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볼티모어 강경덕 “반드시 빅리그에 진입하겠다”

입력 2013-11-26 08: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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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덕. 동아닷컴DB

[동아닷컴]

탬파베이 한국인 유망주 강경덕(25)이 볼티모어로 이적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마이너리그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 강경덕은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볼티모어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으며 새 둥지를 찾았다.

강경덕은 지난 주말 진행된 동아닷컴과의 전화인터뷰에서 “FA가 된 뒤 다행히 복수의 팀에서 연락을 받았다”며 “에이전트와 상의한 끝에 가장 기회가 많을 것으로 판단돼 볼티모어를 선택했다. 내년에는 반드시 빅리그에 진입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경남 양산 출신인 강경덕은 경남중학교를 졸업하고 14세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당당한 체격(187cm/95kg)의 외야수인 강경덕은 미국서 고교를 졸업하던 해에 탬파베이에 지명됐지만 계약금 문제로 대학에 진학한 뒤 1년 후인 2007년 탬파베이와 계약하고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좌투좌타인 강경덕은 프로 초창기 자신이 소속된 싱글 A리그 ‘이주의 선수’로 뽑힌 것은 물론 올스타에도 선정되는 등 빅리그를 향해 순조로운 항해를 이어갔다. 특히 2009년에는 타율 0.307 5홈런 42타점 10도루를 기록하며 마이너리그 올스타전인 퓨처스게임에 출전하는 영예도 안았다. 2011년에는 마이너리그 전체 올스타에도 뽑혔다.

당시 강경덕은 탬파베이 유망주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며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강경덕은 “2009년에는 컨디션도 좋았고 자신감도 충만했다. 야구가 정말 즐겁고 잘됐던 시절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빅리그가 가까워지자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에 스윙이 커졌다. 그러다 보니 타격발랜스도 무너졌다. 결국 2010년 시즌 내 슬럼프에 빠졌다. 눈앞에 아른거리며 곧 손에 잡힐 것만 같던 빅리그는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강경덕은 지난 겨울 이대호(FA)의 소속사와 국내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이대호와 함께 동계훈련을 했다. 그 결과 올 시즌 총 16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그의 한 시즌 최다홈런기록이다. 하지만 탬파베이 팀 사정상 올해도 더블 A에서 시즌을 마쳐야만 했다.

결국 강경덕은 빅리그 진출 기회를 찾아 지난 7년 간 몸담았던 탬파베이를 떠나 볼티모어로 이적했다.

다음은 강경덕과의 일문일답.

-오랜만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부터 전해달라.

“현재 미국에 있는 친척 집에서 휴식과 개인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시즌 때 보다 체중이 조금 늘긴 했지만 아픈 곳도 없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지난 19일 ‘볼티모어로 이적’했다는 국내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사실 그때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전이었다. 아마 한국언론이 인터넷 자료만 참고해서 기사를 작성한 듯싶다. 내가 볼티모어와 사인하고 정식으로 계약이 확정된 것은 기사가 나가고 하루 뒤인 20일이었다.”

-새 팀을 찾는데 어렵지는 않았나?

“어려운 건 없었다. 다행히 여러 팀에서 관심을 보였다.”

-그 중 볼티모어를 선택한 이유는?

“새로운 팀을 선택하기 위해 에이전트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3-4년 간 빅리그 팀 들의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데이터와 현재 각 팀의 마이너리그 외야선수 층 등의 자료도 모두 분석했다. 그 결과 현 상황에서 볼티모어가 가장 기회가 많을 것 같다는 판단 하에 계약하게 됐다.”

강경덕. 동아닷컴DB

-내년에는 어느 리그에서 뛰게 되나?

“우선 올 겨울 몸을 잘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년 2월에 시작되는 스프링캠프에서 어떤 활약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내가 부상을 당하거나 특별히 부진하지 않으면 트리플 A에서 뛸 것 같다. 하지만 더블과 트리플 A는 중요하지 않다. 계속 마이너리그에 머물려고 팀을 옮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년에는 반드시 빅리그에 진입하도록 하겠다.”

-탬파베이에서도 강경덕 선수를 잡았다는 미국언론의 보도가 있다.

“그랬다. 하지만 시즌 중부터 내 마음은 이미 떠났다. 탬파베이는 내가 처음 프로생활을 시작한 곳이라 정도 많이 들었지만 돌이켜보면 나와 잘 안 맞는 것 같다.”

-어떤 점이 잘 안 맞았나?

“작년과 올 해 성적이 나쁜 편이 아니었다. 나보다 성적이 안 좋은 선수들도 트리플 A로 올라갔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내가 계속 탬파베이에 있으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 해로 마이너리그 7년째다. 힘들지 않나?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어디 나만 힘들겠나? 분야만 다를 뿐 자신의 꿈을 찾아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다 힘들 것이다. 하지만 꿈과 희망이 있기에 참고 이겨낼 수 있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명성을 떨치는 선수들 중에도 마이너리그에서 7-8년씩 고생하고 빅리그에 진입한 이들도 많다. 올 해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보스턴의 외야수 셰인 빅토리노도 메이저리거로 자리 잡는데 8년이나 걸렸다. 나 역시 남들에 비해 조금 늦게 빅리그에 진입하는 것뿐이다. 대신 더 열심히 해서 남들보다 조금 더 오래 빅리그에 머물면 된다. 하하.”

-마이너리그 생활 중 가장 힘든 점을 꼽자면?

“어느 정도 메이저리그에 근접한 후부터는 빅리그로 콜업될 때까지 기다림의 싸움이다. 운이 좋아 빨리 올라가는 선수도 있는 반면 선수 층이 두꺼운 팀에 있는 관계로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개중에는 기다리다 지쳐 스스로 유니폼을 벗는 이들도 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빅리그에 진입하겠다.”

-2011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는 등 파워가 좋아졌다.

“지난 겨울 평소 존경하던 이대호 선배와 함께 동계훈련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타구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스윙궤적과 허리사용법 등을 배웠는데 효과를 본 것 같다.”

-그렇다면 올 겨울에도 이대호와 함께 동계훈련을 할 예정인가?

“이대호 선배가 현재 FA여서 어떻게 될 지 잘 모르겠다. 다음달에 귀국하면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릴 예정인데 선배가 허락한다면 나야 당연히 함께 운동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최지만(시애틀) 선수에게 듣자니 강경덕 선수의 정신력이 대단하다고 하더라.

“(웃으며) 과찬이다. (최)지만이는 올 시즌 더블 A에서 처음 만났는데 예의도 바르고 성격이 참 좋더라. 오히려 내가 후배인 지만이한테 배울 점이 많다. 조만간 한국에 가면 지만이를 만날 예정인데 내년에는 마이너리그가 아닌 빅리그에서 지만이를 만났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올 해 메이저리그에서 추신수, 류현진 선배의 활약이 매우 컸다. 내년에는 (최)지만이와 (이)학주 등 한국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이어질 것이다. 나 또한 내년에는 반드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한국야구의 위상을 드높이는데 일조하고 싶다. 메이저리그에 진입한 뒤에도 항상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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