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선수단이 2일 광주 LG전에 앞서 단체로 삭발했다. 시작은 포수 차일목이었다. 구장에 나오기에 앞서 머리카락을 짧게 밀었다. 그러자 고참들이 동참했다. 라커룸에서 서재응, 최희섭, 유동훈 등은 차일목에게 머리를 깎아달라고 요청했다. 머리를 깎는 도구는 서재응이 갖고 있었다. 고참들이 삭발하고 훈련에 나서자, 후배들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누가 지시하지 않았지만, 선수들은 훈련을 마치기 무섭게 차례로 라커룸에서 삭발식을 거행했다. 또 선수단 전원이 ‘농군 스타일’로 양말을 무릎까지 올려 신고 경기에 임했다. 삭발과 농군 패션으로 일사분란하게 정신무장을 단행했다.
KIA는 지난달 7일 광주 롯데전을 시작으로 5경기를 내리 패한 뒤 계속 하락세를 걷고 있다. 5연패 이후 치른 14경기에서 6승8패에 그쳤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45경기에서 23승1무21패를 마크했다. 결코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최근의 하락세로 이전에 벌어놓았던 승수를 모두 잃고, 중위권 싸움에 휘말렸다.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4일 휴식기를 통해 심기일전했지만, LG와의 홈경기에서 내리 2패를 떠안은 게 컸다. LG전 두 경기 모두 후반에 대량실점하며 무너졌다. 이처럼 경기 내용이 좋지 않자 팀 고참들이 솔선수범해 삭발을 결심한 것이다.
서재응은 “심기일전하자는 의미로 삭발하게 됐다. 오늘(2일) 경기를 마친 뒤 선수들과 따로 미팅을 가질 생각이다”고 말했다. 최희섭도 “단체로 삭발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고참들이 먼저 나섰고, 후배들이 따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머리를 짧게 깎은 모습을 본 KIA 선동열 감독은 “삭발한다고 곧바로 성적이 좋아지진 않겠지만, 선수들이 스스로 움직인 것 같다. 감독 입장에서도 마음이 좋을 리가 없다”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이어 “(선수들이) 안 됐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성적이 안 좋으니 하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낸 것 같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광주|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