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주말 17시 땡볕야구 헐!…오후 6시30분 시작하자”

입력 2012-08-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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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을 먹어도(강정호), 얼음을 머리에 올려도(김태균), 모자를 써도(관중들), 음료수를 들이켜도(장원삼) 덥다, 정말 덥다. 한여름 야구장은 뜨겁다. 특히 오후 5시에 시작되는 토·일 주말 경기는 30도가 훌쩍 넘고 습도가 높아 선수도 관중도 힘들어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야구계 파워엘리트 30명 설문…“혹서기 주말 17시 경기 이대로 좋은가?”

“사실상 낮경기…일사병 등 경기력 저하”


73% “오후 5시 경기 개시시간 바꿔야”
15명은 “주중처럼 오후 6시30분 적당”
7명만 “시행착오 끝 정착…현행 유지를”

“너무 더운 땡볕응원 야구장 가기 꺼려져”
야구팬들 72%도 “개시시간 변경 희망”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이 저물고 있다. 올 여름 현장에서는 특히 혹서기 주말경기 개시 시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각 구단 마케팅팀장, 심판, 해설가 등 야구계 파워엘리트 30명을 대상으로 ‘혹서기 주말 5시 경기개시, 이대로 좋은가’에 대해 물었다. 각자가 속한 입장에 따라, 다양한 견해들이 표출됐다.


○선수들 “혹서기 5시, 일사병 걸릴 정도”

30명 중 73%가 넘는 22명이 현행 혹서기 주말 경기 5시 시작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선수·코칭스태프·심판·해설가였다. SK 이호준은 “올 여름에는 ‘이러다 정말 일사병에 걸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인조잔디를 쓰는 구장은 더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5시에 경기를 시작하려면, 홈팀 선수들은 오후 1∼2시에는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 지열이 가장 뜨겁게 올라오는 시점이다. 오후 3시쯤부터 훈련을 하는 원정팀 선수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KIA 이용규는 “원정팀이 훨씬 더 힘들다. (원정 라커룸 시설이 열악해) 에어컨이 없는 상태라 정신이 없을 정도로 힘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훈련을 마친 원정팀 선수들은 시원한 구단 버스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경기력 저하·인권의 문제

스포츠동아 이효봉 해설위원은 “사실 선수들에게 오후 5시는 낮 경기나 마찬가지다. 금요일 야간경기를 치른 뒤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경기력에 영항을 미친다. 팬들도 주말 경기가 일찍 끝나는 것보다는, 더 좋은 경기를 바랄 것이다”고 말했다. 주말 5시 경기가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넥센 강정호 역시 “선수들이 집중해야 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인권의 문제”라며 퓨처스리그의 경기시간까지 폭넓게 짚었다. 현재 퓨처스리그는 오전 11시, 오후 1시에도 경기를 치른다“며 ”혹서기에 기준을 세워서(섭씨 몇 도 이상) 경기 개시 시각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2군시설 문제도 있지만 이러다 정말 사고가 날 것 같다. 여름만이라도 퓨처스리그도 야간 경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 시간은 시행착오 끝에 정착된 것

하지만 약23%(7명)의 응답자들은 “현행 제도를 유지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들 중에는 마케팅담당자들이 많았다. 롯데 최규덕 마케팅매니저는 “지금도 일요일 5시 경기는 예매율이 떨어진다. 시간을 늦추면 흥행 면에서는 좋지 않을 수 있다. 예전에 주말 6시30분 경기도 해보고, 각 구단이 자율적으로 경기시작 시각을 정해보기도 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주말 5시 경기가 정립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SK 김찬무, 삼성 박덕주, 넥센 정도영 마케팅팀장 등도 기본적으로 “현행 유지”의 입장을 취했다. 반면 두산 김정균, KIA 장판기 마케팅팀장은 “팬들 입장에서도 너무 더운 시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 관중도 6시30분 경기를 선호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삼성 이승엽과 한화 김민재 코치 등은 “예전에는 주말 오후 2시 경기는 물론, 여름 더블헤더까지 했다. 더운 것은 (경기 시간에 조금 변동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며 경기 시작 시간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혹서기 주말경기도 주중처럼?

‘혹서기에 적절한 주말경기 시작 시각’에 대한 질문에는 5시 경기에 부정적인 입장을 개진한 22명 중 15명(약68%)이 ‘오후 6시 30분’을 택했다. 롯데 강민호는 “훈련리듬을 유지하는데도 (평일과 같은) 6시 30분 시작이 좋다”고 설명했다. 일요일은 이동일이라 5시 경기도 괜찮지만 혹서기 토요일은 시간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두산 양의지는 “다음 날이 휴일(월요일)이니까 일요일은 5시 경기도 상관없지만, 토요일이라도 6시30분에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LG 조연상 마케팅팀장과 한화 임헌린 마케팅팀 과장 역시 “일요일 경기 시간을 늦추면 아무래도 직장인 팬들이 부담스럽다”며 ‘토요일 6시30분, 일요일 5시’의 입장을 취했다. SK 김경기 타격코치는 “구장의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경기 시작 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팬들의 의견은?

트위터를 통해 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105명의 팬들이 참여한 가운데 76명(72.4%)은 혹서기 주말경기 개시 시간에 대해 ‘바꿀 필요가 있다’는 쪽에 표를 던졌다. 25명(23.8%)은 현행 시간대 유지를 주장했다. 변경을 요구하는 팬들 중 @dmsdo52는 “가만히 햇빛 받으면서 앉아있으니 야구 보다가 하늘로 승천하는 줄 ㅠㅠ 너무 더우니까 야구장 가기 꺼려지더라”고 말했고, @bbirim2는 “특히 원정팬은 해가 질 때까지 해를 정면에 두고 응원하니까 어질어질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오후 5시에 경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었다. @daisukiej는 “지방은 대중교통 시간이 거의 11시면 끝나 경기가 10시만 넘어가면 초조해진다”면서 “주말은 5시에 시작하니까 연장전까지 해도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편하게 끝까지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namcaroline는 “주중엔 조카들 데리고 가기엔 끝나는 시간이 늦어 주말이라도 가려는데 주말마저 6시반이면 6회엔 나와야한다”면서 현재의 주말경기 시작시간을 선호했다.

시간대는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오후 6시30분에 시작하기를 바라는 팬이 30명(39.5%)으로 가장 많았고, 토·일 오후 6시가 17명(22.4%)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혹서기 더위를 피하고, 월요일 출근도 고려해 ‘토요일 오후 6시30분-일요일 오후 5시’ 15명(19.8%), ‘토요일 오후 6시-일요일 오후 5시’ 5명(6.6%) 등 절충안을 내놓은 팬들도 상당수였다. 이들 중에는 “최근 직장인이나 학생 중 주말을 이용해 KTX를 타고 지방이나 서울로 원정응원을 가는 팬들이 많은데 일요일 오후 6시 30분 경기는 직관(직접관람)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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