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탐구] LG 차세대 에이스 임찬규

입력 2012-0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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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마운드의 미래’로 불리는 임찬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프로 2년차 임찬규가 올시즌 선발투수로 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체력 문제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 스포츠동아 DB

150개 공 구속 유지할 체력이 선발 관건
체중 줄이면 힘도 떨어져 슬럼프 위험성
전훈기간 4kg 빠져…감소원인 체크 필요


시즌 전문가들은 그해 성적을 분석하며 나름대로 순위를 점치는 일을 반복한다. 투타의 균형과 백업선수의 가동력, 팀컬러에 대한 평가와 감독의 야구 스타일 그리고 최근의 팀 성적 등을 고려한 자신 있는(?) 순위를 내놓지만, 야구가 수학 공식처럼 대입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 봄에 우쭐했다가 가을에 머쓱해지는 일도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변수는 신인 선수의 활약이다. 역대 많은 팀이 우승을 할 때는 전력 외적인 신인선수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9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하고 있는 LG에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신인선수들의 활약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LG가 초반 분위기를 희망적으로 끌고 갔던 이유도 두 용병투수의 건재, 박현준의 에이스 역할, 그리고 임찬규의 새로운 분위기메이커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임찬규의 모습은 LG의 희망을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아직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현재 LG에 필요한 대담성과 투쟁심을 마운드 위에서 확실히 보여줬다.

#생김새는 어리고 앳되지만 마운드 위의 임찬규는 승부사라고 할 수 있다. 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지만, 강한 정신력은 정상급 선수와 차이가 없다. 작년 연속 볼넷을 허용하는 바람에 다 잡은 경기를 어이없이 역전패한 다음 날에도 씩씩한 모습에 마음이 울컥했었고, 다음 번 등판 때 변하지 않는 투구엔 재목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런 일을 빨리 잊자고 투수들에게 당부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해 임찬규는 너무 빠른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경험 하지 않았나 여겨진다. 차근차근 쌓여져야 할 것들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바람에 굴곡 자체가 컸지만, 거꾸로 보면 그걸 견뎌냈기 때문에 올해 한층 더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올해는 선발 후보가 됐다.

모든 투수들이 선발투수가 되고 싶어 하지만 감독이 선택하는 선수는 각 팀에 5∼7명 정도다. 선발투수로는 ▲첫째, 150구를 지속적인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제구력도 흔들리지 않게 던질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 ▲두번째, 경기전 최소 2∼3일전부터 상대할 팀의 전력분석을 머릿속에 확실히 입력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도 경기 중에는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세번째, 지금 던지는 패턴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새로운 투수가 되어야 한다. 볼배합도 달라야 하고 강약 조절을 하면서 다양한 구종과 구질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시즌 후반부터 서클체인지업을 연구해 실전에 사용하는 모습을 봤는데 완성도를 더 높여야 할 것이다. ▲네번째, 등판간격일 중 4∼5일을 전체적인 컨디션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많은 준비를 해야만 한 시즌 30경기 전후로 한번의 결석 없이 선발투수의 책임을 다하게 될 것이다.

2011시즌은 프로선수로의 정신적 경험은 충분히 쌓았다고 평가를 하지만, 신체적 경험은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선발투수로서의 느낌은 전혀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에 올시즌은 또 한번의 새로운 시즌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오키나와 전훈지에서 만난 임찬규는 몸매가 날렵해졌다는 느낌을 받았고, 본인에게 확인한 결과 체중이 4kg 정도 빠졌다고 한다.

#임찬규를 보는 필자의 생각은 체중이 줄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보통 고졸 신인선수가 2∼3년이면 청년이 되기 때문에 골격이 완성되면서 체력이 크게 잡히고, 자연스럽게 체중이 증가하면서 힘이 붙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혹시 혼자만의 고민거리가 있지 않나 하는 걱정도 하게 된다.

성적에 대한 부담, 선발투수에 대한 지나친 스트레스로 인한 체중감소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상태는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캠프 때는 훈련량이 많기 때문에 체중이 빠지는 선수도 있지만 시범경기 후 시즌에 들어가서도 체중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체중이 확 빠졌다는 느낌이 들면 절대 힘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은 경험의 산물이다.

