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래 “팀 시한부 전락…둥지 잃은 느낌”

입력 2012-10-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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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MC 김나래가 24일 서울 문정동 재활센터에서 회복 훈련을 하며 힘든 표정을 짓고 있다.  박상준 기자

수원FMC 김나래 ‘청천벽력’

“2년 전 금빛 청사진 이뤄진 게 없어
트레이너 없이 4개월…줄줄이 부상”


“모두가 원했던 팀이 시한부로 전락했다.” 24일 만난 김나래(22·수원FMC)는 애써 밝은 표정으로 열흘간의 지옥 같던 시간을 더듬어냈다. 그는 병상에서 팀 해체 소식을 접했다. 9월17일 여자축구 WK리그 고양대교와 리그 최종전. 후반 추가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주저앉았다. 왼 무릎 연골이 찢어졌고, 9월28일 수술대에 올랐다. 이성균 수원FMC 감독이 팀 해체 소식을 접할 즈음이었다. 이 감독은 동분서주했다. 선수들이 부담을 느낄까봐 발설하지 않았다. 그러나 힘이 미약했다. 10월 중순 언론을 통해 해체 소식이 터져 나왔다. 청천벽력이었다. 김나래는 “동료들에게 확인 전화를 했더니 사실이라고 했다. 시즌 중 해체 소식은 전혀 없었다. 근데 갑자기 해체라니 너무나 막막했다”고 말했다.

팀 해체는 잠정 유보됐다. 자의가 아닌 타의였다. 수원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해체 중단 권고를 받아들여 연내에는 해체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수원시는 “적절한 매각 대상을 찾겠다”고 밝혔다. 언제든 해체될 수 있는 시한부다.

수원FMC는 많은 선수들이 동경했던 팀이었다. WK리그에 처음 나선 2009년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2010년 여자선수권 및 WK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청사진도 가득했다. 김나래는 “2010년 드래프트를 앞두고 심서연(23·당시 수원FMC 소속) 언니를 통해 희망찬 얘기를 들었다. 염태영 시장님이 잔디 구장 확보 및 시설 확충 등을 약속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속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광교산 아래 위치한 숙소는 잔디구장 하나 없었다. 개인 훈련을 위해선 개인 차량을 이용해 20여분을 나가야 했다. 숙소 앞 운동장은 중학교 야구부 팀이 쓰기 시작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지원도 없었다. “트레이너가 6월경 개인 사정으로 팀을 떠났다. 구단은 트레이너 채용을 말했지만 그뿐이었다.”

4개월 남은 잔여 시즌을 트레이너 없이 치렀다. 체계적인 관리는커녕 부상 선수들로 넘쳐났다. 대교와 최종전은 교체 없이 풀타임 출전해야만 했다. 피로누적으로 부상이 찾아왔다. 팀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김나래는 “지금까지 불편함을 몰랐다. 그런데 해체 문제가 불거지면서 서운함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이날 재활을 위해 수원 숙소에서 재활센터가 있는 서울 문정동까지 동료 차량을 얻어 타고 왔다. 그러나 돌아갈 땐 혼자였다. 수원행 버스를 타기 위해 떠나는 김나래의 발걸음은 복잡한 마음만큼 무거워 보였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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