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의 이슈&포커스] 사후징계 덕 볼 생각 없다 김호곤 감독의 통 큰 배포

입력 2013-03-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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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임유환(오른쪽)이 9일 울산과 경기 도중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한상운에게 반칙을 가하는 장면.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전북 임유환(오른쪽)이 9일 울산과 경기 도중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한상운에게 반칙을 가하는 장면.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임유환 PK 오심에도 ‘대승적 차원’ 항의 안해

지난 주 K리그는 프로연맹과 전북현대의 갈등으로 잠시 소란스러웠다. 전북 임유환은 9일 울산현대와 2라운드(전북 2-1 승) 도중 페널티박스 안에서 퇴장(레드카드)에 해당하는 반칙을 저질렀지만 제재를 받지 않았다. 연맹 심판위원회는 동영상을 분석해 임유환에게 레드카드에 적용되는 2경기 출전정지를 부과했다. 사후징계였다. 억울한 피해자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전북은 이사회를 거치지 않았고 공문도 뒤늦게 받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건은 일단락됐다. 전북의 철회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땅히 페널티킥(PK)을 얻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오심의 피해자가 된 울산 김호곤 감독(사진)의 행동이 눈길을 끈다. 김 감독이 연맹에 항의전화 한 통은 걸 거라 예상했다. 오심의 피해자(감독이나 구단 직원)와 연맹 측(사무총장, 심판위원장, 경기위원장 등)의 통화는 새삼스럽지 않다. 전화로 판정이 바뀔 리 없지만 피해자는 오심을 공식 인정받음으로서 심리적 보상을 받으려 한다. 하지만 김 감독은 연맹 관계자 중 평소 가까운 사람이 많은데도 한 마디 안 했다. 전화도 없었다.

울산 김호곤 감독. 스포츠동아DB

울산 김호곤 감독. 스포츠동아DB


이유가 있었다. 2월28일 지도자 간담회 때 연맹 한웅수 사무총장은 “공정한 레이스를 위해 연맹이 노력하겠다. 연맹은 특정 구단 편을 들 생각 없다. 오심이 혹시 나와도 항의하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여 달라”고 부탁했다. 간담회 후 한 총장에게 문자가 한 통 왔다. 김 감독이었다. ‘동의한다. 나부터 협조하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그 약속을 지켰고, K리그 사령탑 중 최고 어른으로서 모범을 보였다.

사이먼 쿠퍼가 쓴 ‘사커노믹스’라는 책에 PK와 승부의 상관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통계가 나온다. 02∼03시즌부터 05∼06시즌까지 프리미어리그 1520경기의 PK 선언에 따른 승패현황을 분석했다. PK가 없었던 경기의 승리비율은 홈 49.65%, 원정 27.97%, 무승부 22.38%였다. PK가 선언된 경기 승리 비율은 홈 46.76%, 원정 27.23%, 무승부 26.01%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PK 선언에 따른 강 팀, 약 팀의 승패 비율도 비슷했다. 사이먼쿠퍼의 결론은 이렇다. ‘물론 실제 경기 하나에서는 PK의 영향력이 높을 수 있지만 수많은 경기를 통계화해 평균을 따지면 홈·원정, 강·약 어느 쪽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PK가 경기결과를 바꾸지는 못 한다.’

K리그 지도자들도 곰곰이 생각해 볼만한 대목이다.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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