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베이스블로그] 해외파 FA 자격 재취득 ‘형평성 딜레마’

입력 2011-07-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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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살면 세상이 얼마나 선명하고 깔끔할까요?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맹점이 존재하는 것 같네요. 첫째, 법에는 틈이 있습니다. 이 룰을 파고들어서 초과이익을 취할 수 있겠죠. 둘째, 그러면 그럴 때마다 보완책을 만들면 해결될 것처럼 보이죠. 그러나 구성원 전체가 룰을 지킬 때 얘깁니다. ‘죄수의 딜레마’가 작동해 지키는 사람만 손해처럼 인식되면 룰은 유명무실해지죠.

#프로야구 규약 제17장은 자유계약선수제도(FA) 관련 규정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158조는 재자격 조건을 달고 있는데요. ‘(이미 FA 자격을 취득한 선수가) 한국야구위원회에 소속된 구단 선수로 활동해 4시즌에 도달했을 때 다시 FA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구에도 맹점이 있는데요, 4년을 기다릴 것도 없이 ‘대박’을 연거푸 터뜨릴 수 있는 ‘지름길’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 FA를 취득합니다. 무조건 해외진출을 선언하고, 실행합니다. 잘 되면 돈과 명예와 꿈이 보장됩니다. 설혹 안 되더라도 1∼2년 하다가 한국에 돌아오면 됩니다. 그러면 다시 FA나 다름없는 지위를 갖고 우리 구단들과 협상할 수 있죠. 경쟁이 붙으면 거액의 계약금과 장기계약이 사실상 보장되죠.

#선수한테 문제 있다는 얘기 하자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판이 이렇게 짜여져 있으니 가장 합리적 루트를 선택하는 데 누가 뭐라겠습니까? 제도가 이러면 어지간한 A급 선수는 무조건 일본 진출을 시도하겠죠. 일본구단도 중계권을 팔 가능성이 있다면 무위험 거래일 테니 마다할 리 없습니다. 결국 덤터기를 쓰는 쪽은 KBO(선수유출을 막지 못한데 따른 책임)와 우리 구단들(복귀하면 또 거액의 영입금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입니다. KBO도 곤혹스러워 합니다. 그러나 “구단이 그렇게 돈을 주는데 어떻게 막는가?”라는 입장입니다. 향후 돌아올 거물급 해외파들이 있습니다. 일단 나가고 볼 예비 FA도 즐비합니다. 이제라도 구단들은 ‘복귀 시 계약금은 없다. 연봉은 FA 자격 취득 직전 해 연봉으로 동결한다’와 같은 제도를 만들 수 있을까요? 아니, 지킬 수 있을까요? 참고로 KBO는 ‘1999년 이후 아마선수의 해외진출 시, 2년간 복귀유예 및 지명을 통한 입단 시 계약금 없이 최저연봉(2400만원)만 받도록’ 해놓고 있습니다.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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