임찬규의 투구폼을 살펴보면 슬로 퀵이란 전형적으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와는 다르다. 빠르게 시작해서 강하게 단진다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공격형 투수다. 일반적으로 몸의 균형을 잘 잡기 위해서는 어떤 동작이라도 천천히 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정확한 곳에 던져야만 홈런, 안타를 허용하지 않고 타자를 이겨낼 수 있는 투수의 제구력은 천천히 시작되는 투구폼으로부터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단을 올라가듯이 차츰차츰 단계를 높이는 것이 좋은데, 임찬규는 3단 스타트∼ 4단 가속이란 형태의 스피드업을 하지 않나 보여진다. 그런 까닭인지 나쁠 때의 모습이 너무 확연히 드러난다. 시작부터 빠른 템포의 형태를 취하는 선수는 굉장히 활기차고 다이나믹 하지만 갑자기 어이없이 난조에 빠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과속하는 자동차는 제동이 잘 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특히 임찬규는 팔 길이가 한국 사람의 평균보다 길게 느껴진다. 팔이 길다는 것은 공을 던지기 위해 원을 그릴 때 좀 더 많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항상 일정해야 할 팔의 원이 흔들린다는 것은 그만큼 일정한 포인트를 잡기 어렵다는 얘기도 된다. 선발투수는 경기 중에도 안정된 모습을 유지해야 하고, 시즌 내내 큰 변화가 없어야 감독과 투수코치가 작전과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런 팔스윙을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하체의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줄여주는 방법도 있다. 팔과 상체가 일정하지 않더라도 하체가 굳건히 버텨 준다면 한 시즌을 버티어 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으리라 본다.

#임찬규가 올시즌 선발투수로 성공하느냐 못하느냐는 결국 앞서도 강조한 체력의 문제라고 보여진다. 순전히 구위만 본다면 충분히 통할 수 있다. 그러나 짧게 던지던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공을 던져야 한다. 처음 타자들은 빠르게 느낄 것이나 두 번 세 번 타석에 들어서면 바로 적응할 것이다. 제구력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편은 아니기 때문에 가운데 몰리더라도 힘으로 타자를 이겨내야 하는데 얼마나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체인지업을 구사하고는 있지만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다. 지난 시즌 잘 써먹었던 커브가 변화구의 결정구가 될 것이다. 커브는 타이밍을 흐트러 놓을 때는 유용하게 쓰이지만 결정구로는 약한 구종이라 할 수 있다. 투수는 좋은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어야 롱런할 수 있다. 특히 선발투수는 슬라이더를 던져야 쉽게 타자와 상대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LG의 희망인 젊은 투수에게 지금부터 강약조절 피칭을 시킬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기량이 더 많이 쌓아질 선수에게 기교부터 가르칠 수도 없지 않겠는가. 팀의 장래를 봐서도 본인의 장래를 봐서도 이런 기교를 먼저 익히는 것은 절대 반대다.

최근 몇 년간 LG는 이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인선수나 신인급 선수의 발굴과 성장이 명문구단의 밑거름이 되겠지만 또한 성적을 내기 위해 어느 선수만을 위해 혜택(?)을 줄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 것도 현실이다. 물론 팀을 보면 단기적인 성적과 효과를 내기 위한 방법과 또한 장기적인 플랜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이 두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감독과 구단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점으로 볼 때 임찬규는‘장기적 안목으로 성장시켜야 할 재목이 아닌가’라고 제3자로서 그림을 그려본다.


LG 임찬규?

▲생년월일=1992년 11월 20일
▲출신교=가동초∼청원중∼휘문고
▲키·몸무게=185cm·80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11신인드래프트 LG 1라운드(전체 2순위) 지명
▲2011년 성적=65경기 82.2이닝 9승6패7세이브(다승 부문 공동 15위) 방어율 4.46, 62탈삼진 ▲2012년 연봉=8000만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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