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관 감독의 최후의 당부 “팀을 위해 헌신하라”

입력 2011-04-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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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진으로 머리를 짧게 다듬은 FC서울 데얀(오른쪽)이 26일 씁쓸한 표정으로 훈련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구리 | 김종원 기자 (트위터@beanjjun) won@donga.com

삭발한 선수들에 “너희가 최고”격려
“바꾸고 싶은 것 많았는데…” 아쉬움
■ 황보감독 마지막 팀미팅

왁자지껄했던 웃음은 사라졌다.

서울 황보관 감독이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26일. 서울 훈련구장이 있는 구리 GS 챔피언스파크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때 아닌 빗방울까지 떨어져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선수단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주장 박용호는 머리를 거의 삭발했고, 데얀도 아주 짧은 스포츠머리로 다듬었다. 그들의 헤어스타일은 서울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

박용호는 “광주전이 끝나고 생각이 많아졌다. 잘 하고자 하는 마음에 머리를 짧게 쳤다”고 털어놨다. 이어 “선수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안다. (김)용대 형도 생각이 많다. 잘하자는 얘기를 서로 나눴다. 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단과의 마지막 미팅. 황보 감독은 “짧은 인연 소중히 간직하겠다.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야 한다. 너희가 K리그 최고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오히려 제자들을 격려했다.

그런 뒤 ‘헌신’을 강조했다. 이는 서울 선수들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 저마다 최고라고 자부한 탓에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진 기억이 벌써 여러 차례였다. ‘팀 정신’ ‘모두’ ‘함께’란 단어에 제대로 부합되지 못한 게 바로 서울이었다. 황보 감독은 서울 지휘봉을 잡은 이후 줄곧 “팀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팀을 위해 플레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보 감독은 부임 초부터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낸 팬들에게도 미안한 마음 뿐, 서운한 감정은 없는 듯 보였다. 자신의 결정에도 후회는 없다고 했다. 다만 일본을 떠나오며 준비한 보따리를 채 풀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아 있었다.

“서울 감독으로 부임하며 바꾸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시간이 짧아) 미처 이루지 못했다. 비전이 많았는데….”

구리 |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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