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은퇴의 오해와 진실…무릎 진짜심각

입력 2010-12-2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박지성과 박지성 부친 박성종, 스포츠동아DB.

부친 박성종씨가 밝힌 ‘박지성 은퇴의 오해와 진실’
박지성의 은퇴발언과 관련된 사항을 4개로 정리했다. 언제 은퇴를 결심했으며 왜 아시안컵을 앞두고 아버지 박성종씨(사진)를 통해 은퇴발언이 나왔냐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결심을 하게 된 속내가 궁금했다. 박성종씨의 입을 빌려 진실을 알아본다.


11월 결심후 “조감독 만나달라” 부탁
맨유 선수 생명 경고 보도는 사실무근
본인이 비행후 무릎 악화 느껴서 결단
아시안컵이 마지막…은퇴경기는 없다


○은퇴 결심은 언제

박지성은 남아공월드컵 전에도 여러 차례 국가대표 은퇴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논란이 본격 촉발된 건 박성종 씨가 12월 중순 대표팀 전훈지 제주도에서 기자들을 만나 “아시안 컵 끝나고 은퇴 한다”고 밝히면서부터였다. 박 씨가 대표팀 훈련장을 찾는 일이 드문 데다 박지성 은퇴라고 하면 기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알면서도 아버지가 이런 말을 했으니 공식 입장이 돼 버렸다.

박 씨는 원래 대표팀 조광래 감독을 만나기 위해 제주도에 갔다. 11월 중순 박지성의 이사를 도와줄 겸 영국에 다녀왔는데, 이 때 심도 있게 고민하고 논의한 끝에 ‘아시안 컵 후 은퇴’ 결심을 내렸다.

박지성은 가장 먼저 대표팀 감독에게 알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고, 아버지에게 조 감독을 찾아뵈라고 부탁했다.

박 씨는 “왜 아버지가 나서느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이런 중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데 에이전트를 보낼 수는 없지 않느냐. 지성이 본인이 아니라면 아버지인 내가 직접 감독님께 말씀드리는 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정적 배경은

은퇴 결심을 굳히게 된 결정적인 배경은 뭘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의료진이 대표팀을 오가며 무릎을 혹사하면 선수 생명이 2년으로 줄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아 결심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아버지는 “전혀 사실무근이다”고 잘라 말했다. 재차 물었지만 박 씨는 “구단에서 특정 기간을 언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구단에서는 지성이가 수술 받은 무릎은 정상이 아니라고 늘 경고했다. 대표팀 관련 발언은 민감하게 비화될 수 있기 때문에 구단에서도 절대 말하지 않는다. 다만 조심하고 늘 유의하라고 조언하는 수준이었다.”

박지성이 스스로 이상을 느낀 게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박 씨는 “장기간 비행을 하면 무릎에 물이 차는 주기가 예전에 비해 점점 짧아졌다. 경기 출전 횟수가 많다 싶으면 금방 또 무리가 갔다. 선수 본인보다 그걸 더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나. 본인이 대표팀과 소속 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는 없다고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맨유와 2012년 6월까지 계약돼 있다. 박 씨는 “계약기간을 넘어 맨유에서 더 오래 뛰고 싶은 게 지성이 생각이다. 몸이 허락하는 한 그라운드에서 오래 뛰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선별 차출 반대

일부에서 제시된 대표팀 선별 차출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선별 차출이라는 말이 나올 것도 예상했다. 그러나 말이 안 된다는 게 지성이 생각이다. 그의 성격을 잘 알지 않나. 평소에는 리그에서 뛰다가 중요한 경기 때만 대표팀에 합류하라는 말에 응할 리 없다. 국가대표 운영 원칙에도 맞지 않다.”

“대표팀에 더 남아서 후배들에게 도움을 달라”는 의견에 박 씨는 절절하게 호소했다. “두 가지 다 할 수 있는 몸이라면 왜 은퇴를 말하겠나. 대표팀 싫은 선수가 어디 있나. 그러나 지금 그게 안 된다. 지성이 지인들과도 많은 상의를 했다. 처음엔 다들 대표팀 더 하라고 하다가 무릎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면 다 수긍했다. 지성이 은퇴는 누가 설득해서 번복할만한 성질이 아니다. 섭섭하시더라도 지금 지성이의 몸 상태를 좀 알아 달라.”

○대표팀 아시안 컵 마지막 경기가 은퇴경기

박지성이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아부다비의 대표팀 캠프에 합류하면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은퇴에 대한 의견을 물을 것이다. 축구협회 조중연 회장 역시 현지로 가서 박지성의 의중을 들어볼 계획이다.

그러나 박 씨는 “지성이 성향 상 대회 기간 중 공식 입장을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단언했다. 분명한 건 박지성이 아시안 컵을 자신의 국가대표 마지막 대회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퇴경기에 대해 묻자 박 씨는 “은퇴경기 같은 것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그런 일은 없다. 아시안 컵에서 한국팀이 치르는 마지막 경기가 지성이의 국가대표 은퇴경기다. 한국이 결승까지 올라 우승해서 결승전이 지성의 은퇴경기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