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 박진영 노출증…이수만 양현석과는 달리…

입력 2011-01-07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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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의 초점은 '가수 박진영' 아닌 'JYP 수장'
● 대중 노출에 애정 넘어 집착까지?
● 'JYP=박진영' 이미지, 이제는 선택해야할 때
근래 미디어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연예인은 아이유나 소녀시대, 고현정이 아니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대주주이자 실질적 수장인 가수 박진영이다. 계속해서 각종 '사건'들을 터뜨리며 대중의 이목을 끌고 있다. 현 대중문화계 상황에선 가히 최고의 이슈메이커로 볼 수 있다.

박진영은 지난해 12월21일 KBS2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출연, 2009년 가을부터 2010년 봄에 걸쳐 대중음악계 최대 화제였던 '2PM'의 전 리더 재범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 박진영은 이날 방송에서 재범 탈퇴 문제에 대해 "회사가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는데 더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너무나 큰 사건이어서 아이를 보호하는 것과 대중을 기만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을 했다. 밝히면 이 친구가 다칠 것 같아서 더욱 힘들었다"고 밝혔다.


▶'JYP수장'의 튀는 행보, 왜?

사실상 논란을 잠재우기보다 오히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듯한 발언이어서 이날 방송분은 재범 팬들은 물론 일반 대중에까지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그러더니 며칠 지나지 않은 12월27일에는 박진영의 JYP와 한때 JYP 소속이었던 가수 비의 소속사 제이튠엔터테인먼트(이하 제이튠)의 '전략적 제휴' 보도가 나왔고, 30일 제이튠이 JYP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사실상 우회상장 시도라는 분석이 등장했다.

거기다 자신과 JYP 소속 그룹 '미쓰에이'를 제이튠으로 이적시키면서 우회상장 심사를 피해가려는 방책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물론 연예기획사의 우회상장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JYP-제이튠 간에 벌어진 이 상황은 우회상장 규정의 맹점을 이용한 전략과 전술이 혀를 내두르게 했다는 점에서 동종 사례 중 최고 이슈가 됐다.

그러더니 다시 또 며칠 뒤인 지난 4일 한류스타 배용준과 함께 제작한 KBS2 월화드라마 '드림 하이'에 영어선생 양진만 역으로 직접 출연, 능청스런 찌질남 연기를 선보였다. 박진영은 극중 자신의 히트곡 '날 떠나지 마'를 연주하는 등 자신의 본래 이미지를 굳이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 대중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이 역시도 신년 초 미디어의 또 다른 화젯거리가 됐다.

지난해 말 열린 KBS2 드라마 \'드림하이\' 제작발표회장에서 공동 제작자 배용준과 함께 포즈를 취한 박진영. 박진영은 이 드라마에 직접 출연도 한다. 스포츠 동아 자료사진.


잘 살펴보면 이들 이슈의 초점은 사실상 '가수' 박진영이 아니라 'JYP 수장' 박진영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자기 회사의 전 소속 연예인 이슈, 회사의 우회상장 이슈, 나아가 자신이 제작에까지 관여하며 출연한 드라마 이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관심 있어 한 건 '날 떠나지 마'의 가수가 아니라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 미쓰에이 수지의 '사장님'이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박진영 본인도 이를 인지한 채 이슈 몰이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경우다. 흔히 3대 연예기획사로 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그리고 JYP의 수장은 모두 가수 출신이다. 다들 '연예인 끼' 정도는 있는 인물들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각각 연예기획사를 꾸리고 나서부터 간접적으로만 미디어에 노출되거나, 아예 은둔에 가까운 태도까지 취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게 사업적으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진영은 다르다. 지난 12월 말부터 벌어진 '박진영 이슈 러시'도 우회상장 건 정도를 제외하자면 모두 박진영 본인이 의도적으로 일으킨 것들이다. 박진영은 대체 왜 이토록 '튀는' 모습을 보여주는 걸까.

