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선수단이 태국 전지훈련서 타고 다니는 미니버스. 방콕ㅣ남장현 기자
놀랄 필요가 없다.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전남 구단은 18일부터 3주 일정으로 태국 방콕에서 동계 전훈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선수단이 이곳에서 사용하는 버스는 30여 명 이상 탑승시키는 대형 버스가 아니다. 국내에서 마을버스로 운행되는 미니버스가 활용되고 있다. 사실 방콕에 대형 버스가 없어서가 아니다. 동남아 일부 장거리 노선버스는 간이 화장실까지 있을 정도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나 급한 용무를 해결할 수 있는 한국보다 오히려 환경이 낫다. 그럼에도 전남 선수들은 미니버스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사연이 재미있다. 전남은 숙소에서 훈련장 또는 경기장으로 이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대형 버스를 대여했다. 그런데 첫날부터 꼬였다. 버스가 훈련장을 향하다 낮게 설치된 주택가 전깃줄에 지붕이 걸렸다. 간신히 사태를 정리한 뒤 미리 섭외된 다른 훈련장으로 떠났지만 이번에는 각도 90도에 달하는 좁은 커브가 문제였다. 결국 전남 선수들은 섭씨 30도의 무더위를 뚫고 5분여 간 도보로 훈련장을 향했다. 같은 상황을 매일 반복할 수 없었던 전남은 고민하다 묘안을 찾았다. 작은 버스를 수소문하다 인근 동물원에서 미니버스를 섭외할 수 있었다. 돌고래나 얼룩말 등 동물 그림이 그려진 사파리용 버스다. 덩치 큰 장정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은 모습은 아주 이색적이다.
전남 관계자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고 멋쩍어 했지만 본의 아닌 스킨십(?)으로 동료들 간의 정은 더욱 깊어졌으니 마냥 나쁜 일만은 아닌 모양이다.
방콕(태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