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네가족의 어색한 동거

입력 2012-07-2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 멕시코 가봉 스위스 같은 호텔 투숙

국제축구대회에서는 상대팀과 가급적 같은 호텔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런던올림픽에 출전 중인 홍명보호는 같은 조에 속한 멕시코, 스위스, 가봉과 뉴캐슬 힐튼호텔에 함께 묵고 있다. 이른바 ‘한 지붕 네 가족’의 동거다.

이는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독특한 결정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한 조에 속한 4팀이 모두 같은 호텔, 같은 훈련장을 쓰고 같은 날 같은 경기장에서 30분 간격으로 게임을 벌인다(조별리그 최종전 제외). 4팀이 이곳 훈련장인 뉴캐슬 대학 코크레인 파크 스포츠클럽의 천연 잔디구장 각 1면씩 쓰고 있다. 상대 팀 훈련을 염탐할 수 없도록 가림막이 쳐 있다.

이렇다 보니 웃지 못 할 일도 생긴다. 식사시간마다 늘 상대 팀과 얼굴을 마주하는 데 분위기가 영 다르다. 한국은 차분하다. 홍명보 감독은 주무와 미디어오피서 외에는 식당에 아무도 휴대폰을 갖고 못 내려오게 한다. 식사시간만이라도 개인 활동을 자제하고 서로 얼굴보며 대화하라는 의미다. 그런데 바로 옆 가봉과 멕시코 식당은 언제나 시끌시끌하다.

이곳 호텔을 담당하는 조직위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한국의 짐을 보고 크게 놀라기도 했다. 다른 팀들은 선수 개인 가방 외에는 별 다른 짐이 없었는데, 홍명보호가 한국에서 공수해 온 짐만 150개 박스 분량. 김형태 조리장은 전골 그릇과 버너를 챙겨와 매 끼 전골 등 선수들 입맛에 맞는 음식을 내놓고 있다. 22일 저녁때는 열무김치를 이용해 별미 열무비빔밥이 식탁에 올랐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우리의 철저한 준비성에 이곳 사람들 입이 딱 벌어졌다”며 웃음을 지었다.

뉴캐슬(영국)|윤태석 기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