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Interview]곽태휘 “우승확률 제로? 난, 기적을 꿈꾼다”

입력 2011-12-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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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주장 곽태휘가 4일 전북과 챔프전 2차전에서 2005년 프로 데뷔 후 첫 K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울산이 우승하면 곽태휘의 MVP 수상 가능성도 높아진다. 곽태휘가 챔프전 1차전에서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울산|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대역전 우승·MVP 도전 울산 캡틴

전북과의 챔프전 1차전 1-2패배
곽태휘는 9회말 투아웃에 만루홈런을 노리는
타자의 심정이다

우승확률 0% vs 100% 최후의 일전
하지만 그는 대역전 드라마를 꿈꾼다

울산의 마지막 방어선·세트피스땐 키커로…
팀 운명을 짊어진 그의 또다른 이름은 캡틴이다

울산 현대 수비수 곽태휘(30)는 9회 말 투아웃에 역전 만루홈런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선 타자의 심정이다. 축구선수의 상황을 야구에 비유하는 게 생경하지만 그만큼 멋진 역전 드라마를 꿈꾸고 있다. 울산은 전북과 챔피언결정전 1차전 홈경기에서 1-2로 졌다. 챔프전 제도가 공식 도입된 1998년 이후 1차전에서 패한 팀이 우승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기록만 보면 울산의 우승 확률은 제로, 전북은 100%다. 더구나 2차전은 전북의 홈(4일 오후 1시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 원정 다 득점 원칙까지 적용돼 울산은 우승하려면 3골 이상 넣고 1점 차 혹은 2골 차로 이겨야 한다. 챔피언십을 2∼3일 간격으로 연달아 치르느라 체력은 바닥났고, 고슬기와 이재성은 징계로 출전을 못한다. 누가 봐도 전북의 우승이 유력하다. 그러나 곽태휘는 단호했다. 그는 “1차전 필패는 통계일 뿐이다.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준우승에 만족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경기 이틀 전인 2일 오전 곽태휘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 역전 우승, MVP 동시 석권

곽태휘는 누구보다 K리그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K리그에서 6시즌을 뛰며 FA컵과 리그 컵은 우승해봤지만 리그 정상에 서 본 적이 없다. 그는 “리그 우승컵에 입을 맞추는 세리머니를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울산이 정규리그 막판 6강 플레이오프(PO) 진출을 위해 사력을 다할 때는 챔프전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 6강이 목표였다. 그러나 6강 PO에서 서울을 누르면서 상승 바람을 탔다. 곽태휘는 “나 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서울 이기고 첫 단추를 잘 꿰면서 결승까지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 현실이 됐다. 지금까지 해 오던 대로만 하면 역전 우승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곽태휘가 꼭 우승을 해야 할 이유가 또 생겼다. 프로축구연맹은 챔프전 1차전 직후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와 포지션별 베스트11 후보를 발표했다. 곽태휘는 베스트11 중앙수비수 부문은 물론 MVP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MVP는 이동국(전북)이 유력하다. 그러나 챔프전 활약 여부에 따라 곽태휘로 여론이 바뀔 여지는 충분하다. 그는 챔프전 1차전 때 그림 같은 프리킥 골로 이미 깊은 인상을 남겼다.

K리그 29년 역사에서 수비수가 MVP에 오른 건 1992년 홍명보, 1997년 김주성 등 5번에 불과하다. 곽태휘는 “MVP는 정말 큰 자리인데 후보에 오른 것도 영광이다. 수비수라는 궂은일을 인정해 준 구단에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국이 형이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였다. 지금까지는 내가 MVP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별로 안 해 봤다. 그러나 일단 팀 우승이라는 프리미엄이 있으면 나에게도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며 각오를 다졌다.


● 1인3역 완벽 소화

곽태휘는 챔프전 2차전에서 1인3역을 소화해야 한다.

일단 본연의 임무인 수비가 중요하다. 최대한 실점을 안 하면서 선제골을 노려야 하기에 어깨가 무겁다. 전북 주포 이동국을 막는 게 급선무. 곽태휘는 “지금까지 어떤 공격수와 붙어도 경기 전에 지겠다는 생각이나 걱정을 해본 적이 없다. 전북이 최고의 공격력을 갖춘 팀이지만 우리 수비조직력도 시즌 초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세트피스 때는 직접 득점도 노린다. 크로스가 올라오면 골문 앞에서 특기인 헤딩슛을 시도하고 페널티 라인 근처에서 반칙을 얻으면 직접 프리킥을 찰 준비까지 하고 있다. 페널티 박스 가까운 쪽은 최재수, 고창현 등 전문 키커가 차고 16m 이상 거리가 떨어지면 곽태휘가 킥을 하기로 이미 약속이 됐다. 그는 “최근에 종종 골을 넣다보니 이제 득점에 대한 노하우가 생겼다. 공격수들의 골 감각이 뭔지 알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곽태휘는 캡틴이다. 팀 주장으로 정신적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챔피언십 들어 늘 부담 갖지 말고 즐기면서 축구하자고 경기 전에 말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최선을 다해 우리만의 축구를 보여주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주문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Who is Kwak Tae Hi?


● 생년월일: 1981년 7월 8일

● 키/몸무게: 187cm/88kg

● 포지션: 중앙수비수

● 학력: 왜관중-대구공고-중앙대

● 프로경력
- FC서울(2005∼2007)
- 전남 드래곤즈(2007∼2009)
-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2010)
- 울산 현대(2011∼)

● 대표경력: 2008∼현재, A매치 21경기 4골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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