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김병만 “제가 뽑은 올해의 연예대상은요…”

입력 2010-12-26 11: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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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비엠엔터플랜


"현영이는 눈이 높아요. 그래서 아래를 안 보더라고요. '야, 밑에도 신경 써!' 했는데도 돌아오는 반응이 싸늘해요. 이젠 저도 싫어요."

노총각 개그맨 김병만(35)은 눈이 '높'았다. "왜 아직 솔로냐?"고 물었더니, 따로 여자 만날 시간은 없는데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시꺼먼 남자들이 득시글대서 그렇단다. Y-STAR '식신로드'에 함께 출연하는 8등신 방송인 현영(34)이 있지만, 10㎝ 키 차이만큼 두 사람의 간극은 큰 듯했다. 큰 쪽이 현영(169㎝)이다.

김병만은 "(이)수근이는 키 작은 사람만 소개해 줘요. 내 이상형은 큰 사람인데"라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소개팅을 주선하겠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주저리주저리 이상형을 얘기했다.

"엄마 같은 여자요. 제가 철이 안 들어서 어린 여자는 감당하기 어려워요. 넉넉하고 포근한 마음씨의 아가씨 어디 없나요? 연상도 상관없어요. 그리고 무조건 집에서 내조해 주는 사람.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줄 테니 집에만 있어줬으면 좋겠어요."

스포츠지 기자 중에 딱 맞다 싶은 여성이 있어 나중에 그녀에게 물어보니 "됐어요! 벌써 병만이가 나는 싫대요. 그래서 '나도 너 됐거든!' 하고 왔어요"라고 한다. 추진도 하기 전에 '상황 끝~!' 된 셈이다. 물론 그녀의 데스크는 "우리도 사내 특종 좀 해보자"며 아쉬워하지만….

 사진제공=비엠엔터플랜



▶'외줄타기', '외발자전거'…한 달 이상 연습해 서커스 같은 '달인' 완성

2010년은 김병만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S 2TV '개그 콘서트'의 최장수 코너인 '달인'의 주역인 그는 슬랩스틱의 대가 심형래(52)를 잇는 재목으로 손꼽힌다. 2007년 12월 9일부터 매운 고추, 버터 한 통을 입에 쑤셔 넣는 가학적인 개그, 우기기를 소재로 한 개그가 1년 전부터는 차력, 접시돌리기 같은 고난도 서커스처럼 바뀌었다.

-'달인'으로 전성기 인기를 얻고 있어요. 끊임없이 샘솟는 아이디어 대단합니다.
"매주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서요. 데뷔 10년차라 그동안의 비결도 있고, 정말 제가 하고 싶은 팀과 하는 것이라서 팀워크가 찰떡궁합이라 3년까지 한 거죠. 아이디어는 어느 한 명에게 의존하지 않고 각자가 날을 새서라도 구해와요. 다들 바쁠 땐 제 몸뚱이에 의존하는 콩트를 꾸미고, 시간이 있으면 만들기를 합니다. '대나무 공예의 달인'을 할 때는 죽부인 하나 만드는 것도 이틀이 걸렸어요. 제가 원하는 딱 맞는 소품은 다른 사람 손에서 나오지 않아요. 데뷔 전 미용실, PC방 인테리어 작업을 했던 게 큰 도움이 됐죠."

-이젠 진짜 달인이네요.
"공부 쪽에는 취미가 없었고, 어떤 만들어진 것을 공들여 분석하는 습관이 있어요."

손을 보여 달라고 하자 군데군데 굳은살이 박인 거칠고 두꺼운 손바닥을 보여줬다. 그는 부끄럽다는 듯 "손만 보면 농사꾼이에요"라고 웃었다. 그는 '달인'으로 뜨기까지 긴 무명시절을 보냈고, 건물 철거, 신문 배달 등 안 해본 일 없이 온갖 경험을 해야 했다. 그런 고된 고생이 있기에 달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날 그는 '외줄타기의 달인'을 준비 중이었다. 예행연습 전 무대 위에 긴 동아줄이 걸리는 동안, 초조한 듯 마른 입술을 침으로 적신 그는 줄 타는 시늉을 하며 바닥에 발을 지쳤다. 준비 기간은 1달, 방송에 나오는 시간은 4~5분 남짓이다.

