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련을 위해 베이징을 찾은 KCC 허재 감독(오른쪽)이 중국 수도강철 여자팀에서 뛰고 있는 김영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하승진 입대 전태풍 이적…전력 구멍
“최고로 힘든 시즌…더 무서워져야 한다”
#장면 하나. 프로농구 KCC 이지스는 3일 중국 베이징 전지훈련 차 출국했다. 베이징 공항을 빠져나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첫날 일정을 묻는 구단 직원들의 물음에 허재 감독은 “바로 농구장 출발”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숙소에 짐만 놓고 허겁지겁 유니폼을 입고, 곧장 훈련장으로 나가야 했다.
#장면 둘. 베이징 수도강철 체육관에서 시작된 첫날 훈련. 몸을 풀 때부터 허 감독의 불호령이 쩌렁쩌렁했다. 자세만 흐트러져도 따로 불러 호되게 혼을 냈다. 속도가 느리거나 실수가 나오면 육두문자까지 삼가지 않았다. 4일 예정된 수도강철과의 연습경기에 대비한 패턴훈련까지 다 마치니 2시간이 훌쩍 넘었다. 가드 임재현(35)은 “고참이라고 감독님이 봐주시는 편인데도, 프로 입단하고 이렇게 훈련을 세게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시즌 목표를 질문 받자 허 감독은 웃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우승을 하겠다’고 말하기 힘든 현실. 선수 때부터 1등이 아니면 직성이 안 풀리던 허 감독에게 올 시즌 예정된 고난의 행군은 어떤 의미일까.
하승진의 군입대, 전태풍의 이적, 추승균의 은퇴…. 베스트5를 짜기조차 힘든 전력. 1순위로 뽑은 용병 센터 코트니 심스마저 전훈 출발 직전인 8월 30일 KT와의 연습경기 도중 왼 발목을 다쳤다. 4주 진단을 받아 베이징에 오지도 못했다.
투 가드 임재현, 신명호 말고는 무주공산이다. 어떻게든 선수를 만들어야 할 상황. 장민국 노승준 김태홍처럼 가능성 갖춘 유망주들이 유독 꾸지람을 많이 듣는 이유다. 허 감독은 “선수, 지도자 통틀어 이렇게 힘든 시즌은 없었다. 올해는 더 무서워질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실력은 어쩔 수 없어도, 성장하려는 근성만큼은 심어주고 싶다는 바람인 것이다.
베이징|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