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두산 임태훈 대신 야구대표팀에 승선한 뒤로 마음의 빚을 안고 있었던 KIA 윤석민이 27일 임태훈의 광저우아시안게임 엔트리 발탁 소식에 그 누구보다 기뻐했다. “금메달을 꼭 따서 (임)태훈이에게 보답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사직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정작 더 기쁜건 윤석민이었다
2년전 올림픽, 임태훈 대신 발탁 우승 환희만큼 컸었던 미안함…
이젠 그 빚을 갚을 기회 “골드 피칭, 형만 믿고 따라와”
국가를 위해, 그리고 마음 속으로 큰 빚을 졌던 두산 임태훈을 위해 광저우에서 ‘금빛 투구’를 펼친다. 대한민국 우완 에이스 KIA 윤석민(24)의 입가에는 27일 하루 종일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이날 아침 일찍 윤석민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후배, 임태훈(22)이었다. 가슴 한쪽 항상 아련한 아픔이었던 이름, 임태훈. 설마? 그리고 혹시 하는 마음에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전해진 반가운 목소리. “석민이형, 오늘 부산에 가요!”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조범현 감독과 김시진 투수코치, 그리고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26일 내내 머리를 맞대고 김광현(SK)의 공백을 메울 투수 선발을 고민했다. 그리고 늦은 밤 후보군 중 가장 몸 상태가 완벽하다고 판단된 임태훈을 택했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2년 전인 2008년, 윤석민은 갑자기 구위가 떨어져 대표팀에서 탈락한 임태훈 대신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했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석민은 베이징에서 돌아온 이후 지금까지 금메달의 영광과 기쁨만큼 컸던 임태훈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언젠가는 꼭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윤석민은 올시즌 내내 “베이징올림픽으로 큰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대표팀에서 불러만 준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특히 임태훈의 금메달을 위해서라도 죽을 힘을 다해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임태훈은 전반기 부진으로 대표팀에 낙점받지 못했다. 9월 6일 대표팀 선발 소식을 전해들은 윤석민은 가장 먼저 팀 후배 안치홍과 임태훈의 발탁 여부를 궁금해했고 탈락 사실에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윤석민은 27일 사직구장에서 임태훈의 이름을 꺼내며 박수부터 쳤다. 그리고 “진심으로 축하한다. 광저우에 함께 가지 못해 계속 미안하고,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부산에 오면 반갑게 인사하고 함께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윤석민은 김광현이 빠지게 돼 대표팀에서 그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부동의 에이스 류현진(한화)이 있지만 빠른 직구에 다양한 변화구를 가진 윤석민은 확실한 제2선발에서 마무리까지, 활용폭이 가장 넓다. 김시진 투수코치는 “류현진과 봉중근(LG)은 시즌 종료 후 공백 때문인지 시즌 때 같은 공을 던지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윤석민은 당장 경기에 나가도 충분할 정도로 완벽하게 몸을 만들어 왔다”며 큰 기대를 보였다.
시즌 막바지 롯데 홍성흔, 조성환과의 사구 악연으로 마음고생을 한 윤석민은 “이제 괜찮다. 평소 모습을 되찾았다. 국가대표팀에 좋은 왼손 투수들이 정말 많지만 오른손 투수들도 왼손 투수들을 잘 뒷받침하며 빛날 수 있게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직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