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내티 추신수. 동아닷컴DB
카노에 일방적 해고 당한 보라스 앙금
추신수 카드로 카노와 계약 저지 속내
틀어질 경우 추신수 영입 가능성 높아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가 반격을 시작했다. 양키스는 4일(한국시간) 외야수 제이코비 엘스베리와 7년 계약을 했다. 연봉 총액이 무려 1억5300만달러(약 1623억원)로 역대 외야수 중 3번째 규모다. 윈터미팅이 시작되기도 전에 포수 브라이언 매캔과 엘스베리 영입에 양키스가 쓴 돈은 자그마치 2억3800만달러(약 2525억원)다.
올 시즌 양키스는 85승77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승률(0.525)은 21년 만에 가장 낮았다. 게다가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누르고 10년간 3차례 우승을 차지하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2008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한 양키스는 CC 사바시아, 마크 테셰라, AJ 버넷을 영입하며 연봉 총액 5억달러(약 5304억원)에 가까운 돈을 물 쓰듯 썼다. 바로 다음 시즌 양키스는 팀 통산 27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아메리칸리그 도루왕을 3차례 차지한 호타준족의 엘스베리와 내셔널리그 올스타 출신 매캔을 영입했지만, 투수진의 열세와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징계 문제 등이 남아있어 우승전력으로 분류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양키스의 엘스베리 영입이 프리에이전트(FA) 최대어 로빈슨 카노와 추신수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엘스베리와 추신수의 에이전트는 스콧 보라스다. 반면 카노는 보라스를 일방적으로 해고하고 제이-Z와 손을 잡았다. 보라스가 FA 최대어 카노에게 팽을 당해 속이 쓰린 상황임을 주목해야 한다. 7월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보라스는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선수 중 최대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씁쓸한 표정으로 “당연히 카노가 최고다. 그 뒤를 엘스베리와 추신수가 잇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카노와 원 소속팀 양키스는 장기계약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카노가 10년 3억500만달러(약 3235억원)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양키스는 연봉 총액 2억달러(약 2122억원) 이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애틀 매리너스가 카노 영입전에 가세했다.
엘스베리의 입단으로 양키스에는 브렛 가드너와 스즈키 이치로까지 중견수를 볼 수 있는 선수가 3명으로 늘었다. 또 다른 외야수로는 알폰소 소리아노, 버논 웰스가 있다. 이처럼 외야 자원이 넘치지만 추신수의 양키스행 가능성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양키스의 최우선 순위는 카노 잔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추신수 영입으로 돌아설 수 있다. 보라스의 노림수는 자신을 버린 카노 대신 추신수를 양키스와 계약시키는 것이다. 추신수까지 영입할 경우 양키스가 카노와 계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경우 34세의 웰스와 40세의 이치로는 벤치 멤버로 전락하며, 소리아노가 지명타자로 돌아설 공산도 크다.
자신의 최대 고객인 엘스베리의 장기계약 문제를 ‘가장 만만한 상대’ 양키스에게 떠넘긴 보라스로선 추신수라는 매력적 카드로 카노의 장기계약을 막아냄으로써 통쾌한 복수를 꿈꾸고 있다. 양키스를 움직여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역대 최고의 계약을 안긴 바 있는 보라스이기에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다. 과연 양키스의 다음 선택은 카노일까, 추신수일까.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