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본선행 기념행사 계획 보도
일관성에 어긋나는 ‘모순행정’ 아쉬워
대한축구협회가 모순적인 행동을 보였다.
한국은 18일 이란과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본선행의 9부 능선을 넘었다. 한국은 이란과 비기기만 해도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티켓을 딴다.
이란전 결과 이상으로 현재 초미의 관심사는 대표팀 차기 사령탑이다. 현 최강희 감독은 이란전을 끝으로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전북 현대로 복귀한다. 협회는 내년 월드컵 본선에서 대표팀을 이끌 새 감독을 뽑아야 한다. 이에 대해 질문하면 협회 고위 관계자들은 입을 꽉 다문다. 협회 살림을 책임지는 안기헌 전무이사는 “지금 중요한 경기가 남아 있다. 우리가 아직 월드컵 본선 진출을 100% 확정한 상황도 아니다. 그런데 왜 차기 감독에 대해 묻느냐. 할 말이 없다”고 답한다. 안 전무이사 말은 틀린 게 없다.
그런데 경기 전날인 17일 축구협회는 ‘월드컵 8회 연속 진출 기념행사 개최’라는 다소 황당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한국이 이란전에서 최소 무승부를 기록하면 8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정하므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역대 월드컵을 빛낸 안정환, 차범근, 최순호, 허정무 등 축구인을 초청하고 인기가수들이 애국가를 제창하고 기념행사 축하공연을 펼친다’는 내용이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협회는 경기를 앞둔 대표팀에 피해가 갈까봐 본선 확정, 차기 대표팀 사령탑 같은 단어는 일절 함구하길 바라면서도 마치 월드컵 진출이 결정되기라도 한 듯 떡하니 기념행사 보도자료를 냈다. 협회 논리대로라면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축구인들을 초청하되 대표팀에 부담 안 가도록 조용하고 차분하게 일을 진행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안 전무이사는 이에 대해 “리그에서도 우승을 눈앞에 둔 팀들은 확정 경기 전날 다양한 플랜으로 기념행사를 준비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우승확정 경기 전날 우승 세리머니를 어떻게 준비하겠다는 내용의 공식 보도자료를 내는 팀은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안 전무이사는 “확인해 보겠다”고 한 뒤 잠시 후 “실수가 있었다. 허락 없이 보도자료가 나갔다. 담당자들을 꾸짖었다”고 해명했다.
협회 입장에서는 한국이 월드컵에 나갈 가능성도 굉장히 높고 기념행사 하나 하는 것 가지고 너무 확대 해석하는 것 아니냐고 섭섭해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원칙이 뭔가. 일관되게 지켜야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이다. 자신들이 정한 원칙을 때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협회 처사가 아쉽다.
울산|윤태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