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1 사커토크] 이임생 감독 “한국축구 매운 맛 보여줘” 이관우 “리그 챔프 제가 쏠게요”

입력 2013-0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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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李’ 콤비가 싱가포르 홈 유나이티드에서 재회했다. 홈 유나이티드 이임생 감독(왼쪽)은 예전 수원삼성 코치 시절 데리고 있었던 이관우를 최근 선수로 영입했다. 이관우는 은퇴 1년 반 만에서 싱가포르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게 됐다. 제주 서귀포로 전지훈련을 온 이 감독과 이관우가 다정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서귀포|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싱가포르 홈 유나이티드 감독·선수로 재회 이임생 & 이관우

사업하던 관우 선수생활 미련 알고 러브콜
리더십 제법인데 영어부터 빨리 마스터 해
다치지 말고 한국축구 정신 팀에 전수해 줘-이임생감독

팀이 지면 영어로 욕하세요…난 눈치 100단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모든 걸 다 걸었죠
고마운 감독님! 챔피언 트로피 기대하세요-이관우


‘망치’ 이임생(42)과 ‘시리우스’ 이관우(35)가 싱가포르에서 뭉쳤다.

이임생은 1998프랑스월드컵 붕대투혼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한국축구 대표 수비수 출신이다. 그는 2009년 말, 싱가포르 명문 홈 유나이티드 감독을 맡아 4시즌 째 팀을 이끌고 있다. 이관우는 잘 생긴 외모에 최고 테크닉을 갖춘 미드필더였다. 잦은 부상으로 고생하다가 2011년 은퇴 후 사업가로 변신했다. 이임생 감독이 예전 수원삼성 시절 코치-선수로 한솥밥을 먹었던 이관우를 이번에 부르며 사제가 다시 만났다. 홈 유나이티드는 현재 제주 서귀포로 전지훈련을 와 있는데 제주 유나이티드와 연습경기(3-3) 직후 이 감독과 이관우를 만났다.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됐나.


이임생(이하 이) : (이)관우가 선수에 대한 미련이 남은 걸 알았죠. 제가 한국 지도자니까 사명감이 들더라고요. 외국인 선수 보유가 4명에서 1명 늘었어요. 단, 이는 자국 대표팀이거나 유럽 5개국(독일 영국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1부 리그 경험 등 스타플레이어에게 해당되는데 싱가포르 협회에서 관우를 인정했죠. 플레이 코치가 아닌 정식 선수 계약입니다.


이관우(이하 관) : 빠른 시간 내에 결정돼 감독님께 감사드릴 뿐이죠. 제게 손 내밀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찰떡궁합인 것 같다.

이 :
지도자와 선수는 코드가 맞아야죠. 수원에 있을 때도 좋았어요.


관 : 오늘 제주랑 연습경기 했는데 제주 선수들이 우리 팀 실력 보며 놀라더라고요. 예전 동남아처럼 막 차지 않고 의외로 잘합니다.


이 : 관우가 중앙 미드필더지만 상황 봐서 좀 더 공격적으로 배치할 수 있어요. 싱가포르에서도 관우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관 : (고개 숙이며) 아. 정말 감사합니다. 감독님.


이 : 우리 약속한 거잖아. 이렇게 축구 선후배들이 긍정적인 관계를 가져가면 밖에서도 아름답게 보여 질 수 있고.


관 : 감독님이 수원 코치로 계실 때는 모든 경기 다 나갔는데 싱가포르 가신 후 좀 꼬여버렸어요. 하하. 감독님께서 처음 전화해서 (싱가포르 오는 것) 잠시 생각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하시더니 2∼3시간 후 다시 연락 와서 그냥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고민할 틈도 없었어요.


-서로에게 바라는 점 하나씩 말한다면.

이 :
관우가 빨리 영어문제부터 해결했으면 좋겠어요. 이왕 여기 온 거 영어를 잘 배워갔으면 해요.


관 : 제가 눈치는 빨라요. 팀이 지면 감독님이 제게 영어로 욕을 한다니까요.(모두 웃음) 감독님이 뭘 원하는지 알고 있으니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이 : 또 하나 운동장에서 한국축구 문화는 꼭 유지해 줬으면 해요. 그것을 우리 선수들에게 주입시켜줬으면 해요. 축구 전도사라고 할까? 한국이 아시아 축구 리더잖아요. 첫 날 훈련 보니 관우가 리더십이 있어요. 동료들에게 소리치고 제스처도 취하는 게. 하하. 단, 부상이 재발하는 일은 절대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관 : 전에는 죽기 살기로 했다면 이제는 죽은 상태에서 뛰는 각오여야죠.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요.


이 : 제가 한국에서 관우를 만날 때 어딘가 그늘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해맑아졌다고 할까? 순수 소년같이. 하하.


관 : 침대에 누워서 천장 보고 있으면 행복해요. 예전에 어떤 점쟁이가 그러더라고요. 전 섬 생활에 어울린다고. 싱가포르가 섬나라잖아요. 제가 청소년 선수로 출전했던 1997년 말레이시아(U-20 월드컵) 옆 동네이기도 하고요.


-제주 전훈은 어떻게 오게 됐나.

이 :
초청해 주신 제주 박경훈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수원삼성에서도 선수단 버스 제공해줘서 인천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편하게 왔죠.


관 : 우리 감독님이 한 인맥 하시죠. 제주 의무 팀에서도 직접 우리 선수들까지 하나하나 체크해주시고.


이 : 예전에 함께 일했던 분들이 참 고맙죠. 이런 모습 보며 싱가포르 선수들은 참 놀라고 부러워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K리그나 한국의 남다른 축구 문화와 환경이 알려지죠.


-이관우는 동료들과 친해져야할 텐데.

관 :
주변에서 저를 리켈메나 시리우스, 슈퍼스타라고 불러요. 저 사실 슈퍼스타는 아닌데….


이 : 관우는 늘 진솔해요. 먼저 머리를 숙일 줄 알고.


관 : 동료들이 가끔 물어요. 감독님 어떤 선수였냐고. 최고 선수였다고 말하죠. 사실 대학교 때부터 감독님 팀은 의지하는 형이었는데 여기서는 감독님이니까 존중해야죠.


이 : 야, 잘해라. 내가 선수 선발권 갖고 있다. 하하.


-구단주 맡고 있는 앤셀름 로페즈 회장에게 고마운 점이 많다는데.

이 :
영국에서 공부하신 분이에요. 올 시즌 처음 부임하셨는데 제 축구철학을 100% 지지해주세요. 2010시즌부터 팀을 이끌며 우승, 준우승도 해보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컵 대회도 나가봤지만 정말 속상한 것 중 하나가 선수 선발권한에 대한 것이었어요. 올해는 모두 제가 직접 선발한 선수들입니다. 회장님께서 전폭 지지해주시니 성적으로 보답해야죠.


관 : 감독님. 홈 유나이티드가 리그 챔피언에 등극하면 되는 거죠?

서귀포|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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