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한때 ‘드라이버샷 입스’ 환자였다

입력 2011-04-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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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제주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에서 열린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극적인 역전승으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심현화가 우승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

‘무명’ 심현화 롯데마트 여자오픈 여왕등극…
생애 첫 우승 파란만장 허스토리

국가대표 상비군 등 아마시절 유망주
프로선 ‘입스’ 시달려 한때 필드 떠나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건 골프뿐…”
3부투어 새출발…시련딛고 우승 결실
“안녕하세요. 심현화입니다. 아직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투어를 뛴 지 3년 됐습니다. 앞으로 저를 많이 기억해주세요.”

2011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개막전 롯데마트여자오픈(총상금 5억원)의 우승컵은 심현화(22·요진건설)에게 돌아갔다. 17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에서 끝난 대회에서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정상에 올랐다.

심현화는 프로 무대에서는 무명이지만 아마추어 시절엔 유망주였다. 2001년부터 5년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뛰었다.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과 달리 프로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입스(Yips)라는 무서운 난치병 때문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몹시 불안해하는 증세로, 스윙을 하기 힘들만큼 공황상태에 이르는 병이다.

입스 때문에 마음고생이 컸던 심현화는 모든 걸 잊고 2007년 미국행을 택했다. 골프 대신 공부로 인생 전환을 노렸다. 하지만 그 역시 만만치 않았다.

“제 딴에는 골프가 안 되니까. 공부를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공부도 어렵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골프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시 골프채를 잡은 건 6개월 만이다.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3부 투어에서 새 인생을 시작했다. 야구로 치면 1군에서 떨어진 선수가 2군 리그도 아닌 사회인 야구부터 시작한 셈.

짐을 벗어던지고 홀가분하게 새 인생을 시작한 심현화는 그때부터 드라이버 샷 입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2009년 마침내 정규투어 무대를 밟게 됐다.

2009년 상금랭킹 23위, 2010년 30위. 만족할 성적은 아니지만 완벽하게 투어 적응을 끝마쳤고 결국 투어생활 3년 만에 꿈에 그리던 첫 우승을 달성했다. 2타 차 공동 2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심현화는 전반 9홀에서 버디 1개와 보기 2개로 1타를 잃었다. 선두였던 이승현과는 3타차까지 벌어졌다. 10번홀에서 버디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11번홀에 이어 13번홀에서 8m 버디 퍼트가 홀 안으로 떨어지면서 선두가 됐고 마지막까지 타수를 지켜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우승상금 1억원과 함께 소속사인 요진건설 최준명 회장이 첫 우승자에게 내건 벤츠 승용차를 보너스로 받게 됐다. 우승으로 자동차를 보너스로 받은 선수는 작년 김보배(24·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이어 두 번째다. 공교롭게도 모두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한편 강민주((21·하이마트)가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2위에 올랐고,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양수진(20·넵스)은 공동 3위(9언더파 279타)로 밀려났다.

이보미(23·하이마트)와 정재은(22·KB국민카드)이 공동 3위, 김하늘(23·비씨카드)은 이날만 4타를 줄여 합계 8언더파 280타 공동 8위에 올랐다. 최나연(24·SK텔레콤)은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쳤다.

사진제공|KLPGT

서귀포|주영로 기자 (트위터 @na1872)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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