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6월 25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긴급임시이사회를 열고 있다. 10구단 문제와 관련해 선수협은 이미 올스타전 보이콧을 선언했다. 만약 올스타전 보이콧이 가시화되면, 최대 피해자는 사상 최초의 올스타 싹쓸이를 한 롯데가 될 수밖에 없다. 스포츠동아DB
불참 땐 주전 8명 징계 “문 닫아야 할 판”
롯데 선수단 “다른팀 나 몰라라 안할 것”
KBO “이사회 보고 결정…징계 없을수도”
구단 관계자 “롯데 뺀 후반기 묵과 안할것”
롯데 선수 중 올스타전 최소득표자는 유격수 문규현이다. 문규현의 득표수는 롯데가 속한 이스턴리그에서 삼성, SK, 두산을 통틀어 최다득표를 기록한 2루수 정근우(SK)보다 많다. 한마디로 1등부터 10등까지 전원 롯데라는 얘기다. 역대 최다 투표수(172만1475표)에서 역대 최초 전 포지션 올스타 배출은 롯데 구단의 경사다. 그러나 롯데의 올스타 독식을 두고, 마냥 축하만 하기에는 롯데를 둘러싼 ‘특수한’ 상황들이 의미심장하다.
○생각할 점 1, 올스타 투표는 공정한가?
올스타전이 속성상, 인기투표라지만 온라인·모바일 투표가 허용되는 현실에서 민심의 왜곡이 일어날 위험성이 농후하다. 가령 극성팬 1명이 주변 친구, 친지의 명의를 빌려 집중적으로 사이버 투표를 행한다면 진성 야구팬들의 뜻과 무관한 당선자가 나올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바다. 그러나 대세에 지장을 줄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KBO 관계자는 “인터넷과 모바일 투표를 제외한 오프라인 투표수만 합산해도 롯데가 전 포지션 1위”라고 말했다.
올스타 투표가 대통령 선거처럼 엄정하게 관리될 수 없는 현실에서 어느 선까지 ‘편법’은 열성으로 봐줄 수 있다. KBO는 “올스타전 투표기간을 단축하는 방편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투표기간이 짧아지면 인기 구단 팬들의 막판 몰표로 인한 뒤집기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생각할 점 2, 올스타전 불참 징계는 정말 내려질까?
과연 올스타전은 무산될까? 열리지 않는다면 정말로 KBO는 불참 선수들에게 징계를 줄까? 징계가 내려진다면 선수들은 정말로 후반기를 보이콧할까?
대량 징계사태가 빚어지면 롯데는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부상으로 올스타전에 못 나갈 송승준, 조성환을 빼더라도 주전 8명이 징계를 받는다면 롯데 구단 관계자의 말대로 “문 닫아야 될” 사태다.
일단 롯데 선수단은 강경하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서 결정한 이상, 따른다는 태도다. 모 선수는 “올스타전 보이콧을 결정했을 때, 우리 롯데 선수들보다 타 구단 선수들의 목소리가 더 컸다. 그래놓고 징계가 내려졌을 때, 롯데 선수들만 피해를 보게 하고 나 몰라라 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KBO는 “10일 이사회를 보고 얘기하자”는 게 기본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에선 “징계가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올스타전 불참 시 징계 규정의 원래 취지는 선수들이 팀과 공모해 올스타전에 빠지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인데, 이번 사태는 그것과 다르다는 해석이다. KBO에선 “징계를 주면 46명이다. 46명 없이 리그가 제대로 운영되겠는가? KBO가 하는 일은 리그를 파행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잘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애꿎게 징계를 받을 수 있는 감독추천선수들의 사정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KBO와 선수들 사이에 낀 롯데 구단은 “규정대로 징계가 내려지면 받는다”는 장병수 사장의 발언에 묶여있다. “선수들에게 참석 권유는 하겠지만 쓸 카드가 별로 없다”고 말하는 정도다. 그러나 구단 핵심 관계자는 “만약 롯데 선수들이 대거 징계를 받은 상태에서 후반기가 열린다면 묵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