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통산 200승을 달성한 러시앤캐시 김호철 감독은 그 동안 자신이 지도해 온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 감독이 12일 홈경기에 앞서 공을 안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산|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고마움 만큼 안타까운 생각도 가득
잇따른 감독 경질은 배구 발전 저해
좌우명 솔선수범…선수 육성이 목표
V리그 남자부 러시앤캐시의 김호철 감독이 프로배구 통산 2번째로 200승을 달성했다. 김 감독은 10일 5라운드 KEPCO와의 홈경기에서 3-0 승리를 거두며 대기록을 세웠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현대캐피탈의 사령탑으로 정규리그 173승, 플레이오프 7승, 챔피언결정전 11승 등 총 191승을 기록한 김 감독은 2012∼2013시즌 러시앤캐시로 자리를 옮겨 9승을 추가하며 200승을 마크했다. 최다승은 라이벌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255승이다. 러시앤캐시는 200승을 기념하기 위해 12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전에 앞서 시상식을 했다. 최윤 러시앤캐시 회장이 금일봉을, 두 팀 선수단은 꽃다발을 각각 전달했다.
-통산 200승을 축하한다.
“(기록 달성을)몰랐다. 공교롭게도 오늘(12일) 두 팀이 나와 함께 기록을 만든 팀이다. 200승 가운데 대부분은 현대 선수와 이뤘다. 200승을 올려준 두 팀 제자를 데리고 오늘 경기를 하게 돼 가슴이 찡하다.”
-200승에 오기까지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면?
“고맙기보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든다. 선수들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치고 어려울 때 함께 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선수들에게 200승을 빚졌다.”
-2005년 V리그 원년 감독으로 데뷔한 첫 경기가 기억나는지?
“상무전이었다. 0-3으로 졌다.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것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 경기에서 헤매던 기억이 난다.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과 많은 준비를 했지만 경기에서 제대로 풀지 못했다. 생각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그 경기에서 배웠다. 훈련 때와는 달랐다. 열정만 너무 앞세웠던 시간 아닌가 싶다.”
-야구에서는 감독이 400패정도 해야 경기를 보는 눈이 생긴다고 한다. 배구는 어떤가?
“선수들의 체력 부담으로 그 정도까지 많은 경기를 할 수 없다. (감독이) 얼마나 많이 노력하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야구는 수가 많고 변수도 다양하지만 배구는 그렇지 않다. 선수에게 많은 것을 맡겨야 한다. 팀이 리듬을 잘 타고 있는 지를 보고 선수교체를 통해 변화를 주는 것이 감독의 일 같다. 수직운동이 많고 체력소모가 큰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시즌 때 감독이 해야 할 일이다. 물론 많은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다.”
-200승을 했지만 2005∼2006시즌 2006∼2007시즌 이후 우승이 없다. 아쉽지 않은지?
“사실 우승을 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이 ‘우승을 두 번 했으면 됐다’면서 다른 방향에 많은 신경을 썼다. 많은 팬을 갖는 팀을 더 원했고, 그런 부분에 노력하다보니 외국인선수 선발 등에서 겉돌았던 것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승이 이처럼 어렵다는 것을 몰랐던 것 같다.”
-프로배구 감독은 어떤 자리라고 생각하나?
“요즘 보면 파리 목숨 같다. 성적 나쁘다고 그냥 자르는 걸 보면…. 이런 식으로 가면 감독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안목을 가질 수 없다. 우선 효과만 매달리다 보면 배구발전에 지장을 줄 것 같다.”
-감독으로서 좌우명은?
“솔선수범이다. 훈련장에서 항상 선수들과 같이 있다.”
-감독으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승수도 중요하겠지만 한국배구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선수의 기량을 가다듬고 발전시키는 감독이 되고 싶다.”
김호철 감독?
▲생년월일 : 1955년 11월 13일(경남 밀양)
▲학력사항 : 밀주초-밀양중-대신고-한양대
▲감독경력 : 1995 멕시카노 파르마클럽 감독, 1996 베테통클럽 트레비소 감독, 2004∼2011 현대캐피탈 감독, 2011∼2012 현대캐피탈 총감독, 2012∼ 러시앤캐시 감독
▲수상내역 : 2005∼2006, 2006∼2007시즌 V리그 감독상, 2006도하아시안게임 남자배구 감독상
아산|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