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스포츠] 삼성 감독 교체의 득과 실

입력 2010-12-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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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동열 감독이 전격 사퇴했다. 당연히 ‘권고사직’이다. 본인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보인다. 지난 6년간 한국시리즈 2연패와 2010시즌 준우승 등 성적으로 보면 바뀔 이유가 전혀 없다. 물론 대구 팬들의 신뢰를 받지 못했고, 선수들로부터 신망을 얻지 못했고, 팬 프렌들리 측면에서 아쉬운 점은 있으나 팀을 우승시킨 공로까지 폄하돼서는 안 된다.

아무리 ‘새 술은 새 부대에’를 외친다고 하나 이런 방식의 감독 교체는 팀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다. 굳이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면 2009시즌 후가 적기였다. 당시 시즌 중반 재계약이 결정되면서 5년 임기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구 팬들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불만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트라우마’다. ‘1980∼1990년대’ 가장 상처를 준 팀의 선수가 감독이 돼서 우승하자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되살아났다. 둘째는 지키는 야구에 대한 아쉬움이다. 선동열 야구에는 드라마가 없다고 여긴다. ‘뻔한 야구’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일의 절차를 생각하면 이런 방식의 감독 교체는 ‘대재앙’의 시작일 수도 있다. 이번 감독 교체에는 새로 부임한 김인 사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돼 있다고 여겨진다. 아직 한 시즌도 치르지 않은 사장이 내린 결정치고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29년간 삼성을 거쳐 간 수많은 과거의 사장들을 떠올려보면 이번 조치가 얼마나 위험이 큰 것인지 유추할 수 있다. 팀을 준우승시키고, 게다가 계약기간이 4년 남은 감독을 명분 없이 교체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에 가깝다. 차기 감독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숙제를 안겨준다. 새로 부임한 류중일 감독에게도 엄청난 심적 부담이다.

세계적 기업 삼성이 국내프로야구에서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는데 20년의 시간이 필요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당장 내년 시즌 삼성이 조금만 부진해도 수많은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과연 이런 상황을 고려하고 내린 결정인지 의문이다.

어쨌든 삼성은 역사상 처음으로 사장, 단장, 감독을 모두 새 인물로 구성해 내년 시즌을 맞게 됐다. 이런 모험이 의미 있는 결과로 귀착될지, 실험으로 끝날지는 시즌이 끝나봐야 알 수 있지만 과거의 경험으로만 보자면 한번도 성공한 사례가 없다.

한마디만 조언하자면 프런트가 운영이 아니라 야구경기에 개입하는 순간 팀은 서서히 망가진다. 평생 야구장에서 승부사로 살아온 김응룡 전 삼성 사장이 재임시절 야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근성이 있니, 없니, 야구가 재미있니, 없니’는 오직 팬들만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지 프런트의 몫은 아니다.

단, 구단의 인사권은 철저히 프런트에 있음은 동의한다. 단지 권한이 부여된 만큼 그에 대한 책임도 프런트의 몫임을 동시에 기억하자. 삼성의 실험과 행보는 내년 시즌 야구계의 핫이슈가 될 것 같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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