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오승환(왼쪽)이 3일 대구 두산전에서 3-1 승리를 지킨 뒤 담담한 표정으로 포수 이정식과 악수하고 있다. 오승환은 이날 36세이브를 기록해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최소한 공동 세이브왕을 확보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프로통산 5번째 세이브 1위 타이틀
삼성의 영광 뒤엔 언제나 그가 있다
감독으로 1500승과 일본시리즈 3회 우승에 빛나는 명장 노무라(77·라쿠텐 명예감독)는 우승 팀의 10가지 조건을 꼽으며, 첫 번째로 믿음직한 마무리 투수의 존재를 언급했다. 2012년 페넌트레이스 1위 삼성의 영광 뒤에도 든든한 수호신이 버티고 있다. 오승환(30·삼성)은 3일 대구 두산전에서 3-1로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고, 시즌 36세이브(1위)를 올렸다. 2위 그룹인 김사율(롯데)과 프록터(두산·이상 34세이브)는 소속팀이 2경기만을 남겨둔 상황. 오승환은 최소한 세이브 부문 공동 1위를 확보했다. 2006∼2008시즌, 2011시즌에 이어 5번째 세이브 1위 타이틀을 예약하는 순간이었다.
오승환이 데뷔한 2005년 이후 삼성은 총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2005·2006·2011시즌)을 차지했다. 삼성이 챔피언으로 등극하는 3번의 순간, 마운드 위에는 항상 오승환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우승을 확정지을 때 마운드를 지킨 투수를 ‘도아게(どうあげ·헹가래) 투수’라고 부르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선동열(KIA) 감독은 주니치 시절이던 1999년 센트럴리그 우승 당시 헹가래 투수였던 기억을 자랑스럽게 간직하고 있다. 오승환 역시 헹가래 투수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당시에는 순간 스쳐지나가는 것이라 그 느낌을 잘 모르죠. 그런데 나중에 텔레비전을 통해 보면, 정말 짜릿하더라고요. 올 시즌에도 꼭 마지막 순간을 지키고 싶습니다. 한국시리즈에 올라가서는 개인이고, 기록이고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요. 단 한 가지 바라는 것은 이기는 것, 우승 하는 것뿐입니다.”
마무리 투수의 기록은 팀 성적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시즌 초반 팀이 부진해 세이브 숫자가 쌓이지 않을 때도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팀이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오승환의 자세는 3일 윤성환의 승리를 지킨 직후 소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올 시즌 단 한번의 블론세이브가 (윤)성환이 형이 등판한 경기(4월 24일 대구 롯데전)였어요. 만약 제가 블론세이브를 안했다면 성환이 형도 10승을 하고, 팀에도 5명의 10승 투수가 나왔을 텐데…”
지금까지 한 시즌에 한 팀에서 5명의 10승 투수는 3차례 나왔지만, 5명의 선발 10승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올 시즌 삼성이 도전했지만, 윤성환이 3일 9승으로 시즌을 마치며 좌절된 기록이다. 이제 그 아쉬움은 한국시리즈에서 씻어낼 기세다. 오승환은 “올 시즌이 막바지가 되면서 구위가 더 좋아진 느낌이었다”며 한국시리즈 최후의 순간을 겨냥했다.
대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