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팬들 사이에서 ‘유느님’으로 불리는 유원상. 만년 유망주였던 그는 프로 데뷔 7년째를 맞은 올해 ‘LG 불펜의 핵’으로 자리 잡으며 성공시대를 활짝 열어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내 공에 자신감 생기니 성적도 업그레이드
올해 25홀드·0점대 방어율 꿈의 기록 도전
LG 유원상은 올 시즌 가장 주목받는 불펜투수다. SK 박희수가 왼손 불펜 가운데 최고라면 오른손 불펜은 단연 유원상이다. 그는 5일 현재 28경기에 등판해 1승1패2세이브11홀드를 기록했다. 불펜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39.1이닝을 던졌고, 방어율은 1.14다. LG는 5월부터 유원상-봉중근을 투톱으로 내세워 역전을 허용치 않고 있다. LG는 이제 더 이상 7회 이후가 두렵지 않다. 유원상은 지난해 한화에서 트레이드된 이후 빠른 시간에 LG의 최강 불펜으로 변신했다. LG팬들은 그를 ‘유느님’이라 부른다. 데뷔 7년 만에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유원상의 ‘화려한 여름’이 기대된다.
○홍성흔 삼진 잡고 자신감 생겼다!
-요즘 정말 눈부시더라. 불펜이 좋은 거니?
“저도 제가 불펜에서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낼 줄 몰랐어요. 이기는 경기에 계속 나가니까 더 집중하게 되고 또 재미있어요.”
-올 시즌 불펜 투입은 언제 결정됐니?
“스프링캠프까지는 선발과 불펜 준비를 함께 했죠. 시범경기 때 차명석 코치께서 올 시즌 불펜으로 간다고 하셨어요.”
-불펜투수로서 자신감을 얻은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
“4월 27일 롯데전이요. 20-8로 이긴 경기인데, 10-3으로 앞서가다 6회 5점을 줘서 10-8까지 추격당했어요. 그리고 1사 1·3루서 제가 나갔죠.”
-그 경기 기억난다. 역전당할 것 같은 분위기였지.
“제가 전날 넥센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도 못 잡고 3점을 줬어요. 그래서 역전패를 당했거든요. 그날은 꼭 막고 싶었어요. 홍성흔 형과 박종윤 형을 연속 삼진으로 잡았죠.”
-그날 이후 자신감이 생긴 건가?
“롯데 방망이가 4월에 대단했잖아요. 그날 이후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잘 던지니까 등판하는 경기도 많고 던지는 이닝도 많다.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혀 문제 없어요. 이기는 경기는 다 나가고 싶어요. 제가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언제든지 던지고 싶어요. 이제껏 제가 팀에 필요한 존재였던 적이 없었잖아요. 팀을 위해 제가 던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아요.”
○공도 좋고 컨트롤도 좋은데…
-투구 내용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
“지난해 2군에 갔을 때 차명석 코치께서 하신 말씀이 또렷하게 기억나요. ‘원상이는 공도 좋고 컨트롤도 좋은데 왜 성적이 안 날까?’였어요.”
-차 코치가 내린 결론은?
“‘좀더 빠르게’였죠. 제 투구폼이 좀 느린 편인데 폼을 좀더 빨리 하자고 하셨어요.”
-어떤 변화가 생긴 건가?
“와인드업 할 때 저는 왼발을 플레이트 뒤로 빼고 2∼3초 있다 던졌는데, 이젠 바로 던져요. 또 테이크백 동작을 좀더 간결하게 했고요. 투구폼의 전체적인 스피드를 빠르게 만들었어요.”
-쉽지는 않았을 텐데. 습관을 바꾸는 거잖아?
“차 코치님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니까 어렵지 않더라고요. 지난해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 때 훈련 열심히 했죠. 프로에 와서 제가 정말 간절히 원해서 집중한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과거 유원상은 주자가 나가면 불안한 투수였다.
“맞아요. 쉽게 도루 주고, 쉽게 실점하고, …. 주자견제와 퀵모션 훈련도 엄청 했어요. 한점차 승부에서 주자를 묶지 못하면 안 되잖아요. 주자를 묶을 자신이 생기니까 타자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안타를 초구에 맞아라!
-38이닝에 볼넷이 4개밖에 없다.
“저뿐만 아니라 올해 LG 투수들이 볼넷이 적어요. 차 코치께서 몇 만 번 말씀하신 것 같아요. ‘초구 스트라이크 던져라’, ‘초구에 안타 맞아라’예요.”
