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더 큰물에서 놀고 싶다”

입력 2011-07-11 17: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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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 김경태. 용인|박화용 기자 (트위터 @seven7sola) inphoto@donga.com

한국 남자골프의 미래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메이저 골프대회 브리티시오픈 출전을 앞두고 각오를 밝혔다. 8일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김경태는 10일 출국을 앞두고 마지막 샷 점검을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 ‘괴물’ 김경태와 ‘천재’ 이시카와 료

김경태는 작년 마지막 대회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일본투어 상금왕이 확정되자 일본 선수들이 헹가래 쳐주면서 함께 기뻐했다. 일본이 김경태를 인정한 것이다.

“솔직히 헹가래까지 받게 될 줄은 몰랐다. 대회 전 선수회 회장인 미야모토가 상금왕이 확정되면 헹가래 쳐주겠다고 했지만 믿지 않았다. 장난인줄 알았는데 진짜 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사실 김경태는 일본에서 성공하기까지 꽤 힘든 과정을 겪었다. 일본 진출 첫해(2007년)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한국에서 신인왕과 상금왕을 휩쓴 뒤 일본무대로 진출했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당연히 대접도 형편없었다. 아무리 좋은 경기를 펼쳐도 TV 화면에 잘 나오지 않았다. 이는 김경태 뿐만 아니라 외국 선수라면 모두 겪는 일이었다. 그만큼 일본은 자국 선수 위주다. 하지만 그는 3년 만에 모든 걸 뒤집어 놨다. 일본이 자랑하는 국민스타 이시카와 료를 꺾고 상금왕에 오르면서 스스로 1인자에 올랐다. 일본이 김경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이시카와 료는 정말 대단한 선수다. 인기도 인기지만 항상 노력하고 열심히 한다. 대회를 앞두고도 항상 다른 선수들에 비해 1~2시간 일찍 코스에 나와 연습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어린 선수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3일 끝난 한일전에서도 김경태와 이시카와는 둘째 날 대결을 펼쳤다. 이날 역시 승자는 김경태였다.


● 브리티시오픈 목표는 예선통과

김경태는 10일 영국 런던으로 출국했다. 14일(한국시간)부터 열리는 브리티시오픈 출전을 위해서다. 이번이 두 번째 출전.

김경태는 지금까지 4차례 출전한 메이저 대회(2010 브리티시오픈-2010 PGA 챔피언십-2011 마스터스-2011 US오픈)에서 모두 컷을 통과했다. 4번의 도전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불안하다고 했다.

“작년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운이 좋았다. 코스도 짧았고 바람을 잘 피했다. 그러나 올해는 반반이다. 무엇보다 코스가 걱정된다. 러프도 길고 벙커도 엄청 많다고 들었다. 한국에 머물면서 펀치 샷 등 낮게 깔아 치는 샷을 많이 연습했다. 일단 목표는 예선 통과다.”

내년엔 새로운 목표도 세웠다. “큰물에서 놀고 싶다”는 새 각오를 밝혔다.

“올해 미 PGA 투어 Q스쿨에 참가할 예정이다. 작년에도 Q스쿨에 나가고 싶었는데, 일본에서 상금왕 기회가 찾아와 가지 않았다. 내년부터는 주 무대를 미국으로 바꾸고 싶다. 일본투어를 뛰면서 기량도 많이 좋아졌다. 큰물에서 놀다보면 기량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미국에 가면 뭐하냐. 그냥 일본에 있어라’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도전해보고 싶다. 사실 (강)성훈이나 (김)비오가 부러울 때도 있다.”

김경태는 지금의 성적만으로도 안정된 투어 생활을 할 수 있다. 세계랭킹으로 메이저 대회와 WGC 시리즈 등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PGA 투어에 도전하겠다고 의지를 밝힌 건 여기서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경기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부족한 것도 알게 되면서 더 공부해야 할 게 무엇인지도 깨달았다. 지금까지 기록도 좋지만, 더 큰 무대에서 더 좋은 기록을 세우고 싶다.”


● 김경태의 드라이버 샷 TIP
모든 아마추어 골퍼의 바람은 드라이버 샷을 똑바로 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프로골퍼도 힘든 일이다. 김경태는 “페이드, 드로, 스트레이트 같이 자신이 편하게 스윙했을 때 어떤 구질이 나오는 지 알아두는 게 좋다. 그러면 훨씬 페어웨이를 넓게 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만약 계속 슬라이스를 내는 골퍼라면 항상 왼쪽을 공략하면 된다. 반대로 훅이 나는 골퍼는 오른쪽만 공략하면 된다.

“페어웨이 폭이 30야드라고 할 때 중앙으로 공을 보내기 위해선 15야드 밖에 쓰지 못한다. 그러나 구질을 알고 있으면 30야드의 페어웨이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프로들도 자신만의 구질을 만든다. 그렇다고 일부러 만들려고 하면 더 힘만 든다. 편하게 스윙했을 때 나오는 구질을 자신의 구질로 만들어야 한다. 공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릴 확률도 높아지고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용인|주영로 기자 (트위터 @na1872)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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