터 감독의 생각은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한 이대호에겐 남다른 책임감이 됐다. 그 책임감은 ‘제대로 뛸 수 있을까’라는 주변의 우려 속에서 더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여전히 그의 발목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1일 선수단 훈련 없이 휴식을 취한 이대호는 “오늘 하루 푹 쉬면 그나마 조금 더 좋아지지 않겠냐”고 상태가 호전됐으면 하는 바람도 덧붙였다. 힘겨운 여건 속에서 제 몫을 하고 있는 이대호, 그의 뒤에는 강인한 정신력을 요구하는 로이스터 감독이 있었다.
부산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