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SK와 삼성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 차우찬이 선발로 나와 역투하고 있다. 잠실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삼성 차우찬(24)이 배낭 하나를 둘러맨 채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3일부터 2주간 일정이다. 그는 떠나기 전 “나에게 처음으로 주는 휴가다. 처음 가보는 거라 긴장은 되는데 마음은 즐겁다”며 웃었다.
차우찬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지은 후 남모를 후유증에 시달렸다. 아시아시리즈를 대비해 일본 오키나와로 넘어갔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팀 동료들이 아시아를 제패하는 모습을 TV중계로 보며 함께 할 수 없는 아쉬움과 미안함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후회는 없다. 그는 “내년 시즌을 먼저 생각했다”며 “한국시리즈 우승이 결정되고 ‘끝났다’는 생각과 함께 긴장이 탁 풀렸다. 시즌 중반부터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 압박감이 심했던 것 같다.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고 고백했다.
결국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한국을 잠시 떠나기로 했다. 심지어 ‘무계획 배낭여행’이다. 그는 “스위스에 사촌형이 있어 일단 그 곳으로 가서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하려고 한다. 어디로 갈지 몰라 숙소예약도 안 하고 비행기표만 끊었다”고 설명했다. 처음 밟아보는 유럽 땅, 두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당장 언어소통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여행을 언제 또 가보겠느냐”며 “젊으니까 직접 부딪치면서 다니려고 한다. 떨리기보단 많이 설렌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바로 (1차 스프링캠프지인)괌으로 넘어가 훈련을 시작한다. 여행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고 시즌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목표에 대해서는 “‘에이스’라고 해주시는데 나는 아직 한 단계를 못 올라섰다. 15승, 방어율 3점대를 목표로 잡고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