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에서 베이징올림픽의 이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을까. 두산의 얼굴 김현수가 머리를 짧게 깎고 훈련을 재개했다. 플레이오프의 아쉬움은 털어버리고, 조국과 고창성을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했다. 스포츠동아DB
13일 플레이오프(PO) 5차전이 끝난 뒤 두산 선수단에 약 열흘간 휴식이 주어졌다. 그간 쌓인 피로를 풀고 새로운 마음으로 내년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김현수는 자체휴가를 5일로 줄였다. 정규시즌 133경기에 가을잔치 10경기, 특히 포스트시즌 때 매 경기 1점차 혈투를 벌인 것에 비해 휴일이 다소 짧아 보이지만 그는 “대표팀 소집(25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얼른 몸을 만들어 놔야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현수가 이토록 열심인 이유는 “더 이상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다. 그는 올 가을잔치에서도 또 다시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준PO 타율이 0.118, PO 타율은 0.111에 불과했다. 홈런은 없었고 타점도 2개밖에 올리지 못했다. 결국 PO에서 3차례나 선발라인업에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동안 2번의 한국시리즈(2007∼2008·타율 0.143)에서는 다소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준PO(2009년 준PO 타율 0.538)와 PO(2007∼2009 타율 0.346)에서는 매우 강했던 그다. 하지만 올 포스트시즌은 처음부터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부진이 계속되자 스트레스도 적지 않았다.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삼성과의 PO 3차전 연장 11회에서 손시헌의 끝내기안타가 터졌을 때 그는 그라운드 위에서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중심타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미안함과 그럼에도 똘똘 뭉쳐 승리를 일궈준 동료들을 향한 고마움이 뒤엉켜, 참아왔던 감정을 폭발시킨 것이다.
“올 시즌 3할을 제외하고 목표했던 것을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는 김현수에게 이제 남은 무대는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하나다.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도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친 그의 부활이 시급하다. 김현수는 “‘열심히’가 아닌 ‘잘’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현수와 함께 운동을 하고 있는 또 다른 대표팀 멤버 손시헌, 이종욱도 “(고)창성이가 우리 중에 유일하게 군 면제 혜택을 받지 못했는데 열심히 해서 금메달을 따야하지 않겠냐”며 묵묵히 땀을 흘리고 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