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리포트] 4번같은 대타…셋 중 한 남자, 든든한 히든카드

입력 2013-0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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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이승엽, 김태균(왼쪽부터)은 모두 일본무대에서 4번타자를 경험한 선수들이다. 대표팀은 이대호의 파워, 김태균의 꾸준함, 이승엽의 결정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를 기대한다. 스포츠동아DB

■ 1루수 셋·유격수 셋…류중일 감독의 중복포지션 숨은 전략


1루엔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 거포삼총사
최고의 대타…덕아웃서 찬스 호시탐탐

멀티맨 강정호 유격수·3루수 출격대기
손시헌 수비 강점·김상수 대주자 카드로


내야수 8명 중 유격수가 3명, 1루수가 3명이다. 내야 포지션의 중복은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대표팀을 바라볼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 중 하나로 꼽힌다. 처음 엔트리가 발표됐을 때부터 꼬리처럼 따라붙고 있다. 그러나 ‘류중일호’는 대만 도류 캠프에서 그동안 중복 포지션을 아킬레스건이 아닌, ‘숨은 무기’로 탈바꿈시키는 데 온 힘을 기울여왔다.


○역대 최강의 대타를 보유한 대표팀

대표팀을 놓고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는 이승엽(삼성), 이대호(오릭스), 김태균(한화) 등 최고의 스타들이 모인 1루수였다. 자칫 자존심 경쟁이라도 시작되면 팀 전체 분위기가 엉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타자’ 이승엽이 먼저 마음을 비우면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승엽은 26일 대만 타이중에서 “2006년 제1회 WBC 때도 1루수는 3명(이승엽·최희섭·김태균)이었다. 문제될 게 전혀 없다. 이번에는 내 역할이 대타, 조커다. 국제대회에서 그동안 8회 잘 쳤던 기억이 많은데, 이번에도 꼭 중요할 때 내 몫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김태균도 “소속팀에 돌아가도 언제나 1루수는 또 있다. 더군다나 중요한 국제대회다. 팀이 먼저다”라고 말했다. 대표팀 타선에는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어떤 대표팀도 보유하지 못했던 최고의 대타가 있다는 점이다. 3명의 강타자 중 1명은 덕아웃에 남기 때문이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감독은 물론 팀 전체가 혹시 지고 있더라도 한번 찬스를 잡으면 ‘꼭 역전할 수 있다’는 힘을 줄 수 있는 타자들”이라고 설명했다.

대표팀 유격수 3총사인 손시헌, 강정호, 김상수(왼쪽부터)가 대만 전지훈련에서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 경쟁관계가 아니라 각각의 게임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기용될 전망이다. 스포츠동아DB



○강정호는 3루수?

손시헌(두산), 강정호(넥센), 김상수(삼성). 3명의 유격수를 놓고는 1루수보다 더 많은 의문부호가 따랐다. 엔트리에 주전 2루수 정근우(SK)와 3루수 최정(SK)을 뒷받침할 백업 요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12일부터 25일까지 대만 도류구장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류중일 감독은 일반적 예상과는 다른 실험을 했다. 강정호의 3루수 선발 기용과 김상수의 대주자 집중 훈련이다. 류 감독은 “강정호는 3루 수비도 뛰어나다. 수비범위가 넓고 어깨도 좋다. 지금은 선발을 최정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강정호가 주전이 될 수도 있다. 유격수로 손시헌이 먼저가 될지, 강정호가 앞설지 아직 모른다. 중요한 건 강정호는 멀티플레이어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김상수는 수비도 중요하지만 전문 대주자가 첫 번째 역할이다”고 설명했다. 류 감독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수비코치를 맡았다. 당시 대표팀 조범현 감독은 타격감이 절정인 강정호를 3루수로 쓰는 과감한 전략으로 정상에 올랐다. 결국 강정호의 3루수 기용 구상은 국내 최고 수비 전문가인 류 감독이 이미 한 차례 했던 경험에서 나온 선택이다. 김상수는 거포가 많은 대표팀에서 꼭 필요한 대주자이며, 유격수는 물론 2루수 백업도 가능한 다목적 카드다. 유격수 3명은 보험용으로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활용해 전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류 감독의 승부수다.

타이중(대만)|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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