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서 충돌한 포수와 주자 그리고 집중하는 심판. 1차전 6회말 1사 만루에서 삼성 최형우(오른쪽)가 진갑용의 뜬공을 SK 2루수 정근우가 놓치는 사이 홈으로 뛰어들다 정상호에 막혀 아웃되고 말았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차우찬 완벽한 피칭…시즌 부진 한번에 날려
고효준 →고든 교체 타이밍은 한 템포 빨랐어야
휴식기 동안 삼성 투수들이 한국시리즈(KS)를 대비해 철저히 준비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1차전이었다. 1차전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SK 타자들을 완벽하게 제압한 삼성 마운드의 힘은 상대적으로 더 돋보였다. SK는 2차전에서도 선발 장원삼을 공략하지 못하면 삼성 불펜진을 상대로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 삼성 매티스의 지능적인 SK 타선 공략
삼성 선발 매티스는 확실히 상대 전력 분석을 철저히 했다는 게 입증됐다. 직구 대신 주로 변화구를 구사하면서 왼쪽 타자에게는 몸쪽을 파고드는 커터성 슬라이더와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주로 던졌다. 오른쪽 타자에게는 낙차 큰 커브와 몸쪽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롯데 송승준이 플레이오프(PO)에서 바깥쪽 포크볼로 SK 타선을 제압했던 모습과 흡사했다. SK는 매티스의 초구에 손을 대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는데, 어쩐지 벤치가 심적으로 쫓긴다는 인상을 갖게 했다.
● 아쉬웠던 SK의 고효준 교체 타이밍
SK 선발 고효준은 제구력이 관건으로 여겨졌는데 직구 제구가 괜찮으면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었고, 삼성 타자들은 변화구에 배트가 많이 나오면서 초반에 고전했다. 고효준은 1차전에 대한 부담감도 어느 정도 잘 이겨냈다고 보여진다.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SK 벤치의 고효준 교체 시점이다. 고든을 투입할 의지가 있었다면 채태인을 삼진으로 잡은 뒤 신명철 타석에서 바꿨어야 했다.
PO 5차전에서 등판한 뒤 하루 휴식 후 나온 고든 투입은 한 템포 빠르든가, 아니면 차라리 신명철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준 뒤 다른 투수 투입 또는 고효준을 좀 더 가든가 했어야 했다. 고든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2차전 마운드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SK로선 아쉬운 대목이었다.
● 시즌 최고 피칭 보인 차우찬의 역투
올해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차우찬은 작년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의 완벽한 피칭 내용을 보였다. 올시즌 동안 팔꿈치가 좋지 않아서인지 폴로 스로가 길지 못하고, 몸이 옆으로 빠지는 듯한 느낌을 줬지만 1차전에선 상체가 완전히 앞으로 넘어가면서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끌고 나와 볼을 뿌렸다.
완벽한 중심이동으로 공을 ‘잘 누르는’ 오승환이 던지는 듯한 인상을 줄 정도로 흠잡을 데 없이 공을 던졌다. 차우찬이 1차전처럼만 던져준다면 삼성으로선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양상문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