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마흔 살 송지만 “1년 더 뜁니다”

입력 2013-10-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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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송지만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준비했지만 구단의 권유로 선수생활을 1년 연장한다. 내년 시즌 현역 최고령 타자가 될 송지만이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준PO 2차전에 앞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2014시즌 현역 최고령 타자되는 넥센 송지만

“올해가 마지막이라 생각했는데
구단이 내게 준 선물 같은 1년
좋은 지도자 되는 계기 삼겠다”


넥센 송지만(40)이 내년 시즌 현역 최고령 타자로 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준비했지만, 최근 선수 생활을 1년 연장하기로 구단과 합의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23일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송지만은 1년 더 선수로 뛰기로 했다. 스스로도 원했고, 구단에서도 후회 없이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어했다”고 밝혔다. 송지만 역시 “1년이라는 시간이 내게 선물처럼 주어진 것 같다. 지난 18년간의 선수생활을 잘 정리해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 시즌 초 은퇴 결심, ‘마지막’ 각오로 보낸 1년

송지만은 사실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당초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도 제외돼 있었기에 더 그랬다. 신임 염경엽 감독의 배려 덕분에 극적으로 캠프에 합류할 수 있었지만, 결국 미야자키 2차 스프링캠프에는 동행하지 못했다. 송지만은 “이제는 점점 내 역할들이 없어진다는 걸 느꼈다. 집에 와서 아내와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눴다”며 “대신 남은 1년의 시간 동안 1군에서든, 2군에서든 끝까지 잘 마무리를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 결심은 곧 스스로와의 약속이기도 했다. 은퇴를 앞둔 일부 베테랑들처럼 슬렁슬렁 1년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2군에서도 한참 어린 후배들과 똑같이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경기에 나섰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 ‘플레잉코치’ 요청에 “1년 더 뛰어라” 뜻밖의 화답

마음의 준비를 끝냈으니, 현실도 준비해야 했다. 송지만은 “지난 6월 구단 매니저에게 ‘내년에는 플레잉코치로 뛰고 싶다’는 요청을 전했다. 완전히 은퇴하고 해외 코치 연수를 받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염경엽 감독님 밑에서 야구를 보면서 좀더 공부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즌이 거의 끝나가던 9월초, 오히려 구단에서 “이장석 대표와 염경엽 감독이 1년 더 뛰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얘기를 건넸다. 선수는 1년이라도 더 현역생활을 연장하길 원하고, 구단은 코치 연수와 같은 ‘당근’을 제시하면서 은퇴를 종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베테랑 선수들의 은퇴 수순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은퇴 얘기를 먼저 꺼낸 선수에게 구단이 도리어 기회를 줬다. 그는 “정말 운이 좋고 감사한 일”이라며 “앞으로 좋은 지도자가 되라는 의미에서 시간을 더 주시는 느낌이었다. 선물 같은 1년”이라고 말했다.


● 19년차 ‘현역 최고령 타자’의 또 다른 결심

송지만은 2013년을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연봉 8000만원을 받고 계약을 연장하면서, 앞으로 내 선수생활을 1년씩만 내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잘 하면 1년 더, 아니면 그만, 이렇게.” 그 덕분일까. 그는 “한 시즌을 보내는 동안 앞선 17년간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제 그에게는 또 다른 ‘1년’이 열린다. 최동수(42·LG)와 박경완(41·SK)이 모두 은퇴하고 없는 2014년, 만 41세가 되는 송지만이 현역 최고령 타자로 남게 된다. 그는 “졸지에 그렇게 됐네”라며 껄껄 웃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이제 후배들에게 ‘형이 잘 해야 해’라고 압박을 받는 나이다. 19년차가 할 일은 따로 있지 않나. 베테랑다운 역할을 하면서, 지도자로서의 미래를 잘 준비하는 과정으로 삼겠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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