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 “요즘 감독은 파리목숨”
니콜, 한 경기에 55득점…감동 투혼
김광국 ‘암 투병’ 어머니 얘기에 눈물
NH농협 2012∼2013시즌 프로배구 V리그 5라운드는 모든 팀에 중요한 시기다. 포스트시즌에 나가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이 정해지는 때다. 어느 팀은 3월 잔치를 기다리지만 어느 팀은 다음 시즌을 머릿속에 그려야 한다. 남자부는 5라운드에서 2명의 감독이 해임됐다. 지금 마음이 편한 감독은 선두권 몇몇 뿐이다. 5라운드 마지막 주 가장 눈여겨봐야 할 팀은 3위 턱걸이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4위다. 남자부 LIG손해보험과 여자부 현대건설의 행보다. LIG는 감독대행으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 여자부는 19일 3,4위 도로공사와 현대건설의 맞대결이 있다. 승점 1점차 운명의 승부다.
○V리그는 감독대행 시대
5라운드 빅 이슈는 이경석 LIG손보와 신춘삼 KEPCO 감독의 경질이었다. LIG는 13일 삼성화재전에서 2-1로 앞서다 역전패 당하자 칼을 들었다. LIG의 부진은 미스터리다. 지난해 8월 수원컵에서 우승하며 탄탄한 전력을 보여줬다. 최고용병이라는 까메호도 영입해 이번에야말로 해볼 수 있겠다는 예상이 많았다. 구단도 사기진작을 위해 선수전원의 연봉을 올려주며 당근을 안겼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김요한, 이경수 등 화려한 공격수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 탈락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여전히 해답을 내놓지 못한 채 감독교체의 강수를 뒀다.
KEPCO는 10일 러시앤캐시전에서 0-3으로 패하자 설날 밤에 경질 보도자료를 돌렸다. 감독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 행동에 대해 러시앤캐시 김호철 감독은 “요즘 감독은 파리목숨”이라고 했다. 신춘삼 감독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운명을 예감했던지 그날 경기를 앞두고 KOVO 관계자에게 “오늘 0-3으로 지면 아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 말을 들은 관계자는 농담으로 생각해 “1-3으로 지면 어떻게 되나요?”라고 질문. 신 감독은 “1-3으로 지면 며칠 더 갈 것이고, 2-3으로 지면 몇 경기 더 하겠지”라며 자신을 향해 죄여오는 운명에 대해 예감을 하고 있었다고. 이재구 감독대행 체제로 나선 KEPCO는 14일 대한항공전에서도 패해 20연패의 수렁에 떨어졌다. LIG도 16일 현대캐피탈전에 완패하며 감독교체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주 최고의 투혼
니콜 포셋(도로공사)은 12일 IBK기업은행전에서 역대 한 경기 최다득점(55점)을 작성(종전 기록은 몬타뇨의 54점)했다. 5세트 때는 팀의 15득점 가운데 13점을 혼자 올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그 많은 점수를 내면서도 찬스만 되면 자신에게 토스하라고 세터에서 사인을 계속 보내는 그 투지와 팀에 대한 헌신에 배구팬들도 감동했다. 어느 팬은 니콜의 투혼을 다음과 같은 4자성어로 정리했다. 미·안·하·다.
○현대캐피탈 용궁에서 간신히 빠져나오다
현대캐피탈이 6일 대한항공전 패배 이후 3연패를 했다. 12일 러시앤캐시전에서 하종화 감독은 4세트 막판 타임아웃 때 “현대의 자존심을 지키라”고 선수들에게 호소했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다. 경기 뒤 “할 말이 없다. 뭔가 생각을 달리해서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현대의 레전드 출신으로 지휘봉을 잡은 하 감독은 개성 강한 선수들에게 형님 리더십으로 접근해 시즌 2위로 순항했지만 5라운드에서 고비를 만났다. 다행히 16일 LIG전을 이기며 연패를 끊었다. 지금 하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구단의 인내와 시간이다. 감독은 패배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지난 주 최고의 세트
12일 러시앤캐시-현대캐피탈의 2세트는 45분간의 혈투. 리드 당하던 러시앤캐시는 11번의 듀스 끝에 36-34로 승리하며 대역전극의 발판을 만들었다. 역대 2번째 한 세트 최장시간 경기였다. 역대최고는 올 1월23일 대한항공-현대캐피탈전에 나온 48분.
○많은 감동을 안긴 눈물의 인터뷰
김광국(러시앤캐시)은 10일 KEPCO와 경기에서 3-0 승리를 거둔 뒤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렸다. 이세호 KBS스포츠해설위원이 병상에 계신 어머니 얘기를 꺼내자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대장암으로 투병중인 어머니를 위해 장남인 자신이 할 일이 없다는 죄책감에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 김광국은 방송 인터뷰 뒤에도 한동안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는데, 강만수 경기운영위원장이 등을 두드려주며 위로했다.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