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MLG 스피링 챔피언십에서 한국 프로게이머들이 소개되자 관객들이 기립해 환호를 보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미국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한국 프로게이머들. 애너하임(미국)|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트위터@kimyke76
이영호 등 ‘스타2’ 이벤트 경기에 2000여명 몰려
“한국선수들 사인 받을래요” 300m나 줄 서기도
한국어 치어플까지 등장…제2의 한류로 발돋움
“2008년 한국에 가본 적이 있어요. 한국은 아름답고 사람들은 정이 많아요. 진해 벚꽃 축제에도 갔었는데 너무 아름다웠어요.”
갈색 눈에 노란 머리인 미국 청년. 그런데 입에서 한국어가 유창하게 나왔다. 그는 요즘 지구촌 곳곳에서 인기인 K-POP 팬이 아니다. 한국의 e스포츠 선수들이 좋아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운 마케도니아계 미국인 고첸 얌첸스키(25)씨이다.
얌첸스키 씨는 한국 e스포츠 초창기부터 임요환의 골수팬이었고 8년 전부터 한국 문화에 심취했다. 그에게는 한국인 친구들이 지어준 조인호(祚人好)라는 이름도 있다. 그의 소원은 나중에 한국 e스포츠계에서 일하는 것이다.
● 한국 e스포츠 선수 사인 받기 위해 300m 장사진
8일(현지시간)부터 10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미 최대 e스포츠 대회 ‘MLG(메이저리그 게이밍) 스피링 챔피언십’. 이곳에서는 얌첸스키씨처럼 한국 e스포츠에 열광하는 미국 젊은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이영호, 김택용, 이제동, 송병구 등 한국e스포츠 협회 소속 프로게이머들의 ‘스타크래프트2’ 경기를 보러온 팬들. 한국e스포츠협회 소속 프로게이머들은 9일 ‘스타크래프트2’로 이벤트 경기를 펼쳤다. 아직 실력은 ‘스타크래프트2’를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들에 미치지 못했지만 인기는 단연 최고였다.
이벤트 대회가 열린 9일 오후 5시, MLG 경기장에는 줄이 300m나 길게 늘어섰다. 얌첸스키씨도 한국어로 ‘고수’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벤트 경기를 앞둔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사인회였다. 팬들은 키보드와 마우스, 마우스 패드 등을 가져와서 사인을 받고 사진 촬영도 했다.
● K-POP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 한국어 치어플까지 등장
9일 밤 9시, 이벤트 경기가 시작됐다. 이날 한국 프로게이머의 경기를 보러 모여든 관중은 2000명이 넘었다. 다른 경기를 볼 때는 내내 앉아서 환호하던 관중들이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등장에 모두 일어서 선수들의 인사 한마디에 환호성으로 답했다. 일부는 선수들의 닉네임을 한국어로 쓴 치어플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캐나다에서 온 제니퍼 블랭켄십(26)씨는 “예상대로 이제동과 김택용은 매우 잘 생기고 섹시하다. 이 선수들이 빨리 ‘스타크래프트2’에 적응하고 최고가 돼 해외 대회에서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관중들의 뜨거운 반응에 매우 놀란 눈치였다. 삼성전자 칸의 송병구 선수는 “시차때문에 졸렸는데 사인회 때 의외의 반응에 잠이 확 깼다. 2007년에도 미국에 왔었는데 그 때보다 반응이 훨씬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벤트 대회에서는 KT롤스터의 이영호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애너하임(미국)|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yke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