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Star] 이병규 “내게 시련은 희망의 또다른 이름이었다”

입력 2011-01-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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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이 수직 상승해 1억원을 보장받은 ‘작뱅’ 이병규(LG). 신고 선수 출신으로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억대 연봉을 받게 된 이병규의 2011년이 어느 때보다 기대된다. 스포츠동아DB

LG최초 신고선수 출신 억대 연봉자, LG '작은' 이병규
LG의 ‘작은’ 이병규가 억대연봉선수가 됐다.

‘작뱅’ 이병규는 지난해 연봉 2800만원에서 단숨에 연봉 1억원을 보장받았다. LG구단 최초로 억대연봉을 받는 신고선수가 탄생한 셈이다.

흔히 ‘빅5’ 라고 불렀던 5명의 국가대표 외야수 틈바구니에서 이병규가 보여준 지난해 활약은 신선했다.

103경기에 나가 타율 3할, 12홈런, 53타점, 57득점을 올렸다.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그래서 많은 팬들은 ‘작은 이병규’가 보여줄 2011년 활약에 커다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올해 이병규의 목표는 “지난해보다 잘하는 것”이다. 자신은 아직 주전이 아니라며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단계가 아니라고 했다.

신고선수로 입단해 억대연봉선수가 된 이병규의 ‘LG발 신고선수 신화’가 주목된다. 최고로 평가받는 그의 스윙과 탁월한 컨택능력이라면 또 한 명의 타격머신이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빠르고 간결한 최고의 스윙

지난해 7월 9일 두산전. 3-7로 뒤진 7회말 1사 2,3루에서 이병규가 대타로 나섰다. 두산 투수는 고창성. 이병규는 고창성의 2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담장을 넘기는 3점홈런을 만들었다.
박종훈 감독은 “몸쪽으로 낮게 들어온 공이다. 정말 치기 힘든 공을 쳤고 홈런이 됐다”고 칭찬했다.

지난해 9월 1일 롯데전. 이병규는 3회 2사후 사도스키의 바깥쪽 높은 직구를 밀어쳐 좌측담장을 넘겼다. 고창성의 몸쪽 낮은 슬라이더나 사도스키의 바깥쪽 높은 직구 모두 치기 힘든 공이었지만 이병규는 쉽게 쳐냈다.

이병규를 본 타격코치들은 한결같은 얘기를 한다.‘최고의 스윙을 몸에 지녔다’는 것이다. 팀내에서 배트 스피드가 가장 빠르고 어떤 각도의 공도 쳐낼 수 있는 정교함이 스윙에 담겨있다.박종훈 감독은 이병규에게 “좌투수 공을 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이병규의 좌투수상대 타율은 0.161에 불과하다. 우투수상대 타율 0.355와는 큰 차이다. 하지만 이병규는 지난해 5월 11일 최고투수인 한화 류현진에게서 홈런을 뽑아냈다. 유형과 코스를 가리지 않고 쳐낼 수 있는 능력이 ‘작뱅’에게는 있다.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LG팬들에게 커다란 즐거움이다.


○생애 첫 끝내기 안타

“끝내기 안타 기분 좋던데요. 올해 끝내기 안타 많이 치고 싶습니다.”

지난해 9월 19일 KIA전에서 이병규는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쳤다. 3-4로 뒤진 연장11회말 2사 1,2루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역전 2타점 2루타를 기록했다.

이병규에게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찬스때 약한 타자’라는 꼬리표가 있었다. “찬스가 오면 생각이 많아져요. 특히 나쁜 생각들….” 그가 말하는 나쁜 생각은 최악의 결과다.

“1사 만루 때는 병살타가 생각나고 1사 2,3루 때는 내야땅볼 치면 안되는데…. 그런 식이죠.” 찬스 때만 되면 찾아오는 달갑지 않은 생각 때문에 그는 찬스 때 망설이게 됐고 소극적인 타자가 됐다.

