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찬 “죽도록 노력해 평발의 한계 넘었다”

입력 2012-03-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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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유력한 신인왕 후보인 LIG손해보험 리베로 부용찬은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운동선수로서 치명적인 ‘평발’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부용찬이 경기 도중 환호하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데뷔 첫해 주전 리베로…LIG손보 부용찬의 성공 스토리


러닝훈련도 힘들었지만 노력으로 극복
첫 시즌 주전 부담…선배들 믿음 큰 힘
이경석 감독 “디그·리시브 시야 넓다”


2011∼2012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신인왕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바로 LIG손해보험 부용찬(22·리베로)이다. 부용찬은 올 시즌 신인 중 유일하게 주전으로 리그 전 경기를 소화했다. 성적도 빼어나다. 국내 최고의 리베로로 평가받는 여오현(34·삼성화재)을 제치고 디그 부문 1위(세트당 2.967개)다. 부용찬은 “신인왕 선정에서 리베로라고 해서 공격수와 비교해 불리한 점은 없다. 최선을 다했고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평발 때문에 한 발 더 뛰었다

부용찬은 빠른 판단력과 순발력, 좀처럼 지치지 않는 타고난 체력으로 데뷔 첫 해 주전을 꿰찼다. 그런데 인터뷰 도중 의외의 사실을 털어놓았다. ‘평발’이었다. 운동선수에게 평발은 치명적이다. 지구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발이 쉽게 피로해지면서 훈련량이 늘면 고통을 느낀다. 하지만 부용찬에게 이는 장애가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었다.

“다 함께 하는 가벼운 러닝 훈련도 쉽지 않았다. 무리하면 쥐(경련)도 났다. 하지만 내가 평발이라는 사실을 벗어나야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평발이라는 생각 자체가 없다. 그만큼 열심히 노력했다.”


○주전 리베로? 생각도 못했다

부용찬은 1라운드 3순위로 LIG에 지명됐다. 또 시즌 시작과 함께 주전으로 나섰다. 생각지도 못한 지명 순서와 기용이었다. 리베로라는 포지션은 신인이 전담하기엔 부담이 크다. 그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혼란스러웠고 부담도 컸다. 하지만 나를 선택해주신 감독님과 팀의 기대치에 맞추기 위해 무작정 열심히 했다”고 했다.

빠른 적응에는 감독과 팀 선배들의 믿음이 가장 큰 힘이 됐다. 그는 “감독님이 어떤 질책도 하지 않으셨다. 그저 믿는다고 하셨다. 덕분에 부담 없이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선배들도 마찬가지다. 1년차 후배가 잘 해봐야 얼마나 잘했겠나. 하지만 한 번도 다그친 적이 없다. 주변 도움과 믿음 덕분에 그나마 이만큼 할 수 있었다”며 겸손해 했다.


○부용찬이 생각하는 리베로는?

부용찬은 자신의 포지션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리베로는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 기술적으로도 완벽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공격수는 수비에서 실수해도 공격으로 만회할 수 있지만 리베로는 그런 기회가 없다. 이 때문에 리시브와 디그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마이너스인 포지션이 리베로다. 그야말로 완벽해야 한다. 올 시즌 단 한 번도 만족스러운 경기는 없었다.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의기소침하지는 않았다.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서브 리시브가 많이 부족하지만 올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팀에 더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


○이경석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

부용찬이 LIG 주전 리베로가 될 수 있었던 뒷얘기가 있다. LIG 이경석 감독과의 인연이다. 둘은 작년 8월 중국 심천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감독과 선수로 만났다. 이 감독은 “볼수록 기량과 투지가 좋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내가 본 리베로들 가운데 가장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LIG감독으로 부임하게 됐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기회가 왔다. 팀에 공격수도 필요했지만 과감하게 선택했다. 결국 그 선택이 옳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용찬이는 디그와 리시브에 관한 한 시야가 넓고 굉장히 정확하다. 순간 움직임도 좋다. 평발이 순발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은데 노력을 많이 한 듯하다. 아직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잘 성장한다면 여오현의 뒤를 이을 국가대표 리베로 감으로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수원|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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