물론 SM의 이수만, YG의 양현석과 박진영은 같이 놓고 보기 힘든 면도 있다. 이수만은 44세를 맞이했던 1995년 SM엔터테인먼트를 창립했다. 나이도 나이지만, 이미 가수로서 생명이 끝난 지 10여년이 지난 상태였다.

연예인으로서의 미련이 완전히 휘발된 시기에 사업을 시작한 이수만과 한창 가수로서 인기를 끌던 26세 나이에 JYP를 창립한 박진영은 입장과 경영관, 비전이 다를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양현석과 박진영을 같이 놓고 보는 것도 힘들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아무리 현상적인 인기를 끈 그룹이었다지만, 결국 양현석은 그 당시에도 서태지가 아니라 '아이들' 중 하나였다.

그룹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맡았고 지금도 여러 뮤지션들의 사업적 보조 역할을 맡고 있는 그와, 솔로가수로서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던 박진영 사이 대중노출에 대한 애착과 집중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박진영의 유난한 이슈 몰이 태도는 이처럼 단순한 해석으로 그치기가 힘들어진다. 박진영이라는 인물과 그 방향성 자체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대한 흐름의 일부라는 점을 알게 된다. 그 흐름을 놓고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박진영을 새롭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녀는 예뻤다'로 가요계 정상에 오른 1997년의 박진영. 동아일보 자료사진.



▶JYP 소속 아이돌은 모두 '박진영'으로 통한다?

먼저 박진영은 JYP의 모든 부분, 모든 종류의 콘텐트적 이슈와 심지어 문제점까지 모두 자신에게로 소급되도록 꾀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례들은 많다. 박진영은 '원더걸스'가 제대로 론칭되고 난 뒤 '노바디'와 '2 디퍼런트 티어즈'까지 모두 그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고 있다. '노바디'에서는 아예 '내가 키운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를 분명히 각인시켰고, '2 디퍼런트 티어즈'에서는 '미녀삼총사'의 '찰리'처럼 원더걸스에 명령을 내리는 절대적 상사로 등장했다.

'2AM' 멤버 조권이 출연하는 TV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도 출연해 조권으로부터 '형' 호칭을 받으며 자기 음악을 선보였고, 따지고 보면 과거 량현량하의 노래 가사에도 자신과 만난 사연을 집어넣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2PM은 물론 JYP 소속 가수들 전체의 이슈에 자신이 직접 끼어드는 것도 이 같은 태도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김승우의 승승장구'만 해도 2PM의 이슈를 자기 자신의 이슈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한 마디로 박진영 대 박재범의 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SM이나 YG 등 소속의 여타 아이돌과 달리 JYP 소속 아이돌들은 유난히 박진영에의 예속적 이미지가 지워지질 않고 있다. 원더걸스는 아예 박진영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스타성 없는 소녀들로 비쳐지고 있고, 이번 제이튠과의 '전략적 제휴' 역시 뛰쳐나간 탕아를 다시 받아들여 자기 수하로 놓는다는 이미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박진영은 JYP 관련 이슈들에서 빠질 수가 없고, 자신이 스피커가 돼 상황을 알리려하다 보니 미디어 노출도도 높아지고 이슈몰이 과정에서도 빠질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이 자사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장악력 확보 차원 문제인지 아니면 자사 소속 연예인들을 통해서라도 계속해서 이슈를 자신에게로 집중시켜 스타성을 유지하고 싶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JYP의 이슈는 박진영의 이슈가 되고, JYP의 성공도 실패도 모두 박진영의 성공과 실패로 귀결되는 대중 인식을 가져온 것만은 사실이다.

물론 반대로, 박진영의 이슈는 JYP의 이슈가 되고 박진영의 성공도 실패도 모두 JYP의 성공과 실패로 귀결되고 있기도 하다.

