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플러스] 바티스타 14K…삼진 역사 다시 쓰다

입력 2013-06-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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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바티스타 .스포츠동아DB

NC전 8이닝 137구…과부하 걸린 불펜 위한 역투
2001년 SK 에르난데스·올 4월 자신의 13K 경신
팀 4연패 끊은 혼신의 피칭…더욱 값진 시즌 5승


‘14탈삼진. 외국인투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축하합니다!’

2일 대전 NC-한화전 8회초 1사 2루. 타석에 선 NC 나성범이 2스트라이크 이후 한화 선발 데니 바티스타의 높은 볼에 헛스윙을 하자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1998년 한국프로야구에 등장한 외국인선수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14개) 기록이 새로 작성됐기 때문이다. 기존 외국인투수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은 2001년 SK 페르난도 에르난데스와 KIA 게리 레스, 그리고 올해 4월 4일 대전 KIA전에서 바티스타가 작성한 13개였다.

이날 바티스타의 14탈삼진이 값졌던 이유는 비단 ‘신기록’이어서만은 아니다. 팀의 4연패를 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진 끝에 나온 결과물이었기에 더욱 빛났다. 바티스타는 7회까지 127개의 공을 던졌다. 게다가 4회 나온 추승우의 역전 3점홈런으로 한화가 3-1로 앞선 상황이었다. 이미 한 경기 개인 최다 투구수(4월 4일 120개)를 훌쩍 넘긴 상태였고, 다음 등판을 위해서라도 교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바티스타는 8회초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김종호에게 내야안타를 맞았지만 다음 타자 모창민을 범타로 유도했고, 나성범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 4번타자 이호준까지 3루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8이닝 4안타 1홈런 4볼넷 14탈삼진 1실점. 투구수는 무려 137개였다. 그는 130구를 넘게 던지고도 시속 149km의 강한 공을 뿌리며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고, 이닝을 매조지한 뒤 두 손을 하늘로 번쩍 들어올리는 특유의 세리머니로 기쁨을 드러냈다.

바티스타가 8회까지 공을 던진 이유는 과부하에 걸린 불펜진을 위해서였다. 특히 마무리 송창식이 잦은 등판으로 컨디션 난조를 보이자, 그는 선발로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많은 이닝을 소화하려는 모습이었다. 시즌 초반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 자비를 털어 햄버거를 돌리며 동료들을 위로하던 착한 용병이자, 책임감까지 강한 에이스인 것이다.

바티스타는 경기 후 “오늘 변화구가 상당히 좋았고 컨트롤 위주로 던지려고 했다. 땅볼을 유도하기 위해 낮은 공을 많이 던졌는데, NC 타자들이 스윙을 많이 해서 삼진이 많이 나온 것 같다”며 “미국에선 100개 이상 던진 적이 없는데, 경기 전부터 컨디션이 좋았고 던지고 난 뒤에도 몸 상태가 나쁘지 않다. 앞으로도 팀이 필요하다면 다시 던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전|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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