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TALK!베이스볼] 대주자 나선 투수 임정우 무아지경 질주

입력 2013-06-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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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로 접어들면서 프로야구 순위싸움이 다시 요동을 칩니다. 삼성과 넥센의 선두싸움은 물론 롯데와 LG의 선전으로 중위권 싸움도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네요. 한순간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다보니 경기마다 박진감이 넘칩니다. 그래서인지 갖가지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어요. 야구계의 뒷얘기를 전하는 ‘톡톡(Talk Talk) 베이스볼’은 지난주 가장 화제를 모은 LG의 ‘광주대첩’ 무용담부터 전합니다.


“슬라이딩 사인? 보일 턱이 없었죠”

●…LG가 2일 광주 KIA전에서 포지션 파괴로 대역전승을 거둔 것이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0-4로 뒤지던 경기를 9회초 동점을 만들고 연장 10회 뒤집었으니 뒷얘기도 무성했어요. 우선 대주자로 기용된 투수 임정우 얘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9회초 2사 2·3루서 2루주자 이진영을 대신해 투입됐는데, 손주인의 적시타로 홈을 밟았습니다. 임정우가 대주자로 발탁된 이유는 투수 중 달리기가 가장 빠르기 때문이었는데요. 임정우는 김기태 감독에게 “자신 있습니다”라고 말한 뒤 그라운드로 나갔지만, 프로에서 주루 플레이 훈련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답니다. 투 아웃이니 무작정 뛸 생각으로 나갔으나, 3루를 밟으면서 밸런스가 잠시 흐트러지기도 했어요. 다행히 넘어지지 않고 홈까지 뛰어들어갔죠. 선행주자가 홈 플레이트 옆에서 슬라이딩하라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임정우는 아무것도 안 보였대요. ‘무아지경’에 빠진 겁니다. 임정우는 “홈으로 들어오는데, 사실 옆에서 볼이 포수 쪽으로 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세이프가 됐는데 슬라이딩하라는 사인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작정 뛰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환하게 웃었습니다.


문선재와 호흡 후 봉중근 기진맥진

●…LG는 9회초 4-4 동점을 만들었지만, 9회말 낭패감에 휩싸였습니다. 이미 1군에 등록된 포수 2명을 모두 기용한 뒤 교체했기 때문이죠. 결국 문선재를 안방마님 자리에 앉혔는데, 야수 중 오른손잡이가 거의 없어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문선재가 포수로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답니다. 초등학교 때 재미삼아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단 한번도 포수를 해본 적이 없는 문선재였습니다. 걱정된 차명석 투수코치는 투수 봉중근을 불렀습니다. “져도 좋으니 스트라이크로 직구와 커브만 던져라. 경기를 지면 투구코치가 책임지겠다.” 다른 변화구는 포수 경험이 없는 문선재가 잡기 힘든 데다, 패스트볼이나 와일드피치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9회말은 잘 넘어갔지만 10회말이 문제였습니다. KIA 중심 타선을 만났기 때문이죠. 스트라이크만 던져서는 승부가 되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코너워크도 중요했는데, 문선재가 한가운데로만 앉아서 포구를 했어요. 결국 봉중근은 거포 나지완과 이범호를 연속 볼넷으로 내주고 윤완주와의 승부를 택해 삼진으로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차 코치는 “역시 불펜의 에이스다웠다. 사실 굉장히 미안하고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그걸 다 이겨냈다”며 무한 칭찬을 했습니다. 봉중근은 경기 후 기진맥진했다는 후문입니다.


강민호 말발에 두손 든 홍성흔

●…롯데 포수 강민호(28)는 올 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 최고 우량주 중 한 명으로 평가 받고 있죠. 지난 시즌까지 4년간 강민호와 한솥밥을 먹었던 두산 홍성흔(37)은 지난주 롯데와 주중 3연전을 치르며 그의 능력을 실감했다고 하네요. 홍성흔은 “같은 팀에 있을 때는 (강)민호가 좋은 선수라는 걸 잘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경기에 집중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혼내기도 했다. 하지만 상대팀으로 상대해보니 좋은 포수라는 걸 느꼈다. 안정적이면서도 타자와의 수싸움도 잘하더라. 내가 졌다”며 강민호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습니다. 강민호의 능력은 단순히 리드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입담도 장난 아니다”며 혀를 내두르더군요. 홍성흔은 “어찌나 말이 많은지…. ‘박정태 코치님이 그렇게 밀어치라고 했는데 아직도 당겨치냐’는 둥, ‘직구 들어오니 치라’는 둥 계속 말을 걸더라. 말을 안 받아주려니 속 좁게 구는 것 같아 다 받아주긴 했는데, 다음엔 귀마개라도 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NC 대졸신인 권희동·노진혁 입씨름

●…NC 노진혁과 권희동은 대졸 신인입니다. 프로에 입단하기 전 노진혁은 성균관대, 권희동은 경남대 유니폼을 입고 대학야구 무대에서 자주 맞대결을 펼쳤다고 하는데요. 2일 대전 NC-한화전을 앞두고 둘은 출신 대학에 대한 설전을 벌였습니다. 내용인즉, 노진혁은 “우리 학교가 경남대를 번번이 눌렀다”는 게 요지였고, 권희동은 “경남대가 성대를 한 번 이긴 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팀의 4번타자였다”는 겁니다. 대학시절 상대전적에선 노진혁이 있는 성균관대가 권희동이 있는 경남대를 앞섰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권희동은 굴하지 않았습니다. 성균관대는 노진혁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 팀 전력이 강해서 이긴 거지만, 전력이 약한 경남대가 이긴 것은 자신이 잘 친 덕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어쨌든 NC는 두 학교를 대표하는 강타자들이 모여 제 역할을 해주고 있으니 그저 흐뭇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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