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한대화 감독은 하와이에서 연세대를 졸업한 신인 포수 나성용(23)을 바라보면서 “포수 수비는 아직 미흡하지만 힘은 참 좋다. 재능을 잘 살리면 좋은 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 그 예감이 결국 적중할 모양이다. 나성용이 15일 SK와의 대전 시범경기에서 ‘미친 존재감’을 뽐냈다.
한화가 0-1로 뒤진 3회. 나성용은 선두타자로 나섰다가 SK 선발 김광현의 초구 높은 슬라이더(122km)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동점 솔로포(110m)를 터뜨렸다. 나성용의 한 방은 한화 에이스 류현진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웠을 뿐 아니라 그 자신에게도 의미가 있는 홈런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좋은 투수 중 한 명이라는 김광현을 처음 상대하면서 초구부터 홈런을 쳤다는 게 내게는 영광이다. 또 관심이 집중돼 있는 경기에서 현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 “앞으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나성용과 김광현의 대결은 4회 1사 1루에서 한 번 더 돌아왔다. 그리고 김광현이 던진 직구 두 개가 모두 볼이 되면서 볼카운트도 유리해졌다. 하지만 그 순간 공교롭게도 민방위 훈련이 시작되면서 15분 동안 경기가 중단됐고, 김광현은 마운드를 매그레인에게 넘겼다.
비록 매그레인을 상대로도 좌중간 안타를 만들어 내긴 했지만 나성용에게는 다소 아쉬웠던 순간. 나성용은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왠지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경기가 끊겨서 허탈했던 게 사실”이라며 멋쩍게 웃었다.대전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