-'줄타기 달인'을 준비 중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억지로 달인이라고 우기는 콘셉트로 해왔는데, 지금은 매주 기예에 도전하는 '혼자만의 무한도전'으로 바뀌었어요. 줄타기는 중요무형문화재 58호 김대균 선생님을 사사했어요. 한 달 전부터 틈나는 대로 과천에 가서 배웠는데 정말 난이도 있는 건 못하고 걷기 정도만 하는 거죠."

대기실에 들른 KBS 관계자는 "하루 만에 건너가는 사람이 더러 있는데 바로 특전사 요원 출신들. 그런 사람들도 9시부터 시작해 4시 이후에나 건너갈 수 있다. 그런데 김병만 달인은 2시간 만에 성공했다"고 칭찬했다. 다른 관계자는 "외발자전거도 준비 중인데 굉장히 잘 탄다"고 치켜세웠다.

그가 노우진(30)·류담(31)과 '달인'을 준비하는 과정을 방송 프로그램으로 만든다면 KBS2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MBC '무한도전' 못지않은 감동을 줄 것이다.

-2시간 만에 줄타기에 성공했는데 무대에 오르기까지 한 달이나 걸렸어요?
"한두 번 건너갔다고 무대에 설 순 없어요. 편안하게 건널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무대에 서는 거예요. 혼자 할 때랑 관객이 쳐다보고 있을 때랑 집중도 면에서 확실히 달라요. 외발자전거도 틈나는 대로 연습하고 있어요. 평소에 타고 다닐 정도? 멈춰서 있는 건 힘들고 천천히 다니는 건 합니다. 다 오래 걸리는 건 아니고 접시돌리기는 금방 배워서 연기했어요. 서커스용 접시는 누구나 쉽게 돌릴 수 있게 만들어져서, 저는 일반 접시도 돌려보고 반찬 뚜껑도 돌렸어요."


 사진제공=비엠엔터플랜



▶ '한국의 찰리 채플린' 그의 뒤를 묵묵히 받쳐주는 류담과 노우진

-사람들은 왜 이렇게 '달인'을 사랑해줄까요?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제 아이템 안 나와요'하고 관두면 무책임하잖아요? 그리고 무대 위에서 즐긴다는 생각으로 해요. 아이템이 부족해도 청중의 반응을 애드립으로 승화하기도 해요. '풍선의 달인'은 관객의 도움으로 살아났어요. '탁구공 튀기기'의 달인도 타원형 과자를 탁구 채로 튀기는데 그게 객석으로 날아간 거예요. 관객 한 분이 그걸 받아먹더니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리액션을 해줘요. 아이템도 어느 한 가지로 쭉 가지 않고. 그게 장수 이유인 것 같아요."

-한국의 찰리 채플린이라는 별명도 생겼어요.
"찰리 채플린이란 소릴 듣고 싶어서 '달인'을 시작했는데 요즘 그런 말을 많이 듣게 돼 꿈같이 기뻐요."

-류담은 '삼겹살의 비계 같은 사람'으로 김병만 씨를 비유했어요. 그러면서 '살코기만 먹으면 퍽퍽하고 비계만 먹으면 느끼하다. 함께 먹어야 한다. 병만이 형은 내게 그런 존재다. 함께 할수록 더 빛난다'고 했어요.
"혹시 살코기보다 덜 필요한 사람이라는 소린가? (하하) 류담은 삼겹살 불판입니다. 불판이 있어서 삼겹살이 먹음직스럽게 잘 익잖아요. 저를 맛있게 해주는 사람이 류담인 것 같습니다. 마무리를 맡은 우진이는 디저트입니다. 두 사람 다 얼마나 튀고 싶겠어요? 하지만 코너를 위해 최대한 자제하는 거죠. 이렇게 오래가면서 불만도 있을 텐데, 오히려 저를 응원해주고 형이 잘 돼야 오래갈 수 있다고 응원해주죠. 고마운 동생입니다."

-'노력하는 개그맨 김병만에게 KBS 연예대상을 주자'는 주제로 얼마 전 포털 사이트 다음에 네티즌 청원이 올라왔어요. 연예대상 추진 카페까지 생겼는데, 탈것 같은가요?
"말만으로도 영광입니다. 만약 제가 받는다 해도 제가 받는 게 아니죠. '개그콘서트' 40~50명 중 한 사람으로 받는다는 거죠. 올해로 3년째 후보가 되는 거니까 마음은 비웠어요."