한편, 박진영은 늘 '시대'를 읽는 뮤지션이자 사업가였다는 점도 간과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애초 박진영이 버거운 섹슈얼리티로 무장해 솔로 데뷔한 상황부터가 그랬다. 그런 콘셉트는 1990년대 중후반 한국 청년세대 분위기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박진영이 노래 가사로 무대 의상으로 미디어 인터뷰로 보여준 모습과 언어는 신좌파적 사고에 경도된 포스트386세대의 구미에 잘 들어맞는 것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박진영은 당시 X세대라는 호칭으로 불린 신세대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거기서부터 서태지 등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스타덤이 형성됐다.

그러다 JYP 창립 시점 즈음해서 IMF 외환위기가 찾아오고 갑작스런 경제 불황이 찾아들자 박진영은 슬쩍 방향성을 바꿨다. 1998년 데뷔시킨 아이돌그룹 'god'를 '경제 불황형 아이돌'로 내놓은 것이다. 풍족하고 여유 있었던 신좌파 세대의 갈등 대신 '어머님께'라는 데뷔곡을 통해 "우리 집은 어려서부터 가난했었고"로 시작되는 가사를 읊게 했다. 곧 경제 불황형 아이돌의 핵심은 우상화가 아니라 친근감 확보라는 개념을 확립한 것이다.

또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코너 'god의 육아일기'를 통해 살갑고 친근하며, 우리와 닮은 아이돌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 같은 전략이 모두 맞아떨어져 'god'는 한동안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승승장구했다.

'원더걸스'의 ‘노바디’, ‘2 디퍼런트 티어즈’ 뮤직비디오에 모두 출연한 박진영. '원더걸스'는 이제 박진영을 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종속적 관계로까지 비춰진다. 스포츠 동아 자료사진.



▶'셀러브리티의 시대'에 맞는 전략?

그렇다면 지금의 이슈 몰이 구도는? 그 역시도 '시대' 읽기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 대중음악계는 이른바 '셀러브리티의 시대'로 접어든 상태다. 뛰어난 콘텐트가 나와 그 주체를 스타로 띄워 올리는 구조가 아니라, 이미 해당인물이 셀러브리티이므로 그가 내미는 콘텐트가 성공하는 식이다.

별달리 주목을 못 받던 그룹 멤버도 TV버라이어티 쇼에 나와 인기를 얻으면 곧바로 싱글 또는 듀엣 싱글이 대박 나고, 심지어 MBC '무한도전' 등 TV버라이어티 쇼에서 행한 가요제 싱글이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셀러브리티성이 전무한 신인을 제대로 론칭시킬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소속사를 파는 게 제일 유리하다. '소녀시대' 소속사의 신인이니 '에프엑스'가 주목받고, '빅뱅' 소속사의 신인이니 '2NE1'이 주목받는 식이다.

박진영은 여기서 더 나아가 JYP의 상징인 자기 자신이 나서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모든 종류의 자사 소속 아이돌의 이슈에 뛰어들고 신인을 론칭할 때도 미디어 보도에 꾸준히 등장하며 자신의 셀러브리티성을 나눠준다.

이런 방식이 계속 먹히려면, 당연한 애기지만, 박진영 본인부터가 셀러브리티성을 확고히 다져놓아야 한다. 드라마 출연까지도 감행하며 어떻게든 미디어 노출도를 높이고, 가장 자극성 심하고 인지 효과가 높은 노이즈를 일으켜 '셀러브리티 시대'에 적응해낸다는 것이다.

복잡한 방식이긴 하지만, 박진영 정도로 시대의 공기를 읽어내는 사업가라면 충분히 감안했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박진영 특유의 전략, 자사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장악력 과시, 자기 자신의 셀러브리티성 유지를 위한 노력 등은 과연 향후에도 계속 먹힐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은 먹히고 있는 게 맞다. 박진영이 키워낸 뮤지션들의 연이은 성공과 박진영 본인의 위상 유지만으로도 익히 알 수 있다. 그러나 향후는 다소 위험하다. 구조적으로 너무 심하게 얽히고, 그것도 미디어 노출도가 높은 방식으로 방향성이 고착화돼 있어 그렇다.