타격코치가 초구부터 적극적인 스윙을 주문해도 방망이가 쉽게 나가지 않았다. “이걸 못 이겨내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항상 즐겁게 타석에 들어가고 긍정정인 생각으로 바꾸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난해 이병규의 득점권 타율은 0.323으로 수준급이다. 시즌 초에는 여전히 찬스에 약했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이미지를 바꿔가는 데 성공했다. 특히 생애 첫 끝내기 안타는 그에게 커다란 자신감을 갖게 했다.


○지난해보다 잘하고 싶어요

올해 목표를 묻자 이병규는 그저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다”고 했다.

자신은 아직 주전이 아니라며 지난해보다 잘했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올해 LG 외야는 빅5가 그대로 있다.

좌익수 자리를 놓고 이병규와 큰 이병규, 그리고 상무에서 제대한 정의윤이 경쟁한다. 중견수는 이대형, 우익수는 이진영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택근은 1루수 출장이 예상되고 박용택은 지명타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지난해 빅5와의 경쟁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던 이병규가 올해는 정의윤이라는 또 한 명의 경쟁자를 만났다. “의윤이와는 스프링캠프 룸메이트예요. 서로 열심히 해서 함께 윈윈했으면 좋겠습니다.”


○LG의 신고선수 신화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2005년 10월 LG 트윈스의 가을 테스트에 지원했다. 대학팀과의 연습경기에 LG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6경기에서 이병규가 기록한 타율은 무려 5할5푼. LG 코칭스태프는 “타격능력 하나는 기대해볼 만하다”는 보고서를 올렸다.

첫해인 2006년 가을 이병규는 2군경기도중 오른쪽 무릎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이병규는 “수술이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1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했다. 몸무게가 7kg이 늘었고 몸에 힘이 붙었다.

2008년 이병규는 2군리그를 평정했다. 2군이지만 무려 0.426이라는 꿈의 타율로 수위타자가 됐다.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할 쿠바대표팀과의 연습경기도 그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다.

1회 쿠바선발 베라의 초구를 밀어쳐 2점홈런을 날리더니 4-4 동점인 9회말에는 끝내기 홈런까지 기록했다. 이병규는 한계단씩 정상을 향해 올라가며 또 한편의 신고선수 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내 생애 최고의 꿈은 수위타자

이병규의 가슴속 깊은 곳에 간직한 꿈은 수위타자다. LG는 그동안 양준혁, ‘큰 이병규’, 박용택 등 3명의 수위타자를 배출했다.

만약 이병규가 수위타자가 된다면 팀내 4번째, 신고선수로는 두산 김현수에 이어 두번째 수위타자가 된다. 서용빈 타격코치는 “병규는 선구안과 컨택능력이 좋은 타자다. 좀 더 경험을 쌓는다면 타율이 급상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용달 전 LG 타격코치는 “굉장히 좋은 스윙과 밸런스를 갖고 있다. 3할은 쉽게 칠 수 있는 타자”라고 말한다. 당장은 주전이 되는 게 이병규의 당면과제다. 그가 수위타자에 도전할 만한 타격능력을 과연 올시즌 보여줄지 기대된다.


○항상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준비한다

‘주니치의 이병규가 LG로 돌아왔다.’‘LG가 넥센의 이택근을 영입했다.

’2009년말 작은 이병규가 접한 소식은 1군무대를 더욱 멀게만 느끼게 했다. “빅5를 어떻게 넘을까 걱정도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했죠.”

이병규는 지난해 팬들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선사했다. 신고선수 출신인 그가 쳐내는 안타 하나 하나는 색다른 감동으로 팬들에게 전달됐다. 지금 그는 억대연봉을 받게 됐다는 기쁨을 누릴 시간이 없다. 올시즌 헤쳐나가야 할 높은 파도를 생각하고 넘어설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해 눈물이 날 만큼 서러웠다”는 이병규에게 2011년은 정말 중요하다. 주전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올시즌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다면 그는 진정한 LG의 중심타자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이병규는?
▲생년월일=1983년 10월 9일
▲출신교=대구율하초∼경상중∼경북고∼한양대
▲키·몸무게=178cm·90kg(좌투좌타)
▲프로데뷔=2006년 LG(신고선수)
▲2010시즌 성적=103경기 307타수 92안타(타율 0.300) 12홈런 53타점 57득점
▲2011년 연봉=1억원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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