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밴드 콜라보이스. 사진제공|GF엔터테인먼트
최근 인터넷에서는 ‘싼티 뮤비’라는 제목의 한 뮤직비디오가 화제를 모았다.
3분 분량의 뮤직비디오에는 화려한 배경이나 조명, 컴퓨터그래픽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누리꾼들 말 그대로 ‘초저렴’ 뮤직비디오다.
뮤직비디오는 아무런 극적 장치 없이 멤버들이 ‘그냥’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만’ 담았다.
화려한 영상에 눈익은 누리꾼들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하지만 “성의 없다”고 말하면서도 이 ‘어이없는’ 뮤직비디오에 관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문제’의 주인공은 4인조 신인 남성밴드 콜라보이스.
3월 데뷔 싱글 ‘너의 결혼식’을 발표하고 가요계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데뷔 전에는 서울 홍대나 명동 등에서 길거리 공연을 펼치며 ‘나름’ 유명세를 얻은 밴드다.
힙합 듀오 엑스크로스 전 멤버로 활동했던 제이건을 중심으로 디제잉과 편곡을 담당하는 와싸비,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와이케이, 랩과 댄스를 담당하는 기백으로 이루어졌다.
제이건은 “네 명 모두 성격은 물론 음악적 스타일도 다르다. 각자 추구하는 것도 모두 달라서 뭉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이 같아도 불협화음이 생기는 마당에, 추구하는 것이 전혀 다른 이들이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
“R&B, 일렉트로닉, 어쿠스틱발라드, 힙합 등 서로 다른 음악적 감성을 가진 ‘보이스’가 만났다는 의미다. 각기 다른 장르를 합치는 것, 공동으로 작업하는 것이라는 뜻을 가진 콜라보레이션과 보이스를 합쳐 그룹 이름도 콜라보이스로 정했다.”(와싸비)
그래서 이들은 한 장르에 얽매인 음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탈 장르화.’
이들의 목표다.
“멤버들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하는 말이 있다. ‘틀에 박힌 음악을 만들지 말자’고. 누가 들어도 록 음악이고, 누가 들어도 일렉트로닉인 음악을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사실 데뷔하기 전에는 서로 지치기도 했지만, 누구 한 명의 색깔을 헤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 싶어 오기가 생겼다.”(와이케이)
이들의 고집은 아무도 말릴 수가 없다. 자신들의 노래를 팬들 앞에 가서 들려주자는 생각에 소속사 몰래 기타와 키보드를 들고 무작정 길거리로 나섰다.
“우리는 길거리가 편하다. 하하! 길거리 공연으로 사랑도 받으니 말리시던 사장님도 이제는 조금 좋아하신다. 우리 노래를 듣고 모인 팬들에게 확실한 서비스를 해주니 좋아하는 것 같다.”(기백)
멤버 가운데 유독 한 명이 눈에 띈다. 고릴라 탈을 쓴 와싸비다. 30도가 넘는 찜통 같은 더위에도 절대 탈을 벗지 않는다.
“얼굴을 알리고 싶지 않다. 자유로운 것이 좋다. 콜라보이스가 큰 인기를 얻는다면 거리를 돌아다니기 불편할 것 같다. ‘아무도 네 얼굴에 관심 없다’고 할지 몰라도 끝까지 얼굴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와싸비)
와싸비의 살신성인(?) 정신에 고랄라는 콜라보이스의 아이콘이 됐다. 앨범 재킷에도 고릴라 이미지를 만들어 넣었고, 길거리에서 고릴라 마스크를 알아보는 팬들이 더 많이 늘어났다.
이들은 방송 출연을 해도, 팬들의 사랑을 받아 ‘빵’ 뜨는 그룹이 돼도, 길거리 공연은 끝까지 고집할 것이라고 했다.
“팬들과 소통하는 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음악으로 귀를 힐링시켜 주고도 싶다. 그래서 직접 (길거리로)찾아가서 노래하고 싶다. 우리 노래를 듣고 우는 팬들도 있고, 우리 노래에 춤을 추는 관객도 있다. 그 모습이 우리를 또 길거리로 나오게 한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