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균 “힘든 시절 즐겁게 잘 보냈더니 선물 받아”

입력 2014-0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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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이어 ‘응사’로 최고의 날들을 맞고 있지만 김성균은 “난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며 초심을 다졌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천천히 핀 꽃이 더 진한 향기를 낸다. 지난해 화제를 모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주인공 김성균이 그렇다. 영화와 드라마의 단역과 조연을 거친 김성균은 혹독한 무명의 시간을 보내면서 좌절하지 않고 연기를 향한 단단한 꿈을 키웠다. 2013년을 최고의 해로 보낸 그는 올해는 더 큰 활약을 준비하고 있다.

■ ‘응답하라 1994’ 한 편으로 인생역전 김성균

서른 살에 스무 살 ‘삼천포’역 큰 부담
‘응사’ 통해 악역 전문 좁은 틀 벗어나
“지금은 겸손하게 다음 작품 준비할 때”


“더할 나위 없는 대접을 받고 있다.”

감개무량한 모습이었다. 자신을 향한 뜨거운 관심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2012년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생시대’로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쓴 김성균은 ‘응사’의 열풍까지 더해지며 현재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금은 작품에 더 신경 써야할 때”라며 인기에 도취하기보다 다시 뛰기 위해 신발끈을 조여 매고 있었다. 지금에야 “밖에 나가기가 쑥스럽다”며 인기를 실감하고 있지만, 처음엔 서른 살 나이에 스무 살의 캐릭터(삼천포)를 연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더욱이 영화 ‘범죄와의 전쟁’ ‘이웃사람’ ‘용의자’ 등에서 조직폭력배, 살인범, 형사 역을 맡았기에 “‘삼천포’란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까” 촬영이 끝나는 날까지 고민스러웠다.

사진제공|tvN


“시청자의 기억을 무시할 수 없어서 망설였고 주저했다.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보는 사람들은 저를 한 캐릭터로 고정해 생각하지 않더라.”

태양이 뜨겁던 여름, 첫 촬영에 나섰던 김성균은 하얀 눈이 흩날리는 겨울 ‘응사’의 마지막 촬영을 끝냈다. 종영 후에도 출연자들과 사이판으로 여행가고, 토크쇼, 음악쇼 등에 출연하며 여전히 ‘응사’의 여운을 느끼고 있다. 출연자들과의 모임은 언제나 기다려진다.

“모임에서 칠봉이(유연석)와 해태(손호준)가 술을 따르면, 내가 고기를 굽고, 윤진(도희)은 먹고, 나정(고아라)은 반찬을 나른다. 작품으로 만난 인연이지만 너무 소중하다.”

2010년 동료 연극배우와 결혼해 현재 두 아이를 둔 김성균은 가족들 이야기에 “미안하다”는 말이 제일 먼저 나왔다.

김성균은 “오랜만에 일찍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멀리서부터 달려온다. 서로 제 품에 안기려고 아옹다옹하는 모습이 참 귀엽다”며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배고픈 직업’이라는 연극배우를 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애써 그 생활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고, “그 다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 순간을 즐기며” 살았다. 그는 “고등학생이면 고등학생, 대학생이면 대학생, 그때에만 경험할 수 있는 삶을 살고자 했다. 20대가 되자마자 ‘내 30대는 어떤 모습일까’를 궁금해 하는 것은 순간에 충실하지 못할 뿐”이라고 했다.

그렇게 10년을 즐기면서 시간을 지나니 지금에 다다랐다. 이제는 월세방에서 ‘꼽등이’(습한 곳에 주로 서식하는 메뚜기목 곤충)떼와 함께 살던 에피소드도 웃으면서 할 수 있게 됐다.

“힘든지 모르고 지나온 게 가장 큰 힘이 됐다. 지난 10년의 세월은 재미있었지 결코 힘들지 않았다. 지금의 행복은 과거를 재밌게 보낸 것에 대한 선물이다.”

김성균은 ‘응사’를 통해 악역전문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났다.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됐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다음 작품은 내가 연기하면서 재밌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작품을 하려 한다. 난 더 겸손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조용히 작품을 준비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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