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되찾은 두산 “서울에서 끝내고 인천으로 간다.” 두산 선수들이 8일 대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삼성에 4-3 극적인 승리를 거둔 후 마운드에 모여 기뻐하고 있다. 대구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경문 감독 PS용병술
두산 김경문 감독의 야구는 ‘부러질지언정 휘지 않는, 뚝심의 야구’다. 좀처럼 라인업을 바꾸지도 않고, 경기 초반에는 웬만해서는 희생번트 작전을 쓰지 않는다. 또한 마운드 운영도 호흡이 길다. 기싸움을 중시하면서 데이터에 의존하기보다는 감각적인 야구를 추구한다. 그러나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완전히 변신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동안 그가 보여준 승부방식은 ‘카멜레온 야구’라고 부를 만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과연 김경문 야구가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변화무쌍한 라인업과 공격
플레이오프 1차전 1회초 무사 1·2루 찬스를 잡자 3번타자 이종욱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3번타자에게 경기 초반 희생번트를 지시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종욱은 특히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타율 0.500(22타수 11안타)의 좋은 타격감을 자랑했다.
상황은 다르지만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3-2로 앞선 9회초 3번 김현수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해 대량득점의 발판을 마련한 것도 포스트시즌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김현수는 올해 정규시즌에서는 단 한번도 희생번트를 대지 않았다.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거의 매일 바뀐 라인업과 타순을 들고 나오고 있다.
○선동열도 놀란 발빠른 투수교체
삼성 선동열 감독은 2차전에 앞서 “어제 김경문 감독을 보고 나도 놀랐다. 투수교체가 그렇게 빨리 빨리 이뤄질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4회말 선발투수 홍상삼이 볼넷 후 우익수플라이로 1사까지 만든 상황에서 이현승으로 조기에 교체했다.
홍상삼은 3.1이닝 2실점으로 무난하게 막아나가고 있었다. 투구수도 59개에 불과했다. 불펜진이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느라 힘이 소진돼 가능하면 선발투수를 길게 끌고 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그리고 이후 임태훈∼왈론드∼고창성∼정재훈으로 이어지는 투수교체 역시 초스피드로 이뤄졌다. 정재훈이 8회말 2사후 박한이에게 3점홈런을 맞으면서 결과적으로 패했지만 그 이전까지 상대의 흐름과 숨통을 끊어가는 용병술은 선 감독이 혀를 내두를 만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에 앞서 “그동안 내 고집대로 야구를 했는데 이젠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달라진 야구를 응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물론 2차전을 잡고 3연승이나 3승1패 정도로 플레이오프를 끝내지 못하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더라도 승산이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앞으로 달라진 김경문 야구를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대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