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이 김시진 대표팀 투수코치로부터 단 10분 만에 위력적인 컷패스트볼을 전수 받았다. 단, 조건은 ‘내년 시즌에 넥센전에서는 던지지 말기’다. 사직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김시진코치 전격 전수…위력적 신무기 탄생
조감독 “넥센전엔 던지지마” 감사 또 감사김코치 “대표팀서 후배 지도 특별한 기쁨”
27일 KIA 양현종은 특별한 경험을 했다. 단 10분 만에 위력적인 컷패스트볼을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던졌다. 투수가 변화구 하나를 배우는 데는 심할 경우 몇 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고 투수코치였던 김시진 넥센 감독과 만난 양현종에게 필요한 시간은 딱 10분이었다.
27일 양현종이 불펜 피칭을 위해 몸을 풀자 김시진 대표팀 투수코치는 컷패스트볼을 주문했다. 뉴욕 양키스 마리아노 리베라의 주무기 컷패스트볼은 직구와 큰 스피드 차이가 없지만 좌투수 기준으로 우타자 몸쪽으로 살짝 휘어들어가는 구질이다. 양현종은 그동안 컷패스트볼이 직구와 구속 차이가 커 자주 사용하지 않았다. 구속이 나지 않으면 슬라이더보다 휘는 각이 작은 컷패스트볼은 난타 당하기 딱 좋은 공이 되기 때문이다.
양현종의 투구를 지켜보던 김시진 코치는 “검지와 중지를 비틀며 던지지 말고 엄지만 앞으로 당기고 포심 패스트볼을 던질 때와 똑 같이 던져봐라”고 주문했다.
양현종은 김 코치가 직접 잡아준 그립대로 공을 던졌다. 공은 빠르게 날아가 홈플레이트에서 살짝 휘어들어가며 불펜 포수의 미트에 ‘펑’ 하고 꽂혔다. 스스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지켜보던 조범현 대표팀 감독도 탄성을 지를 만큼 위력적이었다. 몇 차례 더 공을 던졌고, 그 때마다 시속 140km에 가까운 구속을 유지하며 마지막에 휘는 완벽한 컷패스트볼이 꽂혔다.
조 감독은 “김시진 감독께 평생 감사해야겠다. 대신 내년에 넥센전에서는 던지지 마라”고 농담을 섞어 만족감을 표현했다. 양현종은 “느낌이 너무 좋다”며 계속 신기한 듯 그립을 잡았다.
김 코치는 “넥센 감독이지만 여기서는 조 감독이나 나나 모두 대표팀이다. 그 공이 선수와 맞지 않으면 아무리 가르쳐도 던질 수 없다. 양현종이 똑똑해서 금세 익힌 것 같다. 대표팀에서 후배들을 지도할 수 있다는 점은 특별한 기쁨이다”라고 말했다.
사직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