-혹시 상을 꼭 받을 것 같은 예감은 없나요?
"솔직히 못 했어요. 막연하게 '그런 순간이 오면 엄청 긴장하겠네' 정도로만. 소감 준비도 전혀 생각 못하고 있어요."

-정통 코미디보다 예능 프로그램에 상복이 많은 게 섭섭하진 않나요?
"섭섭하지 않아요. 심사위원들 평가가 중요하죠. 그리고 시청자들이 인정해줬으면 됐어요. 데뷔 후 긴 무명 기간 많은 후배들이 저를 치고 올라갔어요. 이젠 인내심이 생겼어요. 그리고 제가 상 받기 위해 개그를 하는 게 아니라 웃기기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쉽게 얘기해서 단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멋있는 발차기를 해 보는 게 좋은 거니까."

-받으면 더 좋지 않나요?
"헤헤. 받으면 좋은 건데 기사니까 예쁘게 나가려고. 받으면 긴장될 것 같아요. 인정을 받았기에 항상 그 정도는 해야 하잖아요?"

-자신을 빼고 가장 수상이 유력한 후보는?
"이경규 선배님이요. 누가 봐도 공헌도가 크잖아요? 저보다는 거인인 거죠. 포스가 있는 분이고. 강호동 선배님도 잘하셨지만 지난해 받았으니까."


 사진제공=비엠엔터플랜



▶"'1박 2일' 6번째 멤버? 수근이 밥줄 끊길까 봐 안 가"

-동갑내기 친구 이수근과 그랜드 힐튼 호텔 컨벤션홀에서 연말 특집 공연 '이수근 김병만 쇼'를 할 예정이라고 하던데.
"실제론 '김병만-김병만 쇼'죠. 이수근은 엑스트라예요(웃음). 워낙 친해서 장난치다 보면 많은 아이디어가 나와요."

-이수근 씨와는 '단신 콤비'로 불리잖아요. 같이 다니는 이유는 동병상련 때문인가요?
"걔가 잘됐잖아요. 돈 벌려고 같이 다녀요. 그리고 수근이는 장신이죠. 이 친구는 165.4㎝이고, 저는 158.7㎝입니다. 그리고 요새는 서로 붙어 있을 기회가 없어요. 이 친구는 결혼해서 가정이 생겼으니까. 공연준비를 통해 다시 재밌게 노는 거죠. 이 친구랑은 쭉 같이 가는 게 꿈이에요."

-이수근 씨가 나오는 KBS 2TV '1박2일'에서 병역기피 혐의로 기소된 MC몽을 대신할 후보로 누리꾼 사이에서 꾸준히 거론됐어요.
"제가 가면 수근이가 죽어요. 수근이 밥줄 끊길까 봐 안 가는 거죠. 오라는 얘기는 있었느냐고요? 아뇨 없었어요. 안 불러주더라고요. 제가 거기 가서 어떻게 수근이를 따라가겠어요. 정말 해보고 싶은 건 '아마존 야생에서 리얼로 살아남기'예요, 진짜로. 다큐멘터리가 돼버릴까 봐 걱정되긴 한데, 아마존에 딱 떨어뜨려 놓으면 바로 고릴라와 대화하고 정글의 리더가 되지 않을까요? 타잔처럼 말이죠."

-얼마 전 KBS 단막극 '소년, 소녀를 만나다'서 김병만 역 출연했고, SBS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도 잠시 나왔어요. 꿈은 연기자인가요?
"희극배우가 꿈이죠. 지금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하지만 제일을 꼽자면 '희극 배우'인 거죠. 가장 큰 소망은 희극배우 김병만에게 어울리는 작은 영화를 만드는 거예요. 감독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돈 버는 걸 떠나서 저만의 세계를 펼쳐보고 싶어요. 심형래 선배처럼 스케일이 큰 영화는 엄두고 안 나고, 예전에 구봉서, 배삼룡 선생님처럼 광대적인 느낌으로 가고 싶어요. 구수한 된장처럼. 그런 거에 목말라 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사인회 열면 나이 지긋한 분들이 오세요. 아 내가 코미디를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죠."

-그럼 전문가적 견지에서 심형래 씨 영화('디 워', '라스트 갓 파더')에 대해 평가한다면?
"재미없어요. 코멘트도 하기 싫어요(웃음). 맞아 죽겠죠?"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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