당장 2PM 문제만 해도 그렇다. 그대로 JYP의 문제인 동시에 박진영 본인의 문제가 된다. 박진영 본인이 셀러브리티성 유지를 위해 그처럼 복잡한 이슈에 알아서 먼저 뛰어든다. 그러나 거기서 생기는 트러블은 모두 함께 나눠 갖는 구조가 된다.

2PM 멤버 박재범의 처분은 바로 박진영이 내리는 것이고 박진영과 2PM 멤버들은 '형 동생 사이'이므로 교감이 확실하다는 인상을 줘 '한 통속'이라는 이미지가 박히게도 된다.

이번 JYP-제이튠 문제도 마찬가지다. 비가 자신의 장악력 하에 있었던 '동생'이었기에 받아줬으며, 사실상 무리한 '제휴'였을 수도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미쓰에이를 이적시키는 과정에서 자사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장악력이 부정적으로 비쳐지게도 된다.

다른 연예기획사들에는 이런 문제가 적다. 예컨대 SM엔터테인먼트 내부의 문제가 이수만이라는 인물을 거쳐 소녀시대로 바로 소급되는 대중 인식의 도미노 현상은 나오질 않게 된다.

복잡하고 예민한 틀을 짜놓은 박진영의 계산법 탓에 JYP는 다른 회사들은 지지도 않아도 될 부담스러운 짐을 다수 짊어지게 된 셈이다. 원더걸스의 무리한 미국 진출 시도가 박진영의 야욕으로 바로 해석된 것이 그 예다.

또 같은 소속사 연예인들은 물론 전 소속이었던 비의 방향성과 얼기설기 얽히며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내게 될 때, 이미 박진영이 짜놓은 판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보다 냉정히 바라보자면, 현재 2011년을 살아가는 대중에게 박진영이라는 인물은 왜 그가 계속해서 화제의 중심이 돼야하는지 이해가 안 가는 존재에 가깝다. 정작 화제가 돼야할 인물들을 장악하고 있기에 미디어를 통해 어쩔 수 없이 계속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그런 행보가 JYP 론칭 초기 분명 도움을 준 것도 없지는 않지만, 지금은 그 단계를 넘어섰다. 박진영이 나서지 않아도 JYP는 브랜드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아 승승장구할 수 있으며, 어찌 보면 박진영이 자기 음악 안에 자사 소속 아이돌을 가둬놓고 자기 자신을 마케팅 툴로 자꾸 응용하려다 보니 JYP 아이돌들은 자체생존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일 수 있다.

JYP와 그 소속 연예인들이 제대로 해나가기 위해선, 박진영은 지금 단계에선 뒤로 물러서는 게 더 낫다는 얘기다. 박진영이 '가수'나 '연예인'으로서의 욕구 대신 '사업가'로서의 현재 자기 역할에 충실했다면, 지난 10여일 펼쳐진 '박진영 이슈 러시' 과정에서도 정작 짊어져야 할 짐은 우회상장 건 밖에 없었다.

또한 만약 사업가 역할에만 집중했다면 우회상장 건마저도 파장은 지금보다는 적었다. 프로듀서로서의 역할도 분명 존재한다는 입장이 설 수도 있다. 그러나 그조차도 미디어 노출과는 별 관계없다. 아무리 닥터 드레가 에미넴 앨범을 프로듀싱했다 해도 그의 존재가 드러난 것은 그래미상 시상식장에서밖에 없었다.

박진영은 이제 선택을 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자신이 장악하고, 그를 통해 자신이 스타성을 유지하는 위험천만한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느냐, 아니면 사업적 영역과 음악적 영역에 국한해 자신의 역할을 상정하고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하느냐 사이의 선택이다.

사실 이 선택지에서 선택해야 할 정답은 이미 나와 있는 상황이다. 이를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이다. 박진영이 진정으로 어떤 인물인지는, 이처럼 간명한 문제에 대한 선택을 지켜보고 난 뒤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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