-그걸 잘 실행해서 볼넷이 적은 건가?
“예전에는 위기나 중심타자 나오면 어렵게 갔어요. 투구수 많아지고 볼넷 많았죠. 이젠 볼을 던질 필요가 없더라고요. 스트라이크를 던져서 이길 자신이 생겼으니까요.”
-말은 쉽지만 참 어려운 이야기다.
“자신에게 믿음이 없으면 쉽게 스트라이크 못 던져요. 자꾸 스트라이크 던지고, 타자를 이기고, 성적이 나니까 좀더 자신 있게 던질 수 있게 되고 공의 힘도 좋아지고요.”
-LG팬들이 너를 ‘유느님’이라 부른다더라. 알고 있니?
“네. 알아요. 기분 좋고 뿌듯하죠. 그리고 책임감도 더 생기고요. 뭔가 자꾸 스스로 찾아서 하게 되더라고요. 믿어주신 만큼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잖아요. 시즌 마칠 때가지 최대한 집중할 생각입니다.”
○트레이드가 새로운 나를 만들었다!
-한화에서는 기대만큼 잘 안됐다. 왜 그랬을까?
“겉모습은 똑같은데 절실함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트레이드될 때 심정은 어땠나?
“서운하고, 속상하고, 아쉽고, …. 그러면서도 내가 못해서 떠난다고 생각하니까 한화에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죠.”
-LG에 처음 왔을 때 소감은?
“처음에는 낯설었죠. 하지만 다른 팀을 경험하는 게 결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LG랑 저랑은 잘 맞아요. 또 가족이 있는 집에서 다니는 것도 큰 힘이 되고요.”
-어쨌든 유원상은 트레이드 성공사례로 남겠구나.
“그렇게 되도록 해야죠. 반짝이 아닌 선수로 오래오래 뛰고 싶어요. 특히 올 시즌은 정말 잘하고 싶어요. 우리 팀에서 요즘 많이 하는 말이 ‘뭉치자’예요. (최)동수 형, (이)병규 형이 덕아웃 앞에서 파이팅 내면서 앞장서죠. 형들 그런 모습 보면 더 열심히 하게 돼요.”
○목표는 25홀드와 0점대 방어율!
-올해 목표는?
“몇 가지 있어요. 홀드를 25개쯤 하고 싶고, 88이닝을 던지고 싶고, 0점대 방어율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25홀드면 홀드왕도 노려볼 만하지 않나?
“SK (박)희수 형이 워낙 잘해서 홀드는 2위만 하면 좋겠어요.”
-88이닝은 불펜투수치고는 많다.
“투수의 FA 한 시즌 충족이닝이 88이닝이거든요. 물론 등록일수로도 가능하지만 저는 이닝을 채우고 싶어요. 그리고 0점대는 꿈의 방어율이잖아요. 올해 아니면 언제 또 도전할 기회가 올지도 모르는 거니까요.”
-또 하나 이닝당 투구수를 13.5개로 잡은 것도 있잖아?
“투구수가 적어야 많은 이닝 던질 수 있으니까요. 계속 공격적으로 던지자는 저하고의 다짐이죠. 이걸 달성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밥 잘 먹고 일찍 자라!
-아버지(유승안 경찰청 감독)께서 좋아하시겠다.
“제가 요즘 잘하니까 그동안 죄송했던 마음이 좀 덜하죠.”
-조언도 많이 해주실 것 같은데?
“야구 이야기 집에서 잘 안하는 편이세요. 가끔 하시는 이야기가 ‘밥 제때 잘 먹고 잠 일찍 자라’예요. 형들은 그게 최고의 조언이라고 하던데요.”
-프로야구선수로서 가장 큰 꿈이 있다면?
“가장 큰 꿈이요? 얼마 전 TV에서 김기태 감독님이 나온 프로를 봤어요. 감독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죠. ‘고생한 선수들과 함께 꼭 우승하고 싶다. 우승하고 울 준비가 되어 있다. 과정이 힘들수록 성취감은 더 클 것이다.’ 그런 말들이 감동으로 다가왔어요. 감독님 끌어안고 울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열심히 던지겠습니다.”
LG 유원상?
▲1986년 6월 17일 생
▲둔촌초∼잠신중∼천안북일고
▲187cm·93kg(우투우타)
▲2006년 한화 1차 지명·입단, 2011년 7월 LG 이적
▲2012년 연봉=6000만원
▲2012년 성적=28경기 1승1패2세이브11홀드 방어율 1.14(39.1이닝 24탈삼진 4볼넷)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