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사진제공｜KLPGA
12번홀 주타누가른 홀인원에 2위로
역전의 꿈 접고 2타차로 경기 마쳐
선두 18번홀 트리플보기 추락 ‘행운’
“기대 못한 우승…선물 받은 듯 기뻐”
승승장구 태극낭자 개막 2주연속 1위
“마지막 홀에서 선물을 받은 것 같다.”
박인비(25)가 24일(한국시간) 태국 촌부리의 시암 컨트리클럽 파타야 올드코스(파72·6469야드)에서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총상금 150만 달러)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이날 5언더파 67타를 치며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했다. 2위로 먼저 경기를 끝냈지만 뒤에서 경기를 펼친 선두 아리야 주타누가른(태국)이 마지막 18번홀에서 한꺼번에 3타를 까먹는 바람에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4000만원)을 챙긴 박인비는 단숨에 상금랭킹 1위가 됐다.
소감에서 밝혔듯 그에겐 행운도 따랐다.
공동 5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박인비는 선두에 2타 뒤진 2위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 역전을 바라보기엔 타수 차가 커보였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홀인원까지 하면서 잘 나가던 선두 주타누가른이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자멸했다. 경기 중반까지 둘의 선두 경쟁은 치열했다. 박인비가 11번홀까지 6타를 줄이면서 1타 차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뒤에서 경기한 주타누가른은 12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며 다시 1타 차 선두로 나섰다. 13번홀(파4)에서 다시 버디를 추가하며 순식간에 3타 차 선두가 됐다.
14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1타를 잃었지만 마지막 18번홀(파5)을 앞두고 2타 차로 앞서 나갔다. 보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18번홀. 주타누가른이 페어웨이에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 앞의 벙커에 빠졌다. 단순히 벙커에 빠진 것 같았던 공은 모래와 잔디의 경계에 박혀 정상적인 경기를 펼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1벌타를 받고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했다. 불운의 시작이었다. 더 이상의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실수는 계속됐다. 이 상황을 여유롭게 대처하기에 그는 아직 경험이 부족했다. 벙커에서 친 네 번째 샷이 이번엔 그린 뒤쪽에 떨어졌다. 퍼터로 5온을 노렸지만 그린에 미치지 못했다. 6타 만에 공을 홀 1m 지점에 붙였다. 성공하면 연장이었지만 충격에 빠진 주타누가른은 이 퍼트마저 빼면서 주저앉고 말았다. 결국 마지막 홀에서 우승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행운이 따르긴 했지만 박인비에겐 기분 좋은 우승이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왕 2연패에도 힘찬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박인비는 “우승할 것으로 기대하지 못했다. 18번 홀에서 주타누가른이 4번째 샷을 한 결과를 보고 연장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주타누가른에게 좋은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청야니(대만)는 이날 무려 9타를 줄이면서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쳐 유소연(23·하나금융) 등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최나연(26·SK텔레콤)은 7위(9언더파 279타